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95 [칼럼니스트] 2009년 3월 4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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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관광객이 볼만한 공연물이 없다

이규섭 (서울칼럼니스트모임회원, 시인)
http://columnist.org/kyoos


해외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공연물 감상이다. 다양한 공연을 보면서 그 나라, 그 지방 문화의 속살을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앤드의 연극이나 뮤지컬 등 고급공연물은 논외로 치자. 접근성도 쉽지 않고 관람료도 녹록치 않다.  

앙코르 浮彫에서 살아 나온 압살라춤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는 패키지관광객들을 위한 다채로운 공연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신들의 정원’으로 불리는 앙코르와트의 관문 씨엠림의 ‘압살라 민속춤’은 앙코르와 함께 세계무형문화재로 등재된 캄보디아의 자존심이다.
화려한 머리장식과 잘록한 허리, 풍선처럼 부푼 가슴, 잠자리 날개 같은 하늘하늘한 옷자락, 손과 발의 움직임이 독특한 압살라 춤을 보고있으면 앙코라 유적군(遺跡群) 부조(浮彫)에 수없이 새겨놓은 압살라 무희들이 살아 움직이는 착각이 든다. 압살라는 우리말로 ‘천사’. 그리스 로마 신화의 님프에 해당되며 ‘춤추는 여신’ ‘천상의 무희’를 뜻한다.

트랜스젠더들의 화려한 알카자쇼
태국의 휴양도시 파타야의 ‘알카자 쇼’는 세계3대 버라이어티쇼 가운데 하나다. 흔히 게이 쇼로 알려져 있으나 출연자 모두 트랜스젠더들로 미녀 뺨치게 예쁘다. 그들이 펼치는 쇼는 화려하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늘면서 한국 고전무용을 추고, 가요도 들려주어 한류열풍을 알카자 쇼에서도 실감한다. 쇼가 끝나면 무희들이 극장 앞에 나와 관광객과 기념사진을 찍고 팁을 받는다. ‘티파니 쇼’는 알카자 쇼보다 규모가 크고 탄탄한 스토리를 갖춰 인기다.
파타야 열대식물정원 녹눙 오키드 빌리지의 코키리쇼도 눈을 즐겁게 한다. 음악에 맞춰 람바다 춤을 추고 긴 코를 이용하여 농구도하고 훌라후프를 돌린다. 그림을 그리는가하면 축구도하고, 누워있는 사람 사이를 넘기도 한다. 묘기를 끝낸 코끼리가 관람객 앞으로 다가와 던져주는 바나나를 먹고 다리를 굽혀 인사하는 보습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귀엽다. 태국 전통무용과 대표적인 격투경기인 무에타이 등은 입장료에 포함되어 무료다. 조련사가 악어 입에 머리를 넣는 등 아찔한 묘기를 펼치는 악어쇼도 화석공원의 볼거리다.

아슬아슬한 공중기예 상하이서커스
중국은 땅덩이가 넓은 만큼 관광명소도 많고 공연물도 다채롭고 스케일도 크다. 베이징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문화체험은 경극(京劇)과 서커스다. ‘중국의 오페라’로 불리는 경극은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전통예술로 우리에겐 영화 ‘패왕별희(覇王別姬)’를 통해 친숙하다. 대사보다는 노래와 연기로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외국인 전용극장에서는 영어와 북경어 자막이 함께 나온다.
요즘은 서커스와 소림 쿵푸, 가면을 빠르게 변환시키는 ‘변검’ 등을 맛보기 식으로 보여주는 ‘전통 종합공연극장’도 부쩍 늘었다. 베이징 서커스가 접시돌리기, 자전거타기, 원형 틀 빠져나가기, 외나무 묘기 등 집합예술성이 강한 반면 상하이서커스는 공중곡예가 많다. 어린 곡예사들의 아슬아슬한 기예와 원통 속에서 6명이 오토바이를 모는 목숨을 건 묘기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모두가 옵션이지만 요금이 아깝지 않다.

