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530호 [칼럼니스트] 2009년 12월 1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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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의 세종시


홍순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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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되풀이된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1392년 고려 공양왕을 내쫒고 대권을 잡자마자 당시 서울이었던 개경을 버리고 신도안(新都內: 현재의 충남 계룡시)으로 천도할 것을 명한다. 대궐 주춧돌을 놓는 둥 1년 정도 신도안 천도를 추진하다가 1394년 한양 천도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 세종시에 대한 MB정권의 조치가 꼭 그 짝이다. 위치도 2개의 시가 같은 충청도로, 계룡산의 남쪽은 신도안, 북쪽은 세종시로 서로 가깝다. 충청도민에 대한 권력의 배신이랄까 약속 불이행이 6백년만에 재현된 것이다.

세종시는 2003년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여야 4당 합의로 만들어질 때부터 ‘국가 정치, 행정의 중추 기능을 갖는 수도’라 분명히 못박았다. 그래서 2004년7월에 73개 중앙행정기관을 그 지역으로 이전하기로 최종 결정했었고, 입법부, 사법부 등 헌법기관까지도 자체적으로 이전 여부를 결정토록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결정에 제동이 걸렸는데, 2004년 위 법에 대한 일부 시민들의 헌법 소원이다. 헌법재판소는 그 해 10월 이 소원을 받아들여 위헌 판결했다.
노무현정권은 이에 굴하지 않고, 2005년 초부터 ‘행정 + 다기능 복합도시’를 건설한다 하여, ‘신행정수도’란 명칭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바꾸고, 그 해 3월 그 도시에 대한 법률안을 국회 의결하고 공포, 5월에는 ‘예정지역, 주변지역 및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를 하고, 2005년12월20일부터 예정지역에 대한 보상을 착수하는 전광석화 같은 행동을 취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06년12월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 명칭을 ‘세종’으로 확정짓고 - 그랬지만 지금 그들 홈페이지를 보면, 행정중심복합도시, 행정도시, 행복도시, 행복도시세종, 세종, 에다가 한국토지주택공사까지 끼어 중구난방, 정신 어지럽다 - 어쨌든 다음해인 2007년7월에 기공식을 갖고 현재에 이르렀다.

그들 홈페이지에 2009년 10월19일자로 용지 조성 원가에 관한 표가 나왔다. 거기에 1m²당 조성 원가가 688,657원이고, 그 아래 세목에 ‘용지비’로 4조7876억원이 있다.
이 ‘용지비’가 주민에 대한 토지 보상비임이 틀림없는데, 그 금액을 세종시 면적 72.1km² 로 나누면, 1m²당 금액이 65,665원이다. 이 금액을 1평 가격으로 환산하면 216,694원이다.
고속철도, 철도,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24km 거리에 비행장 있지 이런 사통팔달 요지를 주민들로부터 20여만원에 샀다(보상해줬다)는 것은 칼 안 든 강도란 소리 듣기 십상이다.

그들 홈페이지를 보면, 칼 대신 ‘협의양도’와 ‘수용재결’이란 흉기를 세종시 예정지역 부동산 소유주들에게 디밀었다. 즉 협의양도- 순순히 땅을 내놓는 사람들에게는 도시 건설 후 아파트 입주권 주고 상가도 준다는 미끼를 던지고, 수용재결- 협의양도에 불응하면 정부(한국토지주택공사)가 강제로 수용하여 토지 값 얼마 준 후 양도소득세로 다시 왕창 되걷어가겠다는 협박이다.

이 회유와 협박이란 쌍칼 작전에 삶의 터전 몽땅 내주고 조상묘까지 파헤쳐 납골당에 모셨는데, 이제 행정중심복합도시 즉 서울이 안 되고 이름도 묘상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도시를 만드니 어쩌니 하니 그 곳 주민들 참으로 복장칠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1월에 MB정권은 대기업, 대학, 의료기관, 연구소 등이 세종시로 이전하면 ‘민간투자자에게 토지를 저가에 공급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여 파격적인 분양가로 땅을 주고, 세금 감면, 각종 지원금을 준다는 약속을 했다.
그런 약속의 필요에 따라 세종시(한국토지주택공사)가 1m²당 688,657원 즉 평당 2백30여만원이란 용지 조성 원가를 꾸민 모양이다. 그런데 MB정권의 위 파격적 분양가라는 약속을 감안한다면, 땅 투기에 이골이 난 대기업들이 그 가격 다 주고 땅 살 리는 없지만, 만약 그 가격 정도로만 매매가 이뤄진다 해도 진짜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폭탄 세일이다.

따라서 샀다 하면 대박인데, 그 첫째 이유가 위에 쓴 세종시의 기막힌 위치 조건이고, 그밖의 조건으로는 용지 조성 원가에 용지비는 물론 용지부담금, 조성비, 기반시설 설치비, 이주대책비, 직접인건비, 판매비, 일반관리비, 기타비용, 자본비용 등 10조원이 넘는 일체 비용이 포함돼 있어서 대기업이나 기관들이 세종시에 자리잡은 후 어떤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할 염려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러니 돈에 환장한 재벌치들이 못 이긴 척 또 권력 말씀에 순응하는 척 몇 천평씩 땅 투기용으로 안 잡아놓으면 오히려 뭐가 잘못된 것이다.

결국 한 섬 가진 넘 볏단 뺏어 백 섬 가진 넘 곳간 채워주는 꼴이 되는데 이런 쌩쑈가 MB정권의 친서민 정책인가?

12월14일자 언론 보도에, 1991년 설립된 정부 출연기관 한국행정연구원이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할 경우에는 행정비용이 향후 20년간 100조원을 상회할 것’이란 연구 용역결과가 나왔고, KTV에는 어느 저명한 나비넥타이 늙은이가 등장하여 위 용역 결과와 비슷한 논조로 주접을 떨었다.
세종시는 2003년부터 시작됐다. 그럼 20년을 예측한다는 사회에 책임있는 기관이나 인사들은 6∽7년 전 그 때부터 원안을 반대했어야지, 주민들 다 내쫓고 공사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진행된 지금에서야 가타부타 떠들면 ‘권력의 딸랑이’ 소리만 생산하지 무슨 효과가 있는가, 이 얘기는 현재 4대강 공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하여튼 필자도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하면 불합리하고, 또 토지 가격의 상관 관계로 말미암아 이전될 수도 없다 판단하는 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이전을 하지 않음으로써 국가 또는 권력에 대한 국민의 믿음(신뢰)가 깨지는 것이, 원안대로 이전했을 때보다 대승적으로 더 큰 손실이라고도 확실히 계산한다.
골빈 권력자들이 6백년 전 계산 방식을 민주주의라는 현재에도 씀으로써 참 곤란한 일이 벌어졌다.

-200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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