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504 [칼럼니스트] 2009년 4월 2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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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에 대한 단상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나는 지난해만 해도 경기가 안 좋구나, 이러다 좋아지겠지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10년 전 엄청나게 고통스러웠던 외환위기를 겪었지만, 얼마 전 아이엠에프로부터 빌린 돈을 다 갚았다고 들었다. 그 때의 뼈저린 경험으로 충분한 외환보유고도 기록하고 있고 그래서, 참, 한국은 대단한 나라야,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았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는 그냥 경제가 안 좋다는 단순한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언젠가부터 깨닫기 시작했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서 주가가 내리고 사니까 올라간다는 한국의 단순한 경제보도에 식상하여 영국 미국 언론 웹사이트에 들어가 경제 관련 기사를 보기 시작했다. 왜 그들이 한국의 주식을 내다 파는가, 무슨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말이다.

사태가 심상치 않았다. 외환위기 당시는 아시아 국가의 외환 위기였으나 지금의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이다. 투자은행, 은행, 보험 등 전 세계 금융권이 얽히고설키어 너무 복잡하다. 예를 들어 미국으로부터 싸게 돈을 구할 수 있었던 한 영국은행은 약간의 이윤을 붙여 집사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준다. 그런데 그 미국은행은 집사는 미국인들에게 빌려주었던 돈이 들어오지 않게 되자 회수에 나서고 그 영국은행은 자금이 말라 망한다.

그 이후 금융기관끼리 못 믿어 돈을 서로 빌려주지 않는다. 한국에 투자했던 외국인들도 자기의 나라나 자신이 속한 기관이 어려우면 내다 팔 수 밖에 없다. 세계적인 은행들이 도산하기 시작했다. 은행이 도산하면 국민들이 고통을 받으므로 영국정부와 미국정부는 어절 수 없이 은행을 국유화한다.

시장경제, 탈규제화를 외치며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마치 이 지구에 파라다이스를 건설할 것처럼 잘난 척하던 신자유주의 경제의 종말이 예견되기도 한다. 악성 빚을 숨기고 투자자들을 바보로 만든 영리한 금융권 사람들이 아직도 자신들의 빚을 숨겨 자꾸 악성채무가 나타나 언제 세계경제가 회생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고도 한다.

금융기관을 빚더미에 올려놓고 파산직전까지 몰고 간 중역들은 이미 어마어마한 액수의 보너스를 챙기고 이미 떠난 뒤였다. 금융위기가 전 세계의 돈 가진 사람들을 절망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 와중에 사기 사건에 연루된 세계적인 부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이런 긴박하게 돌아가는 세계적인 돈장사의 흐름에서 한국은 괜찮다, 다 괜찮다 라는 말만 처음에 했다. 3개월짜리 돈을 외국에서 들여와 높은 금리로 1년 거치로 빌려 주었다 치자. 그러나 3개월마다 외국 금융기관으로부터 연장을 받아야한다. 문제는 상대에서 회수하겠다고 하면 다른 자금줄을 찾아야 한다. 돈 빌리러 여기저기로 다닌다. 안 빌려주면?

또 환율에 손을 대는듯한 현상도 나타났다. 적어도 영어로 된 경제 금융관련 정보와 논문을 읽고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경제를 맡아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이해한 다음 환율이던 경제 정책을 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회사를 위해 일했던 사람을 쓰면 자기 회사 좋은 쪽으로 나라 경제를 몰고 가니…….

아무튼 이제 환율은 걷잡을 수 없이 오르고 있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 장사를 잘 했어도 자금을 외국에서 들여온 기업은 빚을 갚아도 갚아도 늘어난다. 외국돈으로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번 올라간 환율은 언제 내려올까?

자신도 모르는 외국에서 온 파생금융상품을 적금 들러 간 서민들에게 팔아야만 했던 한국의 은행원들. 그들은 상사가 그래프를 그려놓고 닦달을 하니까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한다고 한다. 본인들도 샀단다.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다. 자식들의 결혼자금, 자신들의 노후자금으로 은행의 권유로 소위 펀드라는 상품을 산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무서워서 들여다보지도 찾지도 못한다고 한다.

대학교육 시켜놓아도 술 먹이는 상사 싫어 자식들이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와 소위 카페인지 음식점을 한다고 하다 빚을 지면 집을 팔아서 대신 빚을 갚아 줘야 하는 부모들. 그들은 자신의 노후를 두려워하고 있다. 빚진 아들이 내 아들이라는 우스개가 돌아다닌다.

그래도 희망을 느끼는 것은 어쩌랴!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는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인기이다. 내가 수만 밀리언 달러짜리 세계경제를 걱정하며 블로깅 하는 동안, 주로 젊은 층에서 애용하는 인터넷에서 이 만화를 하루 평균 23만 명이 봤다고 한다. 지난 주 서점에 가 뒤늦게 책을 사보니 무려 11쇄를 기록하고 있었다.

나는 2만7천6백 원 주고 산 이 세권의 만화책을 그날 단숨에 읽고 펑펑 울었다. 설혹 리어카를 끌며 폐지를 모아 파는 리어카할머니가 되더라도, 설혹 손에 9만원 밖에 없다하더라도, 사랑과 우정을 지니고 인간답게 살다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감동했다.

인간에게는 돈보다 사랑과 우정이라는 느낌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만화책. 세계가 돈장사에 미치다보니, 손에 흙 안 묻히고 남의 돈으로 잘살려고 하다 보니, 은행돈 대출받아 아파트 한 채 더 사고, 그 아파트값 오르면 팔아 잘 먹고 잘살려고 하다 보니, 다들 그렇게 하니 모두 따라하다 보니 금융위기가 오지 않았겠는가?

그날 나는 작은 유기농 애호박을 거금 2천3백8십 원을 주고 사 동그랗게 썰어 천일염으로 소금 간을 한 다음 간이 배면 물기를 닦고, 우리 밀가루를 뿌리고, 유기농 계란을 풀어 호박전을 부쳐 딸에게 먹였다.

딸이 말했다. ‘엄마, 호박전이 참 맛있네요!’
그날은 참 행복한 하루였다.
금융위기는 금융위기일 뿐이고!

- 한국한센복지협회 '복지' 2009 3.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