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521 [칼럼니스트] 2009년 10월 22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거시기머시기 | 배달신청 | columnist.org(홈) |
너무 자주 인간에게 들키는 거대 생명체들
김소희 (수필가, 동물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animalpark



얼마 전 강원도 횡성의 한 저수지에서 132센티미터짜리 대형 메기가 잡혀 화제가 됐는가하면, 어떤 백화점은 20킬로그램짜리 대왕문어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낚시꾼들의 세계를 기웃거려보면 상식을 넘어선 크기의 대형 물고기가 낚였다는 소식들을 꽤나 자주 들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아예 ‘괴물’이라는 호칭을 단 초대형 동물 이야기가 매스컴을 장식한다. 2003년 인도네시아에서는 몸길이 15미터 몸무게 450킬로그램의 ‘괴물 뱀’, 그물무늬비단구렁이가, 2005년 메콩강에서는 몸길이 2.7미터, 몸무게 293킬로그램이 나가는 ‘괴어’ 메콩대형메기, 2007년 남극해에서는 몸길이 10미터에 무게가 450킬로그램인 ‘바다괴물’ 오징어가 잡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최근 들어 이런 대형 동물들이 자주 발견되는 것 같다. 영화 ‘괴물’의 주인공이 그랬듯, 이들도 환경오염에 의한 돌연변이가 아닐까 싶어 살짝 무섭기도 하고 뭔가 그럴싸한 음모론이 기대되기도 한다. 가장 설득력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동안 발견된 초대형 동물들을 한 데 모으면 크게 어류, 문어, 오징어, 뱀으로 나뉜다. 이 동물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은 성장이 멈추지 않는 동물이라는 점이다. 무한 생장(indeterminate growth)이라고 하는데, 이게 웬 느닷없는 초능력 타령인가 싶겠지만, 나무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식물은 전 생애에 걸쳐 자라기 때문에 오래 살수록 거대해진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 살았다는 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1,100살로 높이가 60미터 둘레가 14미터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몇 미터짜리 은행나무와는 차원이 다르다. 또 사람 머리카락이나 양 털은 자르지 않는 한, 한도 끝도 없이 자라는 것도 같은 예다.  

사람은 일단 성인이 되면 성장이 멈추지만, 무한생장을 하는 동물은 성년이 되어서도 성장이 멈추지 않는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 계속 자란다. 다만 그 성장속도가 어릴 때와 달리 느릴 뿐이다. 대부분의 어류, 양서류, 곤충과 연체동물 같은 무척추동물, 도마뱀과 뱀이 무한생장을 한다. 최근 들어 발견되었던 대형 동물들은 인간을 포함한 천적, 질병, 자연 재난과 만나는 일 없이 좋은 먹이가 풍부한 안전한 환경 속에서 ‘오래’ 살았던 건강한 녀석들임에 틀림없다. 오래 살았으니 그만큼 덩치도 커졌을 테고. 물론 메콩대형메기, 대왕오징어처럼 원래 큰 종도 있지만.

대형 동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구에 살고 있었다. 다만 최근 들어 너무 자주 인간에게 들킬 뿐이다. 환경오염과 남획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했을 정도로 희귀해졌는데 오히려 자주 발견되고 있는 것은 기술 발달 탓일 것이다. 예전 같으면 이들을 운 좋게 발견했다 해도 그 크고 무거운 것을 잡아 바깥세상으로 끌고나오기조차 쉽지 않았을 테고 증거가 없으니 아무리 말해봐야 믿어 줄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꼭꼭 숨어서 사는 녀석들을 악착같이 찾아내는 데 도움을 주는 다양한 정보도 넘쳐나고, 교통통신수단, 탐사 및 포획장비도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이도 저도 안 되면 사진 한 장만 찍어도 충분하다. 게다가 세상에 알릴 수 있는 매체도 얼마나 다양한가? 게다가 대중들의 관심은 또 어떻고. 이래저래 노출 기회가 많아질 수밖에.

사실 어머니 가이아와 그 품안에 살고 있는 동물에 대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너무 불완전하다. 더 복잡하고 경이롭고 신비로운 이유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동물의 세계가 한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아닐까.

[조선일보 2009.9.3]

서울칼럼니스트모임 http://columnis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