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47 [칼럼니스트] 2008년 7월 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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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눈박이송사리
김소희 (수필가, 동물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animalpark





여름이다! 무더위를 잊게 해주는 시원한 물놀이를 생각하다 보니 악몽이 하나 떠오른다. 한가롭게 물 위를 동동 떠다니며 물 속 대탐험을 즐기고 있는 동안 살금살금 다가온 친구가 갑자기 내 머리를 물 속으로 밀어 넣었던 일. “으악”하는 순간 꼬륵꼬륵 입 속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가고, 허둥지둥 서둘러 일어나봐야 이미 때는 늦었다. 캑캑대며 눈물, 콧물, 침 흘리기를 한참이나 한 후에도 띵한 머리, 찝찌름한 수영장 물맛은 가실 줄을 모른다. 물 밖과 물 속을 동시에 볼 수 만 있었어도, 그런 처참한 몰골이 될 필요는 없었을 텐데. 에이, 말도 안 된다고?


아메리카 대륙의 강에는 머리 꼭대기에 개구리나 금붕어처럼 불룩 튀어나온 눈을 가진 물고기가 살고 있다. 이 녀석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수면 위로 눈알들이 동동 떠다니는 것 같다. 이름은 네눈박이송사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눈이 네 개다. 아래쪽의 한 쌍은 물 속 세계를, 위쪽의 한 쌍은 물 밖을 보기에 적합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아래 지나가는 좋은 먹이를 놓치지는 않을까, 혹은 물 밖에서 천적들이 나를 공격해오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동시에 물 밖, 물 속을 다 볼 수 있다는 말씀. ‘수면’에서의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 셈이다.


겉으로 보면 네눈박이송사리의 눈도 다른 동물들처럼 두 개다. 다만 각각의 눈이 세포막에 의해 반으로 나뉘고, 각 부분에 망막과 홍채가 따로 있어서 ‘2×2=4’ 즉, 네 개의 눈이 된 것이다. 눈이 반으로 나뉘어져 있기는 하지만 수정체는 하나다.

대부분의 시간을 수면에서 보내는데, 냠냠 먹이를 잡아먹고 있는 중에도 물 위에서 물총새 같은 천적이 나타났다 싶으면 기막히게 알고 도망간다. 점프도 매우 잘해서 천적 물고기들이 물 밑 공격을 해오면 물 밖으로 튀어 오르며 도망가기도 한다.

지금도 많은 학자들이 네눈박이송사리의 신기한 눈을 연구하고 있다. 이 녀석들의 눈을 응용한 안경이 나온다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껏 뛰어다녀도 차에 치이거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염려 없고, 수업시간에 교실 앞 선생님과 책상 위의 책을 동시에 볼 수 있으니 공부에도 일석이조다. 노는 시간? 텔레비전 보면서 만화책 읽기도 가능해지니 이렇게 좋을 수가….


▲네눈박이송사리(four-eyed fish)는

열대 아메리카산 민물고기. 원산지는 멕시코 남부의 저지대에서부터 온두라스까지 그리고 남아메리카 북쪽이다. 주로 강이나 바다와 강이 만나는 강 하구에 산다. 몸이 날씬하고 길며 최대 30㎝까지도 자란다. 주로 곤충을 잡아먹고 살지만, 무척추동물이나 물풀, 작은 물고기를 먹기도 한다.

[소년조선일보 2008.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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