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51 [칼럼니스트] 2008년 7월 13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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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기도 서러운데

이규섭 (서울칼럼니스트모임회원, 시인)
http://columnist.org/kyoos


퇴직 후 대한언론인회에 가입하니 '지공파'(지하철공짜 세대인 만 65세 이하)가 아니라며 미성년자취급을 한다. 언론 현장을 누비던 쟁쟁한 원로들이 많고 문화탐방이나 야유회에 참여할 정도로 정정하여 놀랐다.
지공파가 안 된 것도 나이라고 2년마다 실시하는 건강검진에 적신호가 깜빡깜빡 들어와 걱정된다. 추가요금을 내고 위와 대장 내시경, 초음파검진을 한 결과 대장의 용종 몇 개를 제거했고, '미란성 위염'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특수 검진결과는 병원을 방문하여 들어야 한다. 접수를 하고 대기하며 순서를 기다려 의사의 소견을 듣기까지 불안하다. 불편할 뿐 아니라 진료비를 추가로 내야하는 부담도 따른다.
의사의 소견은 간단하다. "양성 용종이며 사마귀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면서 "3년 이내 검진을 받아 보라"는 것이 고작이다.

궁금증을 풀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니 의학용어가 그렇듯이 너무 어렵다. 백과사전에는 용종(茸腫)을 '외부, 점막, 장막(漿膜) 등의 면에 줄기를 가지고 돌출 되어 구, 타원, 난원상(卵圓狀)을 띤 종류(腫瘤)의 총칭'이라 되어 있어 설명이 더 복잡하다.
'용(茸)'은 '싹' 혹은 '녹용'이란 뜻의 한자어이고, '종(腫)'은 '혹' 또는 '종양'이란 뜻이니 '녹용모양의 종양'인 셈이다. 의학용어사전의 폴립(polyp)은 '주로 점막에 발생하는 녹용모양의 신생물'이라 나와 있다. 용어가 어쨌든 암세포로 전이될 확률은 적다니 마음이 놓인다.
'미란성 위염'이라는 용어도 일반인들이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미란(靡爛)'은 국어사전 풀이로 '썩거나 헐어서 문드러짐'을 뜻하여 섬뜩하다. 출혈과 염증을 동반한 위염으로 위 점막이 약간 붓기도 하는 증세라지만 심각성 여부를 판단하기란 불가능하다. 다시 병원에 들러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 다만 위암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니 그나마 위로가 된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성 질병인 치매와 중풍환자가 해마다 늘어 100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치매와 중풍은 환자 본인이 황폐해지는 것은 물론 가족까지 깊은 고통의 늪에 빠뜨린다. 정신적,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가정이 파탄되고,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 게 우리사회의 현주소다.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노인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족들의 고통과 부담을 국가와 사회가 분담하는 선진국형 복지시스템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공동체적으로 사회화된 효를 나누는 5번째 사회보험"이라며 '효의 세대간 품앗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러나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매야하는 부담이 따르고 수혜자는 노인인구의 3%인 17만 명에 불과하다. 요양시설도 턱없이 부족하고 요양보호사 양성 교육기관의 무분별한 난립과 요양보호사 부실 교육도 도마에 올랐다.     
가장 시급한 것은 요양대상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인프라가 빈약한 점이다. 요양시설이 없는 지자체도 있다니 가정 요양 수혜자를 늘려 물꼬를 터야 한다. 가족 단위에 맡겨진 효의 영역을 공동체로 끌어올리려면 운영의 묘를 살려 교육기관을 엄격하게 감시하고 철저한 사후관리와 서비스 질 향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내구연한이 다된 몸의 기능이 떨어져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 늙기도 서러운데 병까지 들면 비참해진다. 체력에 맞는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은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다.

-시니어타임즈 2008년 7월1일자

서울칼럼니스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