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77 [칼럼니스트] 2008년 10월 1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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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뉴먼과 우정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얼마 전 폴 뉴먼Paul Newman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나는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가 떠올랐다. 영화 속에서 두 범법자가 쫒기다 더 갈 곳이 없자 높은 절벽에서 강으로 뛰어 내리던 장면도 잇달아 생각났고 그 다급한 상황에서 폴 뉴먼이 강 속으로 뛰어 내리자고 하자 안뛰어 내린다고 하던 로버트 레드포드 는 그 이유를 결국 '난 헤엄칠 줄 몰라 I can't swim' 라고 하여 폭소를 터뜨리게 만들었던 일도 기억난다.  

그러나 그는 결국 친구를 따라 뛰어 내린다. 이 영화 제목은 '내일을 향해 쏴라' 라고 번역되었던 Butch Cassidy and Sundance Kid(1969)이다. 이 두 배우는 그 후 또 하나의 영화 '스팅 The Sting'(1973) 에서 함께 공연했다. 그리고는 나이 차에 관계없이 친구가 되어 연기가 아닌 실제 생활에서도 평생 우정을 나누었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창설하여 운영하는 독립영화제와 채널 이름이 Sundance 인 것도 흥미롭다.

이 두 사람의 미국배우,그리고 이 배우가 함께 공연한 이 단 두 개의 영화는 나에게 남자들의 우정이라는 개념을 깨닫게 해준 영화로서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가족관계에서만 파악되던 남자에 대한 생각은 이들이 범법자들이지만 인간으로서 서로에게 나누는 따뜻한 우정을 보고 대통령, 아버지, 선생님, 남편, 장남, 등등으로 남자가 혼자 서 있는 강한 남자가 아니라 파트너를 필요로 하는, 서로 보완하는 동반자적 인간관계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 후 델마와 루이스Thelma and Louise(1991)라는 영화를 통해서는 여성의 우정을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는 성별에 관계없이 친구, 파트너, 동반자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살펴보게 해주었다. 어머니, 아내, 큰 딸, 큰 동서, 큰 며느리 등등으로 조건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서 느끼고 서로 소통하며 도우는 그런 인간관계를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폴 뉴먼의 사망 소식을 듣고 로버트 레드포드는 그가 있는 것이 내 인생을 위해서도 미국을 위해서도 낫다
"I have lost a real friend. My life -- and this country -- is better for his being in it."
라고 말했다. (사실 9월 26일 그의 사망이후 미국은 금융위기로 시련을 겪고 있다)

죽고 나서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 지 모르겠다. 그가 한 자선활동도 많았다고 전해진다. 그에 대한 추모는 끝없이 이어졌다. 세계적인 신문이라는 신문은 그의 일생을 조명했고 어느 기사에서는 나처럼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기억하는 팬들을 언급하여 읽는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단지 그의 영화 몇 편을 보았을 뿐 이지만 나에게 있어서 폴 뉴먼은 멋있는 여배우 아내 조안 우드워드 Joanne Woodward 를 둔 파란 눈의 배우, 런던 수퍼 마켓 진열대에 놓인 자신의 샐러드 드레싱 병에 붙은 상표에서 웃고 있던 남자, 자동차 경주 운전자로서 또다른 인생을 개척해 나갔던 영화배우 등등으로도 기억된다. 그리고 또 잘생긴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의 친구이다.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지만 국적이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며 그의 매니저와 밥 한 번 먹은 적도 없지만, 그의 일생 동안 나는 마치 그를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처럼 소식에 귀 기울이고 살았다.

심지어 그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유투브에 들어가 동영상을 통해 올라온 화면에서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라는 노래가 흐르면서 폴 뉴먼이 캐서린 로스 앞에서 자전거묘기를 보여주던 장면, 그녀를 자전거 앞에 태우고 가는 화면들을 찾아 보고 정말 낭만적아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추억에 젖었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통해 남자끼리의 우정을 잘 표현해내 나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 주었던 영화배우 폴 뉴먼, 그를 통해 다시 한 번 영화의 힘을 느낀다.

- 2008.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