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52 [칼럼니스트] 2008년 7월 14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거시기머시기 | 배달신청 | columnist.org(홈) |
독화살개구리
김소희 (수필가, 동물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animalpark


입맞춤을 했더니 개구리가 멋진 왕자님으로 변했다는 동화 속 이야기. 만약 이 동화가 태어난 곳이 남아메리카 열대우림 속이었다면 결말이 전혀 달랐을지도 모른다. ‘공주는 개구리에게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그 즉시 죽고 말았다’로.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열대우림에 가면 정말 예쁜 개구리들이 살고 있다. 샛노랗거나 새빨갛거나 혹은 새파란 색이 어찌나 선명하고 예쁜지 막 짜놓은 물감을 뒤집어 쓴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양서류라는 애칭이 말해주듯 제 아무리 풀숲에 잘 숨었다 해도 쉽게 눈에 띄기 마련이다. 온갖 종류의 천적들이 도처에 깔렸을 텐데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은 붙들어 매야겠다. 입맞춤은커녕 살짝 만지기만 해도 큰일날 만큼 강한 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녀석들의 이름은 ‘독화살개구리(poison arrow frog)’.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영화를 보면 긴 대롱을 입으로 불어 그 속의 화살이나 침을 쏘아 사냥감을 잡는 원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무기를 블로우건(blowgun)이라고 하는데, 그 화살촉 끝에는 강한 독이 묻어 있다. 남미의 원주민들은 화살촉을 독화살개구리의 피부에 문질러 독을 바르는데, 이 독은 신경과 근육을 마비시키고 심장 발작을 일으킨다.


약 150종의 독화살개구리 중에서 가장 독이 강한 것은 황금독화살개구리(Golden Poison Frog)다. 복어나 전갈, 독거미 같은 동물을 제치고 척추동물 중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독을 가진 동물이기도 하다. 도대체 얼마나 세길래….

몸길이가 겨우 5cm인 황금독화살개구리 한 마리의 독에 10~20명의 사람이 죽을 수 있고, 닭이나 개는 이 개구리가 밟고 지나간 종이에 살짝 닿기만 해도 죽을 수 있다. 화살촉 끝에 바른 독은 1~2년 동안 유지될 만큼 지독하다. 해독제도 따로 없고, 이 독에 면역력을 가진 생명체는 황금독화살개구리 자신뿐이다. 덕분에 천적이라곤 없는 천하무적이다.

우주를 통틀어 천하무적이 될 수 있다 해도 이런 초능력은 절대 갖고 싶지 않다. 피부에서 독이 스며 나온다면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뽀뽀는커녕 껴안을 수도 없고, 친구들과도 손 한 번 잡아볼 수 없다. 얼마나 삭막한 세상이 될까?

재미있는 사실은 일단 이 녀석들이 갇혀 살게 되면 점점 독이 사라지고 결국 이들의 후손은 아예 독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학자들은 독화살개구리의 독이 이들이 먹는 먹이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독화살개구리는….

독개구리라고도 한다. 약 150종이 있고 그 중에서 독을 가진 것은 3분의 1이다. 피부점막에서 독을 내뿜어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이들의 독은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다. 흰개미, 딱정벌레 등 작은 곤충을 잡아먹고 산다. 수명은 7~10년. 대부분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의 열대우림 속에 산다. 이들의 독은 근육 경련을 치료하거나, 마취보조제로 사용되는 등 의학에 사용되고 있다.

[소년조선일보 2008.6.29]

서울칼럼니스트모임 http://columnis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