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536호 [칼럼니스트] 2010년 02월 0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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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꾸똥꾸 전기요금


홍순훈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hsh


이번(2010년 1월분) 전기요금 청구서(사용기간 : 09.12.16~10.1.15)에 쓰여진 212,880원(947kwh 사용)이란 금액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소스라치다’는 것은, 필자 지공(地空) 65세 나이에 수입이라곤 132,983원 국민연금뿐인데, 연금의 약 2배를 전기요금으로 내라니 놀라 팔짝 뛰었다는 뜻이다.

올 겨울은 유난히 장기간 추웠다. 필자 당연히 생명 유지를 위해 환갑넘은 처와 둘이서 전기장판(소비전력 105w) 한장 깔고 소형 전기난로(1100w)- 좌우 2줄에서 1줄만 작동- 하나 끼고 살았다. 여기에 화장실 겸 세면장에 결빙 방지용으로 소형 전기난로(800w)- 역시 1줄만 작동- 하나를 낮에는 끄고 밤에만 켜 놓았다. 기타 형광등, 냉장고, 컴퓨터 등 가전제품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진데, 결국 늙은놈 소스라치게 만든 범인은 전기장판 한 장, 소형 전기난로 2개였다는 추론이다.

물론 전기를 많이 사용했으면 그 요금 역시 많이 내야 된다는 경제 원칙에는 동의한다. 그렇지만 전기사용은 지난달의 2.6배(=947 * 362) 증가인데 요금은 5.3배(=212,880 * 39,990) 폭증, 그리고 1년 전 같은 달의 전기사용은 1.5배(= 947 * 631) 증가인데 요금은 3배(=212,880 * 약 67,000원) 폭증했다는 사실은 수용할 수 없으며 뭔지 불합리한 점이 있음이 분명하다.

우선 검침 시스템부터 잘못됐다. 요금청구서를 보면 검침일이 매달 16일로 돼 있는데, 필자는 그 날 검침을 하는지 뭘 하는지 지금껏 듣도 보도 못했다. 지난달과 비슷한 전기 사용이면 사용자에게 아무 통고를 하지 않아도 괜찮을 테지만, 위에 같이 지난달에 비해 몇 배 폭증일 때는 당연히 사용자에게 즉시 통고해 주는 것이 원칙 아닌가?
이를 제대로 이행치 않으면, 전기계량기의 이상 유무도 확인할 수 없고, 상당 기간 아무 대책을 못 세워서 다음달 요금도 폭증하게 되고, 또 검침원들의 나태에 의한 몰아치기 폭증 요금 피해도 당할 수 있다.

전기요금의 결정적 불합리는, 주택용 전력을 100kwh 단위로 6단계 구분해 놓았는데 그 구간과의 단가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1단계인 100kwh 이하를 썼을 때는 kwh당 요금이 55원인데, 6단계 500kwh 이상을 썼을 때는 kwh당 643원으로 그 차이가 무려 11배가 넘는다.(참고로 kwh당 발전단가가 원자력은 39원, 석유가 91원이란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고, 여기에 한전의 판매 수수료, 세금 등을 붙이는 것이 전기요금이다. 2009년12월31일 현재 한전 직원수는 20,177명-발전소 직원은 별개-이다.)

올겨울은 일종의 비상사태며 재난이다. 이런 경우에는 위와 같은 6단계에 의한 요금 폭증을 적용하면 안 된다. 현재 실업자가 400만명이 넘고, ‘에너지경제연구소’의 조사만 보더라도 난방, 취사, 조명 등 광열비를 줄여 생존을 영위하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이 130만 가구나 된다.
이들뿐 아니라 그 차상위 계층인 최저 생계비로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2~3만원짜리 전기난로 하나는 가장 효율적이며 필수적인 생명 유지 장치다. 그럼에도 이를 작동시켰다 하여 일종의 과태료며 벌금이라 할 수 있는 폭증 요금 10~20만원을 더 물게 하면 이는 돈 없으면 얼어죽으라는 뜻밖에 안 된다. 그래서 한전은 이들에게 전기요금의 20%를 할인해 준다고 하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인 것이 왕창 올려받고 조금 깎아 주는 체하는 야바위 상행위일 뿐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초 부산에서 혼자 살던 40대 남자가 난방이 되지 않는 셋방에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과 경찰이 발견했고, 그 동사자를 조사해 보니 온몸이 선홍색이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 죽음은 돈밖에 모르는 인간 경시의 무도한 권력배들에 의한 간접 살인 아닌가?
전력 수요량이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니 ‘겨울철 요금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장관이란 자가 멍멍이소리하고, 한나라당 실권자들은 ‘저렴한 전기요금이 녹색성장에 걸림돌’이 된다 씨부렁거리니 살인 쪽에 무게를 두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어떻게 8조~10조 예산이 소요된다는 200만kw 대북 송전을 추진했으며, 입만 벌리면 ‘선진 일류국가’ 운운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겨울에 난로 하나 맘놓고 못 켜는 국가가 쥐뿔은 무슨 선진국인가?

이런 불명료하며 사기성 짙은 내용이 이번 전기요금 청구서 우측 상단에도 쓰여 있다. ‘UAE 원전수주 쾌거!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라는 구절이다. 원전수주를 국민이 성원해 주기는커녕, MB나 한전,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 특수층이나 성원했을까, 일반 국민은 알지도 못했다.
그리고 작년 12월 언론보도에는 ‘단군 이래 최대 수주, 한국형 원전 400억$ 수출’이라 대서특필하더니, 겨우 한달 지난 지금 한전 홈페이지에는 200억$로 반토막 나 있다. 문제는 이런 세부적이며 정확한 내역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반 국민들도 반드시 알아야만 될 것이, 그 투자 비용이 얼마며 그 비용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하는가다.

한전은 남동, 중부발전 등 전력회사로부터 전기를 납품받아 소비자에게 판매만 하는 일종의 영업회사다. 이런 성격의 회사가 발전소를 세운다는 것 자체부터 이상하지만, 만약 공기업이라 하여 국회의 승인 없이 독단으로 UAE(아랍에미리트: 모라토리움을 선언했던 두바이가 속한 연합국가)에 투자하고 그 투자비를 전기요금 폭증으로 충당한다면 건설관계 특수층 배만 불리지 우리 서민은 다 죽을 수 있다.

어쨌든 필자가 한전을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이유는, TV수신료를 함께 붙여 전기요금을 받기 때문이다. 이 강제적이며 당위성 없는 요금 수수 시스템이 30년 한 세대나 진행됐는데, 도대체 전기와 KBS가 무슨 관계인가?
KBS는 공영 방송으로서의 신뢰를 상실하고 권력의 딸랑이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다. 그럼에도 이런 빵꾸똥꾸 전기요금 체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한전이나 KBS가 유유상종 같은 딸랑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닌가?
국영이니 공영이니를 내세우는 조직은 국민 모두의 것이며 따라서 반드시 정도(正道)로 가야지 편법(便法)을 쓰면 그 사회는 망한다.

-2010.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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