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40 [칼럼니스트] 2008년 6월 17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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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있습니다!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얼마 전 라디오에서 우연히 영어프로그램을 듣다가 다시 한번 한국식 영어의 불통을 실감했다. 한국인 도전자가 미리 몇 가지 정도의 질문을 영어로 하기로 하고 준비까지 한 다음 방송국이 현지 미국회사에 전화 걸면 그 도전자가 레저 패키지 투어에 관한 정보를 묻는 방식이었다.

막상 현지 교환원이 빠른 속도로 말하기 시작하니 영어로 물어보기 진행이 잘 안되다가 한국인은 I have question ! 하다가 결국 교환원이 전화를 끊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이 I have question 은 아마 학교에서 수십 명이 앉아 일방통행식의 교사 강의를 듣다가 질문이 있을 때 손을 들고 말하는 ‘질문 있습니다! 의 번역일 것이다.

오래전 이 말을 영어교실에서 하는 사람들을 영어학교에서 많이 보았다. 여러 번 계속되니 한 번은 원어민선생이 이 것은 진술문 a statement 이라고 짚어 주었다. 수십 년 전 일 인데 아직도 서울 라디오에서는 이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아마 이것은 한국인의 의식구조에 각인되어 바꾸기 어려운 모양이다.  

한국과 영어권은 전혀 다른 문화이고 각 언어는 이를 반영하는 언어구조를 가지고 있어 한국어를 영어로 그대로 직역하면 이렇게 불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영어가 짧았을 시절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어디 전화 걸었다 상대가 수화기를 내려놓는 수모를 당한 적이 있는 한국인이 나를 포함해서 한 둘이 아니리라. 상대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지 사실 뭐 개인적인 악감정이야 있겠는가.

I have a question 은 의문문이 아니다. 그래서 상대는 우선 이 쪽에서 계속 무슨 말을 하리라 기대한다. 그래서 가만히 듣고 있다. 이어서 이 쪽에서 자기가 물어보고 싶은 것을 물어보면 넘어갈 수 도 있겠으나  다음 말이 생각 안나 주어 동사 어순 등을 생각하느라 뜸을 들이면 바쁜 교환원들은 포기하게 된다. 여기서 물어본 것도 없으니 답을 안 한 것도 아니다.

사실 Can I ask some questions ? 이라고 의문문을 만들어 물어도 이것 역시 시간 낭비이다. 그 회사 그 부서는 고객이 무엇을 물어보러 전화하는 곳이니 전화 건 사람은 당연한 말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전화요금도 아까웠을 원어민 진행자가 듣다못해 분명한 한국어로 ‘그냥 물어 보세요’ 해도 영어로 질문을 잊어버린 상태에서 회복 불가능이었다. Do you 혹은 What When How 등등의 의문사가 빛을 이 때 발해야 하지만 진술문을 반복하는 공황상태인 것이다. 상대가 반응을 안 보이니 끊을까 걱정이어서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영국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 미국 어디 전화 걸어 이것저것 엉뚱한 것 물어봐 영국영어와 미국영어, 영국식 반응과 미국식 반응 차이를 생방송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있다. 재미있다고 난리이다. 그러나 한국 영어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식 영어교육의 한계와 오랜 시간 투자했어도 영어로 잘 물어보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본다. 씁쓸할 뿐이다.

개인끼리 만나서는 How old are you ? 라는 식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하면서 (사실 이 때 Can I ask 라고 허락을 구한다) 자신이 돈을 쓰러가기 때문에 정작 칼자루를 쥐고 있어 바로 질문에 들어가도 되는데 마치 교실의 선생님 권위에 눌린 것처럼 일단 질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 학생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국어를 영어로 직역해 놓고 왜 안 되느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참 할 말이 없다.  거기서는 그렇게 사람들이 말해요. 그렇게 말할 뿐이다. 영어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영어 에세이는 첫 줄부터 분명한 대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한국인이 쓴 습작 영어 에세이를 보면 서론이 거창하고 질문을 반복하고 이 문제는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 등을 밝힌다.

그 공통점과 차이점을 쓰라는 것이 주문이므로 서론에서 바로 답을 쓰기 시작해야 한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고 다시 쓸 필요가 없다. 답을 쓰라는 주문에 처음부터 충실해야 한다. 서론에서 장황해지면  종이 낭비이고 시험의 경우 감점요인이다. 영어 에세이는 그래도 형식이 책에 나와 있어서 영어교재에서 확인할 수 가 있으나 말은 참 어렵다.

한국어와 어순이 거의 같다고 생각하는 일본어도 한국어와 다른 부분이 꽤 있어 그대로 직역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한국식으로 하는 말을 일본어로 직역해놓고 한국어로는 이런데 왜 일본어로는 안 되느냐고  유독 따지는 학생에게 시달리던 한 일본어 선생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현지에 가서 문화를 배우고 오세요. 일본은 비행기표가 그래도 상대적으로 싸고 배로도 갈 수도 있지만 미국과 영국은 정말 가기가 멀다.

그래서 한국어를 외국어로 그대로 직역하려고 고집을 부리는 대신 거기서 이럴 때는 이렇게 쓰는구나 하고 그들의 표현방식을 배우려는 자세라도 가지면 좀 낫지 않을까 싶다. 영어는 수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8년 6월15일 http://blog.daum.net/british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