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44 [칼럼니스트] 2008년 7월 3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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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극복은 BMW로
박연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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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그러들 줄 모르는 고유가 파장이 연일 지구촌을 덮치면서 미국에 BMW족이 급속히 늘고 있다 한다. BMW란 Bus, Bike(버스 또는 자전거), Metro(지하철), Walk(걷기)의  앞 글자를 합성한 것으로 대중교통수단 이용을 일컫는다.

기름 값을 감당하기 힘들어 자가용을 놔두고 웬만한 거리는 걷거나 버스, 지하철 등을 탄다는 말이다. 우리 나라도 이미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얼마 전부터 나오고 있다.

73년, 79년의 1, 2차 유류파동과 97년 우리 나라 외환위기 때에도 물가난 극복을 위한 고육책으로 으레 등장했던 방법들이라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하지만 위기만 어떻게 넘겨보려는 일회성 조치로 끝내지 말고 이번에야말로 절약을 체질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요즘은 해외여행이 보편화되어 세계 각 지역에 한국 관광객이 넘쳐나지만 미국, 캐나다, 일본, 유럽, 호주 등 선진국 국민들의 검약생활을 눈여겨보고 오는 일은 그리 많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유류파동이 오지 않은 평시에도 놀라울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한다. 우리 눈으로 보면 상당히 쩨쩨하다는 느낌까지 줄 정도다. 그렇지만 그들의 국민소득은 우리보다 한참 앞서 있다.

2006년 샌프란시스코 인근 주민 50명이 단체로 내건 새해 결심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지나친 소비문화가 세상을 망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그들은 1년간 '새 물건 안 사기' 운동을 벌였다. 필요한 물건은 빌리거나, 얻어 쓰고, 되도록 중고품을 사서 쓰자는 것이었다. 먹는 음식, 건강이나 안전에 필요한 물품, 내의 같은 것은 예외로 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중고품 찾기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그냥 새것을 사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왜 사서 고생인가하고 회의를 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운동기간을 연장했다. 회원도 수 천명으로 늘어 각 지역 지부까지 생겼다.

우리도 이들 못지 않게 알뜰한 사람들이 없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물건의 재사용, 재순환을 통하여 사회의 생태적, 친환경적 변화에 기여할 목적으로 운영되는 '아름다운 가게' 등을 주로 이용하며 절약과 환경보호운동에 동참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에 호응하는 이들이 더 늘어야 한다. 이 땅 더 나아가 지구를 더 이상 오염시키지 말고 후손들에게 잘 물려줄 소비의식을 정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유류파동을 이런 관점에서 보고 개선방향을 생각해야 한다. 가능한 절약방법을 총동원하여 체질개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고비가 오면 으레 정부와 각 기관이 에너지 절약운동을 내세우는데 그보다 스스로 낭비요소가 없는지 점검하고 검토하여 실행에 나서는 것이 좋다. 같은 일이라도 누가 시켜서 하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훨씬 이롭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동안 지나치게 속도와 직진에만 몰두해왔다. 천천히 돌아가는 여유 같은 건 삶의 가치로 인정하는데 인색했다. 그러나 같은 불편도 능동적으로 수용하면 전혀 못 견딜 것은 아니다.

'채근담'(菜根譚)에 이런 말이 있다.
"아기가 태어나는 기쁨 뒤에는 어미 목숨의 위험이 따르고( 子生而母危) 돈 꾸러미가 쌓이면 도둑이 수시로 엿보니(金+强한 글자 積而盜窺) 어느 기쁨인들 동시에 근심 아닌 것이 있겠는가( 何喜非憂也) 가난은 비용을 아끼게 만들고( 貧可以節用)질병은 몸을 지키게 만드니,(病可以保身) 어느 근심인들 동시에 기쁨 아닌 것이 있겠는가(何憂非喜也)  그러므로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은 일이 잘 되고 안 되는 것을 한가지로 보아 기쁨과 슬픔을 모두 잊는다. (故達人當順逆一視而欣戚兩忘)"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수행자나 도사들처럼 살 수는 없지만 지금 같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갈 길을 알려 주는 지표로 참고가 될 만한 말이다. 세상 모든 일에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이 동전 양면처럼 동시에 존재한다는 이 말을 되씹고 음미해 보면 지금의 유류파동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행정공제회 '웹진' 6월호(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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