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519호 [칼럼니스트] 2009년 10월 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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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팔이 신종플루 처방


홍순훈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hsh


MB정권은 참 바쁘다. 작년에는 광우병과 싸우다가, 금년(2009년)에는 ‘신종플루와 전쟁’ - 보복부 장관 표현- 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싸움에 진실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신종플루’라는 명칭부터 그렇다. ‘신종’(新種)은 글짜 그대로 새로운 종류이고, ‘플루’는 인플루엔자의 준말로 보통 독감이라 부르는 ‘감염성 질환’이나 그 병원체인 ‘바이러스’를 말한다.
결국 신종플루란 새로운 독감, 또는 새 독감 병원체란 뜻인데, 이 뜻은 단군 이래로 한반도에 시도 때도 없이 특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는 어김 없이 나타났던 유행성 독감(계절 플루 또는 고뿔)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신종플루’가 등장한 과정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ㅇ 지난 4월25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회의를 열어, 멕시코인지 미국에서인지 발생한 돼지 인플루엔자(SI)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 우려 사안’이라 선포했다.
ㅇ 며칠 후인 5월1일 그들은 ‘SI가 사실상 돼지와 관련 없음이 역학 조사 결과 밝혀짐에 따라’ SI 명칭을 ‘2009 인플루엔자 A(H1N1)'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 도대체 역학 조사를 어떻게 하길래 단 5일만에 ‘돼지가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지 불가사의하다.
ㅇ 이 불가사의한 변신이 신종플루에 과연 진실성이 있는가 하는 의문을 던졌다. 즉 모든 인플루엔자는 A형, B형, C형으로 구별하는데, 그 중 A형인 H1N1은 1918년에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과 같은 병원체(바이러스)로 공인돼 왔었다. 90년 전 독감 병원체나 현재의 신종플루 병원체나 같다 - 염기서열이 동일하다 - 는 것은, ‘바이러스는 돌연변이에 의해 항상 신종이다’는 과학적 진실에 맞지 않는 결론이다. 그래도 같다면, 그 명칭이 ‘신종’이 아니고 ‘구종’(舊種)이라야 옳지 않는가?
ㅇ WHO가 돼지, 사람 하며 호들갑을 떨던 5월1일 당시, 인도네시아 보건장관이 ‘SI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으며, 강대국들의 음모’라는 주장을 펴 세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ㅇ 어쨌든 WHO는 7월11일 SI를 ‘세계적 유행’으로 규정했다.
ㅇ WHO의 권고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정치 생명을 건 의료개혁사업의 일환인지는 불분명하나, 이번주(2009. 10.5.∼10.10.)부터 미국민 2억5천만명에 대한 인플루엔자 A형(H1N1)[신종플루]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한다.
ㅇ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MB정권은 ’국민행동요령’(재채기를 할 경우에는 화장지로 입과 코를 [가리고], 사용한 화장지는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비누를 이용해 깨끗이 자주 [손씻고], 37.8도이상의 발열, 기침, 목아픔, 콧물 등의 증상이 있으면 의료기관에서 [치료하고] - 보복부 홈페이지에서 인용)이란 유치원 생활교육에 걸맞는 내용을 전 언론매체에 띄워 보도케 하고, 신종플루 백신 ‘타미플루’를 접종할 수 있는 ‘거점병원’ 464곳을 지정하니 어쩌니 요란법석을 떨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신종플루’가 국민을 유치원생 취급할 정도로 치명적인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은 그 해 봄에 미국, 프랑스, 영국 등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6월부터 스페인에서 8백여만명이 감염되고, 가을쯤에 전세계로 퍼졌다. 미국을 보면, 9월 초에 첫사망자가 나온 뒤 4∽5주만에 전국이 독감 비상이 걸려 학교와 영화관이 문을 닫고 그 후 상당 기간에 걸쳐 국민의 28%가 독감에 감염되고 68만명이 사망했다.

독감(신종플루도 예외가 아니고)의 특징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1∽2일 후 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급속 발병이란 특징과 스페인 독감의 예를 보면, WHO가 규정한 ‘세계적 유행’이 아무리 늦어도 10월 들어서는 그 실체를 드러내야 된다.
그런데도 9월27일 현재 각국 보건당국이 확인했다는 감염자가 전 세계에서 34만3천명, 사망자가 4,100여명이라 한다. 웃기는 통계인데, 34만명이 계절 플루가 포함되지 않은 온전히 ‘신종플루에 의한 감염’이며 또 4천명이 합병증에 의한 것이 아닌 온전히 ‘신종플루에 의한 사망’이란 어떤 근거도 없다. 더구나 매년 전세계적으로 5650만명이 사망한다는데, 이중 1만분의 1도 안 돼는 4000명이 신종플루 때문에 사망했다면, 사망 원인이란 명칭을 붙이기에도 낯간지러운 수치다.
WHO도 계면쩍었든지, 이 9월27일 통계 이후에는 각국이 감염 사례에 대한 통계를 중지했기 때문에 자기들도 신종플루에 대한 공식 집계를 하지 않겠다고 슬그머니 꽁지를 내렸다.

한국의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 발표에 의하면, 9월26일 현재 1만5천1백명이 신종플루에 감염되어 11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 경우도 WHO와 마찬가지인데, 어디에도 1만5천명과 11명이 온전히 ‘신종플루에 의한 것’이란 증거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에서는 매년 300∽500만명이 고열, 인후통, 폐렴 등의 심각한 감기류 질환을 앓는다고 하니 이들을 모두 역학 조사하여 거기서 ‘신종플루’ 환자를 골라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진료가 엉터리다 보니 처방도 돌파리다. 신종플루에는 덮어놓고 ‘타미플루’다. 이 타미플루는 인터넷 몇 번 클릭해 봐도 이미 오래전부터 등장했던 약품이다. 즉 ‘2005년판 한겨레 582호’에 로슈가 특허권을 가진 ‘조류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라며, ‘현재 우리나라가 확보한 타미플루가 80만명분’이라 썼다.
혹시 정부는 이 조류독감(AI)에 대비하여 비축해 놓았던 타미플루를 지금 국민에게 투약하는 것 아닌가? 병원체(바이러스)가 다르면 그에 대처하는 백신(예방주사)이든 약품이든 당연히 달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이름만 같다 하여 되나 마나 약을 쓰면 사람잡는다.

따라서 금년 5월1일 이전에 정부가 ‘250만명 분’을 확보했다는 타미플루도 그 약효가 의심된다. 왜냐하면 그것도 SI(또는 AI)를 대비하여 만들었던 것이지, WHO나 정부의 ‘신종플루’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타미플루의 특허권은 ‘길리어드’라는 미국 회사가 가지고 있는데, 2009년 2분기 로열티 수익만 5190만달러였다 한다. 이 회사 전 대표이사가 부시정권 시절 럼스펠드 전 국방부장관이고 대주주는 슐츠 전 국무장관과 그 부인이다. 여기서 인도네시아 보건장관의 ‘SI는 강대국 음모’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타미플루의 생산과 판매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스위스의 제약회사 ‘로슈’가 맡고 있는데, 2009년 타미플루 매출액을 2조4천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MB정권이 얼마를 보태줬는지 또 매년 등장할 ‘신종플루’에 얼마를 언제까지 보태줄지는 전혀 알려진 바 없는데....

제발
불쌍한 민초들
국 쏟고 거시기 데고
시어미한테 따귀 맞지 않게
쥐뿔 고뿔
휘이
물럿거라

-2009. 10. 8.
[이 글은 現 “암흑시기"에 맞춰 칼럼과 詩를 결합시킨 새로운 시도입니다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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