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539 [칼럼니스트] 2010년 3월 3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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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은 '훈련중 사고'


홍순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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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침몰한 3월26일 밤부터 며칠 동안 TV를 수시로 틀어보고 인터넷을 계속 검색했다. 그동안 이 침몰 사고에 대한 정부 발표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아리송했고, 그렇게 불분명하게 나오는 까닭을 알 수 없었다. 그러다 2010년 3월29일 오후 5시02분에 ‘뉴시스’ 해군2함대 특별취재팀이 인터넷에 올린 <천안함, 한미합동훈련중 참변 ... ’오폭’ 가능성>이란 기사를 보고 모든 의문점이 일순간에 풀렸다.

이 한미합동훈련의 명칭은 ‘2010 독수리훈련’이다. 이 훈련은 3월19일부터 침몰 사고 다음날인 3월27일까지 미국 이지스함 Lassen과 Curtis Wilbur 2척 그리고 한국 이지스함인 세종대왕과 전투함 최영 등 다수의 함정이 참가하여 사고 해역인 백령도 인근에서 벌인 합동훈련이다. 지금껏 정부는 이 합동훈련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따라서 침몰의 배경에 대한 정보가 없던 한국인 대부분은- 언론도 마찬가지지만- 그 원인 추정이 소설 수준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천안함 사고의 핵심은 먼저 배가 어떻게 침몰했는가다.

사고가 나자마자 정부와 모든 언론이 ‘어떻게 알았는지’, 배 밑바닥에 구멍이 나서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 TV여성 아나운서는 ‘뱃머리’에 구멍이 났다고 수차례 언급함을 필자가 직접 들었다.

이어서 합동참모본부가 침몰 다음날인 27일 새벽 브리핑에서 ‘함정의 선저(船底; 배 밑바닥)가 원인 미상으로 파공(破孔; 구멍 뚫리다)돼 침몰했다’가 정부가 밝힌 공식 침몰 원인이다.

그런데 이 파공 원인과, 천안함 선장이 증언한 ‘순식간에 반파(半破)돼 배 반쪽이 없어진 상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선장의 얘기는 ‘한 방에 갔다’는 것인데, 이 한 방이 진실임은 현재 함수와 함미가 따로 떨어져 조류에 밀려다니고 있음으로 확실하다. 결과적으로 참모본부는 선장으로부터 진실을 들었으면서도 국민들에게는 거짓말한 것이다.

이제 초점은 ‘한 방’이 무엇이며, 누가 그런 가공할 짓을 했는가다.

청와대는 천안함 침몰을 ‘북한과의 연계 여부는 예단할 수 없다’고 어려운 문자 써서 무슨 선 문답하듯 했지만 이제는 분명히 예단할 수 있다. 북한군이 아무리 미쳤다 해도 훈련 중인 세계 최강 미 해군에 해안포든 어뢰든 미사일이든 한 방을 먹일 리가 없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해도 목표물에 닿기 전에 모두 차단되는데, 그런 목적으로 건조된 배인 초계함, 이지스함을 가지고 그런 목적으로 한 훈련이 ‘독수리훈련’이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군의 한 방에 의해 훈련 참가 함정이 피격, 침몰됐다면 이는 미국의 세계 제패에 결정적 타격을 주는 어마어마한 사건으로 미국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세계일보’가 단독으로 취재하여 3월29일 오전 3시07분에 인터넷에 올린 <천안함 CIC 레이더상 北 공격 흔적 없어>란 제목의 기사를 보면, 천안함 폭발 당시 ‘전투정보실(CIC)’에 있던 레이더 상에 북한군의 어뢰나 함포 공격 등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고 군 관계자가 확인했다 씌어 있다.

천안함 침몰 후 약 1시간30분 지난 오후 11시쯤에, 미확인 선박인지 새떼인지를 향해 약 15분 동안 아군(한국 해군 및 미군)이 포 사격을 했다. 이 포가 얼마나 강력했던지 땅이 흔들리고, 포 소리에 익숙한 백령도 주민이 두려워 떨 정도였다 한다.

이런 강력한 무기 즉 한 방을 가진 자는, 침몰 당시 인근 지역에서 아군밖에 없었다. 이 무기에 의한 침몰 원인을 100이라 칠 때, 기타 선체 결함, 암초와의 충돌, 인간 어뢰, 국방장관이 말하는 6.25전쟁 때 설치됐던 기뢰 따위는 침몰 원인 1도 안 된다.

원인 1로는 전투함을 두동강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단 2시간만에 1200t 선체의 70~80% 이상을 침수시킬 큰 구멍조차 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렇다.

