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86 [칼럼니스트] 2008년 12월 23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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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황산 구경
박강문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parkk


2008년 10월 5일 중국 황산(黃山)을 오르다가 산중의 북해빈관(호텔) 옆 길에서 뜻밖에 서울신문 사우 조덕연(趙悳衍) 선배를 만났다. 황산 일부인 서해대협곡을, 나는 보러 가고 있었고 조 선배 내외는 다녀오고 있었다. 조 선배는 말했다. "구름이 점점 많아져서 지금 가면 협곡 보기 어려울 걸. 난 그래도 봤지만." 과연, 그랬다. 나는 내내 구름 속을 걸었다. 운해(雲海)가 어느 정도면 황산 전체를 전해(前海), 북해, 동해, 서해로 나누어 놓았겠는가.

황산은 최고봉이 1864m. 관광객은 케이블카와 잘 만든 탐승로를 이용하여, 최고봉까지는 아니지만, 꽤 높은 데까지 올라간다. 가파른 산허리에 선반 달아내듯 만든 길은 길바닥 바로 아래가 허공이다. 이런 길들과 케이블카, 그리고 높은 산 속에 지은 호텔들, 자연보호론자들이 보면 대단한 자연훼손이다.


^ 구름바다 속의 황산

 다음 날인 6일, 산중 숙소인 서해산장에서 출발하여 산등성이를 걸어 넘고 백아령(白鴉嶺)에서 운곡삭도(雲谷索道)에 매달려 내려오는 동안, 구름이 좀 걷혀 기암(奇巖)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서해산장은 전기난방이 잘 된 호텔이어서, 이불도 덮지 않고 보송보송하게 잘 잤다. 10월초 황산 기온은 낮에 15도, 밤이면 7도쯤 되었으며 습도가 높았다.  

^ 황산에 구경 오는 한국인이 많다 보니 산속 이정표에도 한글이... 틀린 글자가 하나 있다.

황산은 안휘성(安徽省)에 있고 황산에 가까운 도시 이름도 황산이다. 황산시 외곽에서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황산의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간다. 황산을 가자면, 먼저 절강성(浙江省) 수도 항주(杭州)시까지 비행기로 가고, 거기서 황산시까지 버스로 고속도로를 세 시간 달린다. 항주는 남송(南宋)의 서울이었던 고도다.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놀던 서호(西湖),  송대 분위기를 재현한 송성(宋城), 큰 절 영은사(靈隱寺) 등 볼 만한 데가 꽤 있다.

^ 중국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들은 깨끗하다. 항휘(항주-안휘)고속도로 휴게소 남자 화장실 소변기 위 벽에 붙은 표어. "작은 한 걸음 다가서면, 문명은 큰 한 걸음"

여행 사흘째며 마지막날인 6일 황산 시내에서 조덕연 선배를 또 만났다. 가이드가 관광객들을 보석가게에 밀어 넣었는데, 조 선배와 나는 각각 일행과 떨어져 가게 앞마당에 나와 서성거리다 마주친 것이었다. 전날 산 구경이 끝난 조 선배는, 내가 오전에 구름이 걷혀 케이블카로 내려오는 도중 좋은 경치를 보았다 하였더니, 매우 부러워하였다. 서해대협곡 조금 본 것만으로도, 그는 장가계와 원가계보다 황산이 훨씬 좋다고 했다. 나는 경치 가린 구름만 본 것 같아 판단이 안 되는데, 딴 사람 아닌 조덕연 선배가 그렇다고 하면 믿어야 한다.   

- 서울신문/스포츠서울전직사우회 서우회보 제4호(20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