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74 [칼럼니스트] 2008년 9월 2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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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는 불행의 불씨

이규섭 (서울칼럼니스트모임회원, 시인)
http://columnist.org/kyoos


아이들이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받는 마음의 상처는 '핀잔'과 '비교'다. "형처럼만 해봐라"거나 "동생보다 못하냐?"는 핀잔을 받게되면 '부모의 편애'에 반발심이 생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사랑이 똑같다 할지 몰라도 핀잔 받는 아이의 서운함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엄마친구 아들은 착하고 전교 1등이라는데 넌 뭐니?"하고 비교하면 자존심이 구겨지고 열등감에 빠지게 된다. 똑똑한 젊은 엄마들도 툭하면 남의 자식과 비교하여 아이들의 심사를 뒤틀어 놓기 일쑤다. 입장을 바꿔 자식이 "친구 엄마는 예쁘고 돈도 잘 벌어 용돈을 많이 준다는 데"라고 반격하면 엄마도 뒷골이 뻣뻣해질 게 틀림없다.

요즘 우리사회에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와 '엄친딸(엄마 친구의 딸)' 신드롬이 불고 있다. 잘 생긴 외모에 공부 잘하고, 무모말씀에 무조건 순종한다는 '잘 난 자식'들이 많다보니 '보통 아들과 딸'들이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와 열등감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엄친아' '엄친딸'은 아이들뿐만 아니다. 집안, 학벌, 외모, 직장 등 흠잡을 데 없는 조건에 다양한 재능을 갖춘 사람을 지칭하는 일반명사로 쓰인다. '외형지상주의'를 가치의 척도로 삼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 자신의 정체성을 내부로부터 찾지 못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과 외부의 평가를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풍토가 '엄친아'와 '엄친딸'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지나치게 남과 비교하면 불행의 불씨가 되어 마음의 병이 된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속담처럼 남의 장점은 돋보이고 나의 단점만 극대화되어 "나만 못난 것이 아닌가"자괴감에 빠진다. '위를 보고 살지 말고 내려다보고 살라'는 옛말은 비교 스트레스에 빠지지 말라는 평범한 생활의 지혜다.   

직장생활을 마감하면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홀가분해질 것으로 여겼으나 경쟁과 비교의 굴레에서 늘 자유롭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속물근성이다. "남들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재테크에 능해 퇴직이후 여유 있게 보내는 데, 나는 뭔가"생각하면 전신에 맥이 풀린다.
며칠 전 대출상담을 위해 은행에 들러 "30년 가까이 낡은 단독 주택에 살고 있다"고 했더니 "칭찬을 해야할지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한심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래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고 있으니 행복한 게 아니냐"고 자위하며 산다.

남들과 비교하여 쫓아가려 하면 숨이 턱턱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내 안에서 나를 찾고,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것이 비교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탈출구다. 가을이 오는 길목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도 내 안의 자유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명상이나 테마 여행이 아니라도 좋다. 마음가는 데로 발길을 청하면 스스로와 소통하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교차로 2008. 9. l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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