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515호 [칼럼니스트] 2009년 8월 3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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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에또 까레스끼!


홍순훈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hsh


작년(2008) 4월29일 이 칼럼난에 ‘우주시대’(No.1424)란 글을 실었었다. 그 글 중 일부를 여기 다시 옮겨 실으면;
<그런데 우주사업단장의 말이라며, 다음 글이 최근 어느 잡지에 실렸었다. “러시아에서 들여온 발사용 로켓은 우주로 사라진다. 그러나 GTV(실제 로켓과 같지만 우주로 쏘는 대신 지상에 묶어 놓고 연소 실험을 하는 로켓)는 남는다. 우리 연구진은 이를 해체해 부품 하나하나를 국산화한다. 일단 1단 로켓을 국산화하면, 이 로켓 4개를 붙여 2017년 1.5t급 실용위성을 실은 ‘KSLV-2호'를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기술 도둑질로 중국과 같이 2020년까지 달 탐사를 하겠다고 정부 차관이 읊으니......>

이런 한심한 발상들이 이번 나로호 발사 실패(2009.8.25.)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실패면 실패지 ‘절반의 성공’, ‘부분 성공’이라니, 도대체 축구공이 하프라인만 넘어도 0.5점이고 화장실 문고리만 잡아도 응가가 반은 성공인가?

나로호 발사 실패는 예견됐던 것이다. 금년 6월9일자 보도에 <러 전문가가 2년 걸릴 발사대를 ’초보‘ 11인이 19개월만에 건설했다>고 ‘우주개발본부’가 언론에 대서특필되도록 떠벌였다. 이게 자랑인가, 왕초모양 ‘삽질’만 잘 하지 골통은 훵빈자들이 모여 시대의 첨단 과학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더구나 발사도 하기 전에, ‘미국, 일본, 영국도 1차 발사 때는 실패...’ ‘발사 성공률이 27%에 불과....’ ‘발사 실패시 내년 4월 같은 모델로 2차 발사...’ 운운해대니, 국민이 듣기에는 이 자들이 지금 장난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것이었다.

그 운운을 뜯어보면, ‘1차 발사’라는 것은 50∼60년대 우주 개발 초창기 때 얘기고, 지금의 발사 성공률은 90% 이상으로 쐈다 하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서 제 갈 길 가는 것이 기본이지, 우주선 발사 실패는 해외 토픽감으로도 최근에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내년 4월 같은 모델로 2차 발사’는 이 자들이 우주에 관한 첨단 과학 지식은커녕 세상사는 기본 상식이나 제대로 있는 것인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즉 이번 8월 실패 후부터 내년 4월까지 8개월 동안, 나로호 발사 실패 원인을 찾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그리고 원인을 찾는다 해도, 내년 4월까지 그 원인을 해소할 수 있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이런 보장이 없다면, 뭐하러 ‘같은 모델로 재발사’하는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로, 계속 실패하여 성공의 확률을 높이겠다는 발상인가?

지금 나로호 실패 원인을 공무원들이나 언론들이 페어링(위성 보호 덮개) 분리 실패로 몰아가고 있다. 물론 그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추측 ㅡ 나로호는 페어링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추측에 의한 것이지만 ㅡ 은 상식에 배치된다. 왜냐 하면, 페어링 분리 시점은 지극히 예민하며 나약한 기계인 통신위성이 외부로부터 아무런 자극도 받지 않는 고도 177km 우주 공간에 소재할 때다. 이런 시점에 기계적 오작동에 의해 페어링이 분리 안 됐다는 것은, 발생 확률 0%로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분리 작동이 안 됐다면, 안 된 요인 즉 기계가 타서 눌어붙었다는 등의 외부적 요인이 분리 작동 시점 이전에 벌써 발생했다는 결론이다. 그 입증이 ‘페어링이 한쪽만 열리고 다른 한쪽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계적 오작동이라면 두쪽 다 열리지 않아야지, 한쪽만 열리고 한쪽은 열리지 않을 수 없다. 뭔지가 한쪽편과 그 반대편에 다르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일본이 개발한 HTV(무인 우주 수송선)의 부품이 28만개 정도라한다. 이중 한 개만이라도 고장나면 ‘미션 실패’라는 것이 그들 말이다. 나로호 발사 실패 원인 규명은 참으로 어렵다. 더구나 관계 공무원들이 사실대로 모든 것을 공개하지 않고, 책임 회피용 거짓말이나 실실 해댈 때는 더욱 그렇다.

