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54 [칼럼니스트] 2008년 7월 22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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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여행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나는 최근 런던 여행을 하고 돌아와 내 자신의 모습에 대해 곰곰 생각 중이다. 막말로 내가 그렇게 재수 없게 생긴 얼굴인가 하는 것이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들어갔던 커피숍, 파스타를 먹으러 들어갔던 식당, 싼 비행기표를 구입한 관계로 여기저기 둘렀던 공항들, 서울의 반값에 사기위해 발품을 팔았던 백화점, 부가세 환급을 위해 가야했던 곳 등등에서 때로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제일 기분이 상했던 경우는 돌아올 때 너무 빈손이라 가족 줄려고 간단한 말린 과일이라도 사야 되겠다 싶어 계산을 하러 줄을 서있는데 내 차례가 되니 턱으로 까딱하며 ' Dollars? ' 하는 것이 아닌가? 하기는 한국 마트에서도 내가 물 한 병도 파느냐고 물으니 다른 일을 하고 있던 사람이 저쪽에 있다는 시늉으로 턱짓을 한 경우도 있긴 있었으나 그 경우는 좀 느낌이 심했다. 순간적으로 나를 재수 없어 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내가 'Do you take a credit card?' 라고 한 다음부터는 태도가 누그러졌는데 이 직원이 왜 나한테 그랬는지는 그전 나 비슷한 모습의 사람과 어떤 경험을 한 것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런던에서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 직종은 이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제2 외국어로 하는 사람들이 잡고 있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는 커피숍 식당 매장 등지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일을 시작하려는 외국인들의 차지이다. 이제는 은행 창구에도 외국인들이 많아졌다. 그들은 영어를 자신의 모국어 악센트를 가지고 말하지만 말이 통하는 영어이고 일을 잘 해내고 영국직원들과도 잘 어울려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유럽은 한국과 멀고 문화도 너무 다르다고는 하지만 내가 내 돈을 내면서 하찮은 취급을 받을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바쁜 일정에서 일일이 따지기도 그렇다. 내가 들렀던 곳들은 한국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일하는 사람은커녕 손님도 없었다. 그래도 꽤 된다는 한국 유학생들은 다 어디에 있는 것 일까? 아시아 사람들도 섞여서 일하고 있었다. 홍콩 출신 같은 악센트, 일본 악센트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도 만났다. 비행기를 타서야 한국인이 보였는데 여승무원이 즉시 한국말로 하여 한국말로 하다가 그 비슷한 여승무원이 지나가기에 한국말로 뭐라고 하니 'I can't speak Korean' 한다.

이제는 오리진이 어디인지 모르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얼굴만 봐서는 대충 얼굴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영어로 일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시간이 바쁜 여행자가 그들에게 국적을 따질 일은 없다. 구경 잘 하고, 자신이 사고 싶은 물건을 정당하게 사고, 사기 안 당하고, 소매치기 안 당하고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이 우선이다. 이번 여행에서 이제 한국인은 영어를 제2 외국어로 말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우리의 영어가 자기네만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또 현찰을 턱턱 내는 한국인에게 무시를 당한 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은 영어로 말이 통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공교육의 문제로 되돌아온다. 영어가 어디에 어떻게 필요한지도 모르고 입사 지원서에 무조건 토플이나 토익 점수를 요구하는 관행은 언제 쯤 사라질까? 왜 회사는 영어면접으로 말이 통하는 사람을 뽑지 않고 시험점수를 요구하는 것일까? 영어를 포함해서 숫자로 표기하기를 좋아하는 한국인은 국제 사회에서 정말 큰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정신차려야 된다.

- 20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