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518호 [칼럼니스트] 2009년 9월 3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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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호의’이산가족상봉


홍순훈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hsh


추석이 되면 TV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들이 있다. 마술과 서커스, 민속씨름대회, NG모음, 깨갱대는 묘한 권법의 성룡 영화 따위에다 하나 더 붙이면 남북 이산가족상봉이다. 이 상봉은 1985년에 시작, 2007년 10월까지 16차 진행되다, MB정권 들어 중지되었다가 이번 추석에 재개된 것이다 - 무슨 이유인지 이번 상봉부터는 ‘17차’라는 차수를 붙이지 않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한다.

이번 등장 인물은 남북 각 100명씩인데, 9월 중순까지 각측 200명의 가족들 생사 확인을 마치고 그들 중에서 골라 뽑힌 이들이다. 쉽게 뽑힌 것 같지만, 이들은 참으로 대단하다 할까 행운아인 것이, 남측을 예로 들면 신청자 8만7천7백명 중에서 100명 안에 들어간 것이니 800대 1이 넘는 경쟁을 통과한 것이다.

남북 양측 관청이나 언론은 이산가족상봉이 엄청 인도적인 사업이랄까 정책인 양 풍을 떨고 있다. 그러나 거의 한 세대 30여년이나 상봉이 진행되면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남측의 7백67만명 이산가족은 물론 60세 이상의 고령자 69만명의 가족 생사조차 아직까지 확인해 주지 않고, 1백명, 2백명 선별하여 애들 눈깔사탕 주듯 가족이 죽었나 살았나 확인을 해주고 있으니 이게 무슨 육시랄 인도주의인가?

이번 추석 상봉을, 평양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이 ‘특별히 호의’를 베풀어 재개한 것이라고 한다. 북한 체재 특수성 때문에 중앙위원장의 ‘특별 호의’가 누구 호의인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즉 TV 등 언론에서는 이 상봉이 남북 적십자회라는 공적 조직에 의해 성립, 추진되는 것으로 보도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 8월10일 평양에 간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5번 체류기간을 연장하며 7일을 기다린 끝에 북한 김정일을 묘향산에서 만나 얻어낸 5개항 합의문에 그 뿌리를 뒀다 할까 근거를 마련한 것이 이번 상봉이다.
즉 그녀가 8월17일 귀경한 후 언론에 배포한 ‘발표문’ ⑤항 “올해 추석에 금강산에서 남과 북의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가 그것인데, 결국 위의 ‘특별 호의’란 ‘김정일 호의’란 뜻이다.

남북 관계의 주요 현안 중 하나인 이산가족상봉 문제에 국가 조직이 배제 - 현회장 방북 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정부와 사전 조율이 없었다’고 분명히 밝힘 - 되고, 일개 개인 기업 사장이 적국 수장과 홀로 결정하다니, 도대체 지금 한국이란 국가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의심스럽게 하는 상봉의 전개다. 이럼에도 아국 수장은 하늘에서 만세삼창이나 부르고 있으니 이거야 원....

특히 북측 중앙위원장이 호의를 베풀었으니, ‘화답(和答)’을 해야 될 것 아니냐는 ‘조폭식 으름장’에 놀아나는 남측의 꼬락서니를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 이 화답에 대해서는 지난 8월17일 미국 ‘로이터통신’이 잘 짚어줬다. 즉 미국 여기자 석방 그리고 현대아산과의 경제협력 재개는, 북한이 ‘누적된 경제적 손실, 외화 현금의 필요성, 식량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로이터통신의 지적은 원론적인 것이고, 정확한 ’화답‘의 의미는 2007. 2월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합의했었던 ’쌀 20만톤과 비료 30만톤 지원‘을 그즈음 MB정권이 들어서면서 유야무야(有耶無耶)됐으니 이제 그 지원을 실현하라는 것이다.
이 요구에 대해 누구 술책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금년 북에서는 비료가 부족하여 쌀, 옥수수가 흉작이므로 식량 180만톤이 부족하다’, 또 ‘남한에서는 작년 대풍(大豊)으로 쌀 재고가 늘면서 쌀값이 폭락할 우려가 있다’ 따위의 지원을 위한 군불을 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화답은 정부 조직 차원이고, 개인적 화답 - 화답이라기보다 보은(報恩)이란 표현이 맞을 테지만 - 역시 ‘로이터통신’이 짚어줬다. 즉 이번 상봉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어 북측이 ’수천만 달러를 현대로부터 연말까지‘ 받게 될 것이며, 개성공단의 임대료와 임금 인상을 실현시켜 북측이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산가족상봉은 역적가(逆賊家)의 작품이란 뜻이다.

혹자는, 남북 이산가족이 서로 만나 한만 풀면 됐지 어떻게 만나든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겨우 10여년 전 북측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인민 3백만명이 굶어죽고 1백만명이 식량을 찾아 압록, 두만강 건너 유랑길에 오른 사실 - 이들이 바로 우리 가족이다 - 을 모두가 잊으면 안 된다.

서울 평양
보기 싫어
돌아앉은
금강산

가을 단풍
붉디 붉어
풍악(風嶽)이라네

비로 옥녀 영랑 월출 오봉
피투성이
1만2천봉

유점 장안 신계 표훈 단청도
울긋불긋
8만9암자

하늘이 붉게 물드니
상팔담, 가막소, 십이폭, 구룡연
물도 따라
핓빛이네

-2009. 9. 30.
[이 글은 現 “암흑시기"에 맞춰 칼럼과 詩를 결합시킨 새로운 시도입니다.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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