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80 [칼럼니스트] 2008년 11월 4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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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놀아봅시다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인터넷에서 ‘좀 놀아 본 엄마와 함께 영화 고고70을 보러 갔다 왔다’는 표현을 읽고 참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했다. A Flower Power 시대에 청춘이었던 좀 놀아본 싱글 맘의 얘기를 가지고 아바의 노래에 맞춰 뮤지컬로 성공한 맘마미아가 올해 영화로 개봉되더니 한국에서는 고고70 이라는 영화가 중년을 유혹하고 있다.

비슷한 시대의 노는 이야기인데 왜 맘마미아는 되고 한국영화 고고70은 안되었을까? 그 이유를 올린 글 중에는 엄마세대 중에는 노는 문화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 그렇다는 분석이 나의 관심을 끈다. 그 시대를 살아본 당사자로서 기록이라도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로 놀아보지도 못한 엄마지만 이 두 노는 영화를 적극적으로 보러갔기 때문이다.

시간이 남아서, 누가 보러 가지고 해서,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등의 이유에서가 아니라, 내가 정말 보고 싶어서 함께 갈 사람을 찾고, 날짜를 맞추고 하여, 팝콘을 사서 함께 먹으며, 영화 본 다음에는 늦은 점심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상하게도 새 영화가 나오면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심드렁한 상태로 지났기 때문에 이 두 편의 영화를 보러 일부러 영화관을 찾은 것은 나로서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삼대가 한 집에 살며 매일 모여 밥상에서 밥 먹는 삼십년 째 같은 형식의 텔레비전 드라마에 질려 텔레비전 연속극을 안 보게 되어서일까?

지난여름 런던 레스터 스퀘어를 지나다 극장에 맘마미아 간판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 들어갈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뮤지컬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영화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께 있던 사람이 별로 흥미를 보이는 것 같지 않아 포기하였다. 그 후 서울에서 개봉이 되자 나는 같은 세대를 연락하여 보러 갔고 책방 한편의 시디 코너에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좀 들어보다 결국 영화배우들이 부르는 아바의 노래를 사고야 말았다.

맘마미아는 뮤지컬이 아바의 허락을 받기까지 몇 년, 뮤지컬로 성공한 지 십년 이상,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기 까지 수년 등등 오랜 기간 동안 다툼이 있을 수가 없을 만큼 검증되고 검증된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당사자들의 합의 아래 탄생한 작품이라 믿어진다. 이미 해리 포터의 기록을 깨고 세계에서 떼돈을 벌어 들이고 있다 한다.

그런데 최근 고고70 이라는 한국영화는 사실이 왜곡되었다는 문제 제기부터 접하게 되어 뭐 그리 복잡한 영화를 볼까 싶어 포기하였다. 그런데 제목이 흥미로워 결국 가기로 마음먹고 영화관을 찾아보니 하는 곳이 별로 없었다. 물어물어 간 곳이 소위 말하는 G 나이트클럽이 위치한 노는 거리에 자리잡은 영화관이었다.  

기네 아니네 하는 다툼이 일어 흥미를 잃은 영화인데도 나는 왜 포기 않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동네까지 어렵사리 찾아 가서 그 영화를 보았던가? 그것은 내가 오래 전 언젠가 흰 양복을 입은 키가 크고 훤칠한 네다섯 명의 밴드가 연주하는 곳에 가 그들의 공연을 보았고 그 멋있는 한 명이 노래하다 내 테이블인지 옆 테이블인지에 엎어진 그 광경을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짜릿했던 전기음향과 멋있는 노래와 테이블에 엎어지는 퍼포먼스는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노는 문화에 대한 추억으로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아이들의 과외선생을 찾고, 학원에 대려다 주고 밤늦은 시간에는 운전사로 대기하는 중년 부모의 삶은 이제 듣기도 짜증난다. 그렇게 좋은 대학 들어가 봐야 부모랑 밥 한 끼 같이 안 먹는다는 푸념도, 이제 대학 들어갔으니 네 용돈이라도 벌라고 했더니 아르바이트 하러 가는 날 버스타고 못 가겠다면서 차로 운전해서 데려다 달라고 한 잘난 아들 이야기, 한술 더 떠 좋은 대학 들어가 주었으니 아버지 불러내 차 한 대 사달라고 한 이야기 등등 .

더 가관은 대학 입학 이후 관심을 끊으면 왜 지금까지 잘해주다가 지금 잘 안 해주느냐며 우울증(?) 증세를 보여 모른 척 할 수도 없다 한다. 또 대학 졸업하면 취업을 해야 하는데 이것도 왜 다른 엄마는 다 정보를 알아 오는데 한다거나, 심지어 아들이 신혼여행가서도 엄마에게 전화해 물어본다는 엽기적인 일까지 있다고 전해 온다.

아이들의 대학 입시를 위해 부모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고, 그렇게 살도록 강요당하는 중산층 중년 부모의 삶은 짓눌려 있다. 고고70에 나온 대사처럼 이제 그만 좀 놀아 봐도 되지 않겠는가?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이 노는 것이라 갑자기 못 놀겠으니 고작 하는 일이 노는 사람들이 나와 노는 영화라도 보며 대리 만족을 한다.

영화 맘마미아의 꾸준한 한국 상영에는 아이들 사교육에 찌들어 학원용 운전사나 기러기가 된 중년부모가 발발 떨며 자신을 위해 쓰는 7천원의 힘도 보탬이 되고 있으리라. 그나마 선진화된 컴퓨터 예약을 하지 못해 극장 입구에 가서야 표를 사고 있다. 참 한심한, 소외된 중년들이 이 땅에 살고 있다.

- 2008.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