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541 [칼럼니스트] 2010년 5월 4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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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봄


홍순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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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010년)는 십간(十干) 중 ‘금(金=흰색)’에 해당하는 ‘경(庚)’이 고, 십이지(十二支) 중 ‘인(寅=호랑이)’인 ‘경인년=흰호랑이해’라 한다. 따라서 연초에 대부분 역술가들이 올해를 60년 전 6.25사변과 같이 남북이 ‘으르렁’거리는 ‘대재앙의 해’로 점쳤었다.

이 믿거나말거나의 서막인가 3~4월 내내 무슨 봄 날씨가 화창한 기운은 하나도 없고 한낮이 밤처럼 끄무레한 속에 비, 바람, 돌풍, 우박에 천둥번개까지 쳤다. 4월 중순에 ‘꽃샘추위’라 했으나 말만 화려해 꽃샘이지 중부 내륙지방 기온이 0도 안팎까지 떨어져 얼음이 어는데다 초속 5m 강풍까지 보태져 ‘엄동추위’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런 이상 기후가 5월 초인 지금까지도 계속되니, 벌로 북새통을 이루고 꿀 범벅이 될 벌통들이 3분의 1 이상 빈 채로 쌓여 있고, 복숭아나무에는 꽃망울이 달리지 않거나 달렸다 해도 새까맣게 얼어죽었다. 도대체 이 정권 들어 천지간(天地間) 미물(微物)이나 영장(靈長)이나 산 목숨이 산 게 아니다.

작년 1월 용산의 재개발구역에서 컨테이너 탄 경찰특공대의 무지막지한 공중 투입, 진압으로 말미암아 철거민측 5인이 불에 타 죽고 경찰 1인도 사망한 것이 권력에 의한 비명횡사 떼죽음의 시발이다.

지난 1년 동안 어린 백성은 ‘신종플루’ 공포 속에 전전긍긍했다. 2009년 8월15일 신종플루에 의한 첫 번째 사망자 발생 이후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모든 언론 매체가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몇 10번째니 1백번째니 하는 줄초상을 보고 들어야 했다.
실상은 1918년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과는 엇비슷도 안 한 보통 독감을 가지고 정부, 언론 합작으로 장난친 ‘대사기’였으며, 2009.10월 ~ 2010.2월 5개월 동안 ‘신종플루로 인한 건강보험 직간접 급여비’ 약 2천200억원만 탕진한 ‘생쑈’였다.

금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4대강 삽질을 하고 있다.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허옇게 배를 드러내놓고 남한강 강변에 자빠져 있는 사진을 보니 섬찟하다, 사람의 생명만이 생명인가, 강변 보리밭에서 삐르르 비상하던 종달새 둥지도 알을 머금은 채 짓뭉개지고..... 아 잔인한 봄

3월26일 밤 9시5분에서 11시50분 사이 충남 태안군 청포대 해수욕장에서 그랜드카니발 승합차가 백사장내 바위와 출동, 차에 타고 있던 공무원 8인이 전원 사망했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80km로 달리던 자동차가 바위와 충돌, 그 충격으로 앞좌석에 앉았던 사람들은 내장 파열로, 뒷좌석에 앉았던 사람들은 ‘목이 껵여서’(경추 골절) 사망했다고 한다.
백사장(모래밭)에서 과연 ‘시속 80km’의 속도가 나올 수 있는지. 그리고 단 한명의 생존자도 없이 어떻게 8명 전원이 사망할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이 석연찮은 죽음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음에도, 공교롭게도 동시에 서해에서 발생한 천안함 침몰로 유야무야 묻혀 버렸다.

천안함 침몰이 2010년 봄을 온통 검은색으로 도배했다. 침몰 후 약 1달 지나 함수, 함미가 모두 인양됐고, 3월 말경에는 민군 합동조사단이 구성돼 침몰 원인 규명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도 지금 “....이라면”, “....에 의하면”, “....잠정적으로” 라는 가정과 추측만이 침몰 초기보다 더욱 풍성, 만발해졌을 뿐 진상은 되레 캄캄해졌다.

정부(군)는 사고 초기부터 거짓말을 밥 먹듯하고, TOD(열상감지장치) 동영상을 빼고 감추고, 교신 내역이나 KNTDS(전술지휘시스템) 기록 공개를 거부하고, 생존자들을 외부와 철저히 격리시켰다. 그리고 함체 인양 후에는 녹색 그물망을 쳐서 절단면을 가리고, 기자들에게는 인양선으로부터 300야드(약 274m) 떨어져 사진 촬영토록 하고, 합동조사단의 인적 구성을 비밀로 하고,- 한국인에게는 ‘군사기밀’이 외국인에게는 ‘홍보자료’?- 조사단에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등의 전문가를 참여시킨다는 둥 설레발치는 상황 전개가 애시당초 진실 규명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였다.

사실 합동조사단의 잠정결론이라는 ‘수중 비접촉 폭발’은 지금까지 언론 및 네티즌 사이에 거론됐던 암초 충돌(좌초설), 전단(剪斷; 피로 파괴)설, 북한 어뢰 공격설, 아군 오폭설, 미군 잠수함과 충돌설, 6.25때 기뢰 폭발, 자폭설 등보다 크게 설득력을 갖는 것이 아니고 북한 어뢰 공격설의 아류(亞流)이며, 일부 언론에서 주장했던 ‘버블제트’의 변형일 뿐이다.

즉 이 수중 비접촉 폭발은 선체에 직접 타격을 가한 것이 아니고 배 밑바닥 1m 수심 또는 최근접 거리에서 어뢰를 폭발시켜 물기둥(또는 거품)을 발생시키고 그 힘으로 천안함을 두 동강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의문으로 기자들이 물기둥을 본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 물으니, 합동조사단의 대답이 근접 거리에서 어뢰가 폭발되면 ‘물기둥이 옆으로도 나갈 수 있다’인데, 이는 과학도 아니고 일종의 코미디다.

‘버블제트’에 대한 근본 의문은, 1200t의 천안함을 물 위로 들어올릴 때는 그 반작용으로 모래밭인 해저(海底)에도 엄청나게 깊고 큰 웅덩이가 파여졌을 텐데 여기에 대한 언급이 그동안 일체 없었다는 것이다. 쌍끌이 어선으로 바다 밑바닥을 훑어 폭발물 조각을 찾는다는 보도를 보면 해저는 그저 평탄하다는 얘긴데, 참 불가사의하다.

이제 천안함 침몰은 논리고 진실이고 나발이고 따질 것 없이 북한군 소행으로 굳어졌다. 이것이 과거 수십년 간 상습적으로 이뤄진 북풍(北風)의 결과인데, 관제 언론사가 ‘영웅만들기’ 하고 성금모금하고, 시민단체가 천안함 관련 허위 사실 유포자를 고발 조치하고, 대검찰청이 유언비어 단속령을 내려 국민들 입과 귀를 틀어막고 그래도 정부 발표에 동조치 않고 헛소리하는 자는 ‘빨갱이’로 몰아 처단, 척결하는 것이 북풍의 정해진 수순이다. 그래서 권력자 그들만의 만세 천세 왕국을 만든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

결국 천안함 46인, 그 구조 어선 금양98호의 9인, 한준위들만 강풍에 목련꽃 휘날려 떨어지듯 한맺힌 죽음을 맞았다..... 아 春來不似春 경인년 봄

-2010. 05.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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