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53 [칼럼니스트] 2008년 7월 1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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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은 꽃이다

이규섭 (서울칼럼니스트모임회원, 시인)
http://columnist.org/kyoos


한솥밥을 먹던 퇴직사우들을 아우르는 사우회 결성이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 동창회나 향우회, 취미가 같은 동호회에 비해 사우회는 동질성이 약하고 회사를 떠난 이유도 제각각 다르며 이익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사 조직은 부침이 심하고 기자와 지원부서 등 다양한 계층의 집합체다. 개성도 강할 뿐 아니라 현직에 있을 때 부서와 직급이 다르다. 치열한 경쟁 속에 생활하면서 처세도 달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IMF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명예 없는 '명예 퇴직자'가 늘었다. 어느 날 갑자기 거리로 내몰리거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심정으로 스스로 직장을 나온 경우도 많다. 그러니 제대 후 논산훈련소를 향해 오줌도 안 눈다는 식의 '비뇨기과' 증후군이 생기기 마련이다.
퇴직 사우들의 공통분모는 애경사가 있을 때 찾아오는 사람이 적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면서 사회에서 소외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을 느낀다. 가끔 옛 동료와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담소하고 싶을 때가 있다는 감성이 퇴직 사우회 결성이 필요한 이유다.

사우회 결성의 '총대'를 메고 석 달 넘게 총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퇴직한 사우들의 주소를 확인하는 것이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의 간극을 두 번 넘기다보니 연락처와 전화번호가 여러 번 바뀌게 마련이다.
점 조직망을 확인하듯 친소관계에 따라 연결고리를 이어가며 연락망을 확인해 나갔다. 어렵게 전화를 하여 근황을 묻고 "이제 얼굴이라도 가끔 보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취지를 전하면 공감하는 동료와 선후배가 많아 힘이 솟았고, 시큰둥한 반응을 수화기 너머로 느끼면 맥풀리기도 했다. 어느 조직이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동참파가 있는 반면 꼬투리를 잡거나 추이를 지켜 본 뒤 결정하는 관망파가 있어 인내와 설득이 필요하다.  

사우회 설립목적은 친목도모와 애경사의 상부상조로 명료하다. 또 다른 축은 동호회를 만들어 등산과 낚시를 하거나 바둑을 두며 취미활동과 여가생활을 즐기며 건강과 친목을 다지는 일이다.

창립총회가 열리는 날, 수습기자 합격자 발표 때보다 더 떨리고 긴장됐다. 150석 규모의 원탁 테이블이 모자랄 정도로 성공이었다. "이게 얼마만입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옛 사우들이 만나 악수하고 담소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동안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보람을 느꼈다.
그 날 창립총회 경과를 발표하면서 "이제 고운 정은 마음에 새기고 미운 정은 강물에 흘러보낸 뒤 상부상조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강조했다. 뒤풀이 마당에서 선배로부터 "조직력과 친화력에 찬사를 보낸다"는 과찬도 받았다.

"날 잡아먹으려 덤빈 선배들이 왜 그리운가. 싫다고 베어버리면 풀 아닌 것이 없고, 좋아서 두고 보자면 모두가 꽃인 연유다. 돌아보니 봄바람에 하나같이 꽃이로구나" 창간 회보에 보낸 한 후배의 글처럼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꽃이다. 만남을 통해 우정의 꽃, 대화의 꽃, 웃음꽃을 피울 수 있으니 좋은 게 아닌가.
-KMC회보 2008년7월1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