다만 ‘내부 폭발’ 한가지 이유가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우에는 초계함 전체가 콩가루가 돼 승조원 104명 중 58명이나 살아 남을 수 없다.

위의 ‘뉴시스’ 기사를 뜯어보면 아주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 즉
<합참 관계자는 ‘속초함 함포 관련, 위치, 발사 시각 등 일체를 알려주지 않기로 했다’>는 것과
<한미연합사령부측은 ‘천안함은 경계 임무를 했을 뿐 직접 훈련에 참가한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이 의미는 속초함, 천안함은 같은 한국 군함이지만 ‘2010 독수리훈련’에서는 같은 자격이 아니라는 뜻이다. 바꿔 표현하면, 속초함은 독수리훈련에 정식으로 참가한 것이고, 천안함은 그렇지 않고 일종의 보조자 또는 옵서버 자격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천안함에는 훈련에서의 행동 수칙- 특히 아군의 포격 구역 즉 항해 금지 구역- 을 확실히 알려주지 않았다. 이 항해 금지 구역에 잘못 들어간 천안함이 아군이 쏜 ‘한 방’에 침몰됐을 가능성이 극히 높다. 1200t이나 되는 거대한 함정이 수심 20여m밖에 안 되는 거의 해변에 붙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런 결론을 뒷받침한다.

이런 상황은 침몰당한 천안함 승조원보다 옆에서 지켜본 속초함 승조원이 더 잘 알 것임은 틀림 없다. 그럼에도 그동안 한국 정부는 침몰 현장에 속초함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

그 이유는 위 ‘뉴시스’ 기사에도 쓰여 있지만, ‘2010 독수리훈련’이 아무리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훈련이지만 미국이 주관하는 미군의 훈련이니 그 소속 병력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한국측이 언급할 권한이 없었다. 또 훈련에 가담한 속초함 승조원들을 불러다 천안함 침몰 즉 훈련 내용을 조사한다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실종자 구조 작업도 마찬가지다. 천안함 승조원 구조는 같은 해역에 있던 속초함이 아니고 소속이 전혀 다른- 독수리훈련에서 자유로웠던- 해경이었다. 승조원 구조는 독수리훈련 매뉴얼에 있지 않았고 따라서 미군측으로부터 구조 명령이 없었다. 때문에 속초함은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전적으로 승조원 구조에 매달릴 수 없었다.

침몰 다음날부터의 구조도 마찬가지다. 파도가 높다, 조류가 세다, 물밑 시계(視界)가 나쁘다 등 별의별 핑계를 다 대며 해군 구조대가 침몰 선체- 미군측에서 판단할 땐 이것도 훈련의 대상물이다- 에 제대로 접근조차 못했다. 그러다 3월29일에야 천안함 함미(艦尾)에 로프를 연결하면서 ‘잠수요원들이 함미 표면을 두드려 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두드려 본 시각이 29일 오전 6시30분부터 8시30분 사이니, 천안함이 폭발한 26일 오후 9시45분경부터 계산하면, 대략 58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함수(艦首) 끝부분 1~2m가 침몰 다음날인 27일 오전 12시까지도 수면 위에 나와 있었다. 그 의미는 함수 부위에 상당량의 공기가 존재하며 따라서 승조원이 그 곳에 생존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노크 시도’조차 못해 봤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약소국의 비애다. 이런 일 역시 훈련 주체인 미군의 작업 OK사인을 기다리다 그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을 종합해 보면, 천안함이 침몰한 3월26일 늦은밤 몇 시간 동안의 TV뉴스 특보- 청와대 지하벙커에서의 안보장관회의 생중계- 가 크게 잘못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국가 안보와 천안함 침몰 간에 직접 연관이 없었으며, 안보회의라 부산만 떨었지 뭔지 뚜렷이 결정된 사항도 없었다. 오히려 군 관계자들이 우왕좌왕만 하게 만들고 높은 사람들 입맛에 맞게 사태를 유도하다 보니 거짓말을 다반사로 하게 된 것 같다.

이런 거짓말이 일파만파로 번져 세계까지 속이고 - 뉴욕 주가 하락, 금값 상승 -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을 가래로도 막기 힘들 정도의 국가 및 정권의 신용 붕괴를 가져왔다.

실종자 가족과 국민 앞에, 정부가 ‘천안함 침몰은 독수리훈련 중에 발생한 불의의 사고’임을 진솔하게 밝혔더라면 엄중한 사태가 일단은 수습될 수도 있었다. 그러지 않고 거짓말이나 실실 해대고 슬픔에 잠긴 유가족 앞에 총구나 들이대니 어느 국민이 분노치 않고 이 정권을 곱게 보겠는가?

실종자 가족께 이 칼럼난을 빌어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0.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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