위에도 썼지만, 현대중공업의 주도로 만들었다는 발사대부터 영 이상하다. 2020년까지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발사대가 마치 장난감 같다. 외국의 우주선을 보면 3∼4단 로켓이 일반적이며, 1단 로켓을 2개에서 4개까지 함께 묶어 붙인다. 나로도 발사대는 이런 강력한 추진력 그래서 가장 진동이 심해 불안정한 상태의 발사체에 맞춘 것이 아니다.
그리고 TV로만 봐서 그런지, 분사 가스의 분출 형태가 외국 우주선 발사 장면과는 다르다. 가스가 발사대 아래의 지하 터널을 통해 TV화면 왼쪽으로 나오는 것 같았다. 만약 발사대에서 정확한 양의 분사 가스가 정확한 각도로 우주선을 밀어올리지 않으면, 몇 천km를 비행해서 몇 10km의 오차ㅡ 나로호는 36kmㅡ 가 나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

<발사대가 다 세워지고 나서 러시아측이 갑자기 검사항목을 99개에서 358개로 늘렸다>는 나로호 연구팀의 발언을 인용한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 의미는 러시아측도 발사대에 신뢰를 갖지 못하고 뭔지 이상을 느꼈다는 것이다. 한국인 특히 재벌 특유의 ‘빨리빨리’, 그리고 치밀한 계산을 무시한 ‘적당주의’가 그들 눈에도 거슬렸음이리라.

우주 개발은 원점에서 개념부터 다시 정립해야 된다. 러시아 운운하는데, 이것도 국민을 혼란시키는 대국민 사기다. 나로호 한국측 당사자는 항공우주연구원 곧 한국 정부지만, 러시아측 당사자는 러시아 정부가 아니고 흐루니체프라는 민간 기업이다.
한국 정부 산하 연구원이 이익 추구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러시아 민간 기업에게, 발사가 실패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1단 로켓 1기 내지 2기를 무상으로 제공하라 요구하면, 그들이 과연 순순히 응하겠는가? ㅡ 더구나 현재로서는 그들에게 실패 책임을 물을 건덕지가 없는데 말이다. 한국 정부 입장도 있으니 국제 소송으로 갈 확률이 높은데, 그것도 이미 계약서에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대비해 놓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결국에는 2천억 또는 3천억원 다시 돈을 더 줘야 그들이 예비로 만들어 놓은 1단 로켓을 한국에서 인도받을 수 있다는 얘긴데, 그렇게까지 해서 통신위성 하나 우주에 올려 놓아봤자 무슨 이득이 있는가?ㅡ 더구나 그마저 발사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한국 우주 개발은 애시당초 방향을 잘못 잡았다. 러시아도 그렇지만 일본의 발사체 개발도 민간 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이 주관하고 있다. 도대체 돈이란 돈은 모두 빨아먹는 블랙홀 한국 재벌들은 그 돈 다 무엇에 쓰려고 국민 혈세 5000억원을 공중에 날리는 데 뒷짐만 쥐고 있는가? 아니 오히려 서민들은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운 마당에 쥐어짠 그 아까운 혈세ㅡ 2010년 우주개발사업 예산만도 4000억원ㅡ 에 코를 디밀고 빨아먹는 특혜에나 신경쓰는 것 아닌가? 시대를 선도하지 못하고 재테크에만 눈이 벌건 이들 재벌이 한국 또는 한국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시간에도 인터넷 사이트를 보니 장관이나 지낸 자가 ‘러시아를 자극말아야’ 되고, 실패했을 때 ‘모든 국민이 격려해주고 손뼉을 쳐 줘야 한다’고 씨부렁거린 인터뷰 기사가 나왔다.

에또 까레스끼!
나로에 같이 묶어
보낼 넘이 또 있었네
못 오를 나무는 쳐다도 보지 말고
개들은 풀이나 뜯고 자지러져라
거짓 거짓 거웃이
이 강 저 하늘에 흩날리니
나로 나로 졷나로

-2009. 08. 31.

[참고 : 이 글은 "암흑시기"에 맞춰 칼럼과 詩를 결합시킨 새로운 시도입니다. '에또 까레스끼'는 '이것이 한국(한국인)이다'라는 뜻의 러시아어.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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