협곡을 무대로 펼치는 ‘선종소림음악대전’
저장성(浙江省)의 성도 항저우(杭州)의 '송성가무쇼'도 화려하고 다이내믹하다. 남송시대 서호(西湖)를 배경으로 전설영웅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다. 종반에 장고춤, 상모돌리기, 일본의 가부끼 춤을 끼워 넣은 것은 다분히 한·일 관광객을 노린 문화적 상술이다. 무대 천장과 지하, 객석에서 출연진이 동시다발로 등장하여 관객들의 얼을 빼놓는다. 무대에서 대포를 발사하는가하면 천장에서 비가 내려 탄성이 절로 나온다. LED 불빛 회오리 등 최첨단조명과 입체음향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송성(宋城) 가무쇼

스케일이 크기로는 단연 허난성(河南省) 소림사의 ‘선종소림음악대전’이다. 해발 1400m 쑹산(崇山) 협곡의 나무와 바위 등 자연 그대로가 무대다. 총 5악장으로 구성된 공연은 물, 나무, 바람, 빛, 바위를 주제로 노래와 춤, 무예를 곁들여 숨가쁘게 펼쳐진다. 음악과 빛을 이용해 소림사의 정신과 무술의 세계를 종합예술로 승화시켰다.
 양치는 여인이 양떼를 몰고 무대에 오르고, 소림무예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온몸에 빛이 나는 발광(發光) 옷을 입고 허공을 날아다니며 칼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상상을 초월한다. 무대가 워낙 넓어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다. 총감독은 ‘와호장룡’과 ‘영웅’의 음악감독으로 한국 펜들에게도 친숙한 탄둔(Tan Dun)이다. 700여명의 출연진과 600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공연이니 스케일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선종소림음악대전

“비용은 많이 드는 데 볼 것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관광업계가 2010~2012년을 ‘한국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해외관광객 1,000만명 유치에 발벗고 나섰지만 문화컨텐츠는 빈약하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중국의 10분의 1수준으로 세계 36위다. 아시아에서조차 8개 관광경쟁국 중 7위로 밀렸다.
왜 그럴까? 숙박비 등이 비싸 비용은 많이 드는 데 비해 별로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관광상품의 다양성과 특색이 없고 교통과 언어의 불편, 음식과 서비스는 부실하다. 경복궁 등 고궁관람 뒤 인사동에 들리면 싸구려 중국산 기념품이 판을 친다. 입장료 안 드는 청계천을 둘러 본 뒤 덕수궁 앞 수문장교대시기에 시간에 맞추려 헐레벌떡 뛰어야 한다.
값싼 패키지여행상품으로 제주도를 다녀왔다는 한 중국인 관광객은 “제주엔 볼 곳도 없고 음식도 나빠 다시는 안 오겠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성산일출봉 등 입장료가 없는 곳 위주로 안내했으니 볼 것이 없다는 불만은 당연하다.     

전통문화 접목한 공연문화개발 절실
특히 외국인관광객들이 볼만한 공연문화가 없다. 지역의 특색을 살려 전통문화를 접목한 공연문화개발이 절실하다. 경북 안동의 하회탈춤을 중심으로 세계의 탈춤을 축제기간에만 보여줄 것이 아니라 전통탈춤과 현대탈춤을 아우르는 상설공연장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다.
전북 전주세계소리축제도 ‘유네스코세계무형유산 특집공연’ 등을 펼치며 우리문화의 정체성을 인식시키고 있다. 상설무대를 개설하여 판소리와 창극을 공연하면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역축제를 해외관광객 유치와 접목시키려면 전용극장 확보, 외국어 자막처리시설, 숙박시설, 관련자료 전시실 등 문화기반시설의 확충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돼야 한다. 아니면 ‘한국방문의 해’ 외국인관광객유치는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만다.

-대한언론인회보 0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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