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66 칼럼니스트 2008년 8월 3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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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의 어제와 오늘(8)


김동호 -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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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을 전후하여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3대영화제 수장이 모두 교체되었다. 23년간 장기 집권하던 질 자콥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회장으로 옮겨 앉고 파리 근교 리용의 뤼미에르박물관장 티에리 프레모가 새집행위원장이 되었다. 베를린영화제도 2000년 2월, 50주년 행사가 끝난 직후 모릿츠 데 하델른 집행위원장이 해임되고 후임에 독일 최대의 지방영화진흥기구(Filmstifting NRW)의 책임자인 디이터 코슬릭이 새 수장이 되었다. 해임된 모릿츠 데 하델른은 디이터 코슬릭과 함께 2001년, 51회영화제를 마치고 22년 만에 물러났다.

베니스영화제도 격랑이 몰아쳤다. 2001년 총선에서 극우파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새로 총리에 부임하면서 베니스비엔날레 회장, 영화아카이브 원장, 국영방송사 사장 등 문화계 수장들을 전격 교체했다. 토리노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있다가 베니스로 옮겨 영화제의 위상을 격상시키고 있었던 알베르토 바베라 집행위원장도 임기 중에 물러났다. 베를린과 칸에서 베니스영화제를 거부하자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그 후임에 모릿츠 데 하델른을 임명했다.

나는 새로 바뀐 3대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모두 부산에 초청하고 싶었다. 칸, 베를린,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자기들 영화제에서 조우하는 일은 자주 있지만, 다른 영화제에서 함께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먼저 칸과 베를린을 공략했다. 1월 하순에 열리는 로테르담영화제와 2월 10일 전후해서 열리는 베를린영화제 사이에는 3~5일의 시차가 있다.

첫 부산영화제가 끝난 직후인 1997년, 본인이 심사위원장으로 참석했던 로테르담영화제와 부산영화제는 1998년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프로젝트마켓인 '씨네마트'와 'PPP' 프로젝트를 서로 교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나는 매년 로테르담과 베를린을 찾게 됐다. 그리고 그 사이에 파리에 있는 칸영화제 사무국을 방문하고 질 자콥 집행위원장과 영화 책임자들을 만나 제작중인 한국영화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칸이 선정할 만한 한국영화들을 추천한다.

2001년 2월 3일 나는 칸영화제 사무국에서 질 자콥 집행위원장, 영화선정을 맡고 있는 크리스천 존, 평론가인 삐엘 리시앙과 함께 새로 부임한 티에리 프레모를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를 부산영화제에 초청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관해 많이 들었기 때문에 가고 싶지만 내년에나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해 5월 칸영화제에서 만나 다시 부탁했고 그는 6월까지 답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때마침 6월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스'가 주관하는 임권택 감독 회고전이 파리에서 열려 임권택 감독, 티에리 프레모와 함께 조찬을 하면서 부산에 오겠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삼고초려(三顧草廬)로 성공한 셈이다.

모릿츠 데 하델른 후임으로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부임한 디이터 코슬릭은 2001년 2월에 개최된 영화제를 전임 위원장으로 하여금 주관하게 하고 본인은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좀처럼 만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도로시 베너 프로그래머에게 부산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부탁이 주효했다.

이렇게 해서 2001년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칸, 베를린 두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부임한 첫해에 모두 부산을 찾게 됨으로써 부산의 위상은 더 없이 높아졌다. 2002년 제7회영화제 때는 지난해 부산에 처음 왔던 칸과 베를린 집행위원장은 물론 모릿츠 데 하델른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도 함께 부산을 방문했다. 세계 3대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나란히 부산에 나타난 흔치 않은 모습은 전 세계 매스컴을 탔고 부산영화제의 명성은 다른 영화제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영화제가 끝나자마자 나는 뜻밖의 편지를 받았다. 유럽연합(EU) 산하의 유럽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제의 미래 역할'이란 주제로 그해(2001년) 11월 1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영화제정상회의(Summit Meeting of the Film Festival Directors)에 주목받는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초청한다는 내용의 초청공문이었다.

참석대상은 나를 포함해서 칸의 터리 프레모, 베를린의 디이터 코슬릭, 베니스의 알베르토 바베라, 토론토의 피어스 핸드링, 선댄스의 제프리 길모어, 카를로비 바리의 에바 자하로바, 산 세바스천의 미켈 올라치레기 등 8명의 위원장이었다.

칸의 티에리프레모는 다른 일로 불참했고 대신 로테르담영화제의 산드라 덴 하머 공동위원장이 참석했다. 모두 평소 친하게 지내왔던 인사들이었지만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 정상급 영화제의 집행위원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흥분을 가누기 어려웠다.

각국에서 초청된 600여 명의 영화인과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럽영화아카데미 부회장(회장은 빔 벤더스 감독)인 디이터 코슬릭 베를린영화제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영화제 소개필름 상영, 영화제와 집행위원장 소개, 해당 집행위원장의 10분간 주제발표가 있은 후 단상에 마련된 의자에 나란히 앉아 모더레이터인 국제비평가연맹 데렉 말콤 회장과 관객의 질문에 응답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다음해 5월 칸영화제에서도 칸을 포함한 9명의 집행위원장이 참가한 '버라이어티'의 포럼에도 초대받았다. 2006년 1월 24일, 세계영화제작자연맹(FIAPF) 사무국에서는 동 연맹의 회장과 질 자콥 칸 회장, 마르크 뮐러 베니스 집행위원장과 함께 연맹의 정관개정, 이사선임과 총회개최 등에 관한 예비모임에 참석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의 높아진 위상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국제신문(200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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