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85 [칼럼니스트] 2008년 12월 8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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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종시대 외국인 인권

이규섭 (서울칼럼니스트모임회원, 시인)
http://columnist.org/kyoos


퇴직 후 행정자치부 산하기관에서 발행하는 월간 '지방의 국제화' 편집장을 맡은 적이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국제화의 지향점은 세계문화를 수용하고, 시장개척을 통한 수익 창출로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들은 앞다퉈 해외도시와 자매결연과 우호협정을 맺고, 정보와 문화교류, 시장개척, 공무원과 주민 해외연수를 활발하게 추진하여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세계 여러 나라와의 교류확대가 '외향적 국제화'라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보듬고 생활편의를 도모하는 것은 '내향적 국제화'다. 지자체들은 외국인 지원 조례 제정,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 등을 설립하고 각종 서비스와 사업들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당시 필자는 '외국인이 살기 좋은 지자체를 찾아서'를 연중기획으로 진행하면서 외국인 지원 사례를 르포로 소개했다. 그 가운데 경기도 안산시의 다문화 다인종 공생 정책은 좋은 본보기였다.

안산시는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를 시청이 아닌 외국인 밀집지역에 설치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해들었다. 외국인 민원상담은 기본이고, 구인과 구직, 생활법률상담과 함께 귀화근로자 개명사업까지 펼쳤다. 도로교통표시를 한글과 영어 중국어로 표기하는 등 편의시설에도 세심한 관심을 쏟았다.
안산시에 등록 된 외국인은 58개국 3만5000여명이고, 불법 체류자까지 합치면 6만∼7만명의 외국인이 사는 국내 최대 외국인 거주지역이다. 외국인 거리로 유명해진 원곡동은 인구 2만2000여 명 가운데 절반이 외국인으로 외국인 상점과 식당이 즐비한 '국경 없는 마을'로 자리잡았다. 주말이면 서울, 경기, 대전, 충남 등지의 외국인들이 찾아와 서로 안부를 묻고 고향이야기를 나눈다.

안산시는 이에 그치지 않고 관내에 사는 외국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외국인 인권조례'를 만들기로 했다니 지자체로는 처음이다. 외국인이 인종,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도록 법률 지원 등 편의를 제공하고, 부당 노동행위와 인권 침해를 하는 외국인 고용기업에는 시정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는다니 진일보 된 정책이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06만 명을 넘어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으나 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하다. 외국인 노동자와 불법체류자들은 아직도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베트남 결혼 이주자 구타 사망 사건은 외교 마찰로까지 비화할 뻔한 외국인 인권침해의 대표적 사례다. 외국인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체임을 비롯한 부당 노동행위를 당했다는 조사결과가 있고 재해율도 내국인의 5배가 넘는 등 인권침해사례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역의 주민이자 우리 이웃이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마련도 중요하지만 고향처럼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보살피고 배려하는 열린 마음이 더욱 절실하다. 다인종의 포용은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잣대이자 세계화의 지름길이다.
교차로 2008.12.5

서울칼럼니스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