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48 [칼럼니스트] 2008년 7월 1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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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뜨거운 땀, 열정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땀 하면 꿈이 바로 생각난다. 꿈이 있어야 땀을 흘리며 열정적으로 일할 것 아닌가 그런 생각에서다. 아침에 출근하고 상사 눈치 보며 저녁에 늦게 퇴근하고 월급날이나 기다리고 그렇게 살다보면 사실 자신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기도 어렵겠지만 자신의 꿈이 무엇인가, 무엇이었던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 번 던져보면 정신이 번쩍 날 일이다.

꿈 없이 그냥 흘리는 뜨거운 땀도 물론 있다. 사우나에서 땀을 빼는 경우 그 뜨거운 곳에서 흘리는 뜨거운 땀은 체중조절을 위한 것이다. 이것을 날씬한 몸매를 가지기 위한 꿈이라고 한다면 이것도 꿈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알몸으로 삥 둘러앉아 어느 집 갈비가 맛있다고 한번 먹으러 가자고 하는 대화나 나오면 살을 빼고 먹고 하는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지 열정을 지니고 꿈을 쫒는 사람이라 하기는 좀 어렵다. 하루하루 인생을 즐겁게 살려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체질적으로 땀을 안 흘리는 사람도 있다. 나 같은 사람은 웬만해서는 땀이 잘 나지 않는다.  반면 어떤 사람은 식당에서 육개장 하나 먹으며 땀을 뻘뻘 흘리고 여름에는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고 산다. 나는 겉으로 보이는 땀은 나지 않지만 열정은 가졌다고 생각하고 싶다. 왜냐하면 땀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엇을 간절히 좋아하면 얼굴이 벌게지는 등 몸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뜨거운 땀을 흘리지는 않아도 마음 속에 뜨거운 열정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프랑스오픈 테니스 경기를 중계하는 것을 보았다. 언제 또 중계하나 편성표를 검색해보고 오늘은 몇 시에 봐야지 하면서 마음속으로 흥분한다. 이것도 열정이라면 열정이다. 누가 이길까, 나달이 이길까 패더러가 이길까 하면서 인터넷으로 기사를 찾아 혼자서 읽고 난리이다. 누가 시킨다고 이렇게 할까?

만약 내가 숭고한 정신의 소유자였다면 마더 테레사처럼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열정을 지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뜨거운 땀을 흘리겠으나 이렇게 취미생활에나 열정을 쏟는 것이 좀 안타깝기는 하다. 아 그래도 나는 영어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나의 영어블로그를 쓰지 않는가?  그러고 보니 글쓰기가 나의 열정이고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비록 화려하고 극적인 것은 아니지만.

사실 자신이 열정적으로 무슨 일인가를 하다가 꿈이 극적으로 이루어지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다. 그러나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시달리다 보면, 기름값이 부담되는 자동차를 몰고 꽉 막힌 도로에서 길이 뚫리기만을 기다리다 이번 달 크레디트 결제가 걱정되고, 집 살 일은 아득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열정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사치일 수 있다. 그래서 남이 열정적으로 살다 자신의 꿈을 이룬 이야기를 알게 되면 더욱 기쁘다.

예를 들면 영국 휴대폰 판매원이 서른일곱 살의 나이로 한 텔레비전 경연대회에서 우승하여 드디어 오페라가수로서의 삶을 살게 된 이야기가 있다. 후즐그레한 이 중년남자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나는 전율을 느꼈다. 얼굴도 안되고, 배경도 없고, 그동안 여기저기 문을 두드려 보았으나 오페라가수로 오라는 곳은 없었던 남자. 나이는 먹어가고 생계를 위해 수퍼마켓에서 일해야 했던  폴 포츠(Paul Potts). 그는 돈을 모아 이탈리아에 가 파바로티를 만나 레슨도 받았다. 오페라가수에 대한 그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릴 적 왕따도 당하고 음악계로부터 거절도 수없이 당했으나 노래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노래 부르는 것을 사랑했다. 계속 어디서든 노래를 불렀다. 결국 그는 꿈을 이루게 된다.

어떤 사람은 인사체계를 바로잡아 회사를 일하기 좋은 것으로 만들겠다는 열정을 가질 수도 있다. 어떤 과학자는 암을 정복할 약을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환경오염을 막겠다는 열정으로 사는 사람도 분명 있다. 정치가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미국 민주당대통령후보 지명전에서 탈락했으나 힐라리 클린튼이 보여준 미국의료보험체계 수정에 대한 열정은 잘 알려진 일이다. 외국정치가들은 I am passionate about 라는 말로 연설을 잘 시작한다. 자신이 정말 이런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정말 이런 것은 이렇게 개선되어야 한다는 열정을 표현한다. 그리고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한다.

무엇을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아무 것도 원하는 것이 없고 만사가 귀찮고, 만사가 시들하면 큰일이다. 아마 체온도 내려갈 듯하다. 열이 안나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없으니 하고 싶은 일도 없고 아무 것도 안하면 죽어가는 일 밖에 없다.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가 곰곰 생각해보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스스로 물어보자. 그 것을 이루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자. 살아있는 동안. 죽으면 열정도 없어지고 땀도 못 흘릴 테니.

- 조달청 바른조달 여름호 200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