No. 1542 [칼럼니스트] 2010년 5월 2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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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아름다움

이규섭 (서울칼럼니스트모임회원, 시인)
http://columnist.org/kyoos


'연꽃 휘장 속에서 보낸 뜨거운 봄밤/ 봄밤이 너무 짧아 해가 높이 솟았구나.' 당 현종과 양귀비의 러브로망을 노래한 백거이의 '장한가' 대목처럼 현종은 정사(情事) 빠져 정사(政事)는 뒷전이었다. 비익조와 연리지를 꿈꾸던 사랑은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 양귀비의 자결로 막을 내린다. 융성하던 당나라도 내리막길을 걷게되어 '미인은 나라도 기울게 한다'(경국지색·傾國之色)는 말이 실감난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사랑 놀음'에 풍덩 빠졌던 온천 시안(西安)의 화칭츠(華淸池)는 양귀비를 다시 탄생시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온천수는 여전히 43℃를 유지하며 김이 모락모락 솟아나고, 그녀의 전용 욕탕인 백옥으로 만든 '해당탕'은 작지만 화려하다. 바람에 긴 머리카락을 말리던 '자연 헤어드라이' 정자 비하각(飛霞閣)은 그림처럼 날렵하게 솟았다. 밤이면 화청궁 연못에서 양귀비가 '장한가' 뮤지컬로 화려하게 환생하여 관광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현대식 화장실 문마다 요염한 자태의 양귀비 그림을 그려놓은 양귀비의 천국이다.

양귀비의 미모가 얼마나 빼어났기에 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을까?. 목욕을 마치고 나온 모습을 형상화한 반라의 '양귀비 조각상'은 늘씬한 S라인은 아니다. 그녀의 용모는 '자질풍염(資質豊艶)'이란 기록에서 보듯 풍만하고 농염한 자태다. 그는 서역출신으로 이국적인 마스크에 글래머 스타일이 매력 포인트가 아닌가 추정해 본다. 나라와 시대마다 미인의 기준은 다르다. 시성 두보는 '애강두'에서 미인의 대명사는 명모호치(明眸皓齒)라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하얀 치아를 꼽았다. 우리나라 미인상은 삼국시대 때는 풍만함, 고려시대는 단아함이 돋보였다. 조선시대 때는 삼백(三白), 삼흑(三黑), 삼홍(三紅)을 미인이라 평가했다. 피부와 치아 손이 희고, 머릿결과 눈썹 눈동자가 검으며 입술과 뺨 손톱이 붉어야 남성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다.

예뻐지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외모지상주의는 판박이 성형미인을 만들어 마치 생명 없는 '바비인형'이 활보하는 느낌이다. 예전의 영화배우나 탤런트들은 개성 있는 얼굴이어서 이름을 기억하지만, 요즘은 그 얼굴이 그 얼굴 같아 헷갈린다. '얼짱 신드롬'으로 몸매 가꾸기와 성형수술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찮다.

최근 자서전 출간에 맞춰 방한한 20대 초반의 소피 부즐르는 한 대학강연에서 "외모는 껍데기에 불과할 뿐, 진정한 아름다움은 바로 내면에 있다."고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선천성 청각장애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지만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2007년 미스 프랑스대회 결선에 진출하여 2위를 차지한 미모다. 장애인도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모델 활동에 영화출연도 하며 장애인 문화 향유권 투쟁운동에 앞장서는 당당함이 외모 보다 더 아름답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우러나온다. '참 미인'은 품성과 덕목을 갖춘 마음이 예쁜 여자다. 외모에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름답다.
-교차로(2010.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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