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35 [칼럼니스트] 2008년 5월 28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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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단어장을 collocations 장으로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밥을 하다. 국을 끓이다. 나물을 무치다. 전을 부치다. 찌개를 끓이다. 계란후라이를 하다. 동그랑땡을 만들다. 카레라이스를 만들다. 반찬을 만들다. 김밥을 말다. 만두를 빚다. 생선을 굽다. 불고기를 만들다. 푹 고아 먹다. 겉절이를 절이다. 이렇게들 말한다. 요리에 관련된 한국어이다.

그런데 예전에는 밥을 짓다 라고 했었다. 짓다 라는 느낌은 아궁이에 불을 때 밥을 짓는 아낙네라는 맥락에 어울린다고나 할까. 쌀을 불릴 필요도 없이 씻기만 하고 즉시 전기밥통에 넣은 다음 손가락으로 버튼만 누르면 밥이 되는 상황에서 밥을 짓는다, 아궁이에 솥을 앉히다. 에서 나왔을 밥을 않히다. 라는 표현은 쓰지 않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한국요리는 주로 불 위에서 하는 요리임을 알 수 있다.

영어권에서는 주로 오븐을 이용하여 뜨거운 공기로 음식을 만든다. 아니면 그 안에 그릴이 달려있는데 석쇠 같은 것이 윗부분에 매달려있고 뜨거운 열이 위에서 아래로 나와 가열하는 방식이다. 오븐은 예열을 해야 하므로 요리방법에는 Preheat the oven 이라는 설명이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한 번 해봐야 이해가 되는 순서이다. 서양요리는 baking, roasting, frying, boiling 같은 요리방법이 기본이라서 불 위에서 하는 한국요리와 구별된다. 일본어는 쯔께루 (절이다) 니루 (졸이다) 다꾸 (짓다)  야꾸 (굽다) 라는 동사가 많이 쓰인다고 한다. 일본인의 요리방식이 반영된 동사이다. 단어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경험이 필요하다. 한 번 실제로 해봐야 동사가 이해가 된다.

앞서 열거한 나물을 무치다, 찌개를 끓이다 등등 각종 동사가 명사 다음에 각각 다르게 말하는 것은 내가 어떻게 배운 것일까? 나물 찌게라는 명사를 따로 배우고 무치다 끓이다 라는 동사를 따로 배운 것이 아니다. 그냥 모두들 그렇게 한 문장을 한꺼번에 말하는 것을 듣고 읽고 해서 저절로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는 것이다. 계란을 삶아라 를 영어로 하면 boil an egg 이다. 한국에서 영어를 명사 따로 동사 따로 배운 사람은 달걀을 끓이라 고 번역할 가능성이 있다.

아침 먹었다, 점심 먹었니? 몇 시에 잠자리에 든다 같은 간단한 영어를 한국인이 엉터리로 하는 이유는 eat 먹다, sleep 자다, have 가지다 라고 단어장에 써놓고 지하철에 서서도 달달 외우는 사람이 아직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I had breakfast this morning, I went to bed at 11 last night 같은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영어가 잘 안된다.  읽어보면 다 아는데 말하라 하면 입에서 안나오는 것이다. 쓰라고 해도 주저하게 된다.

모든 것이 eat sleep have에서 출발하고 과거 시제로 바꾼 다음 문법을 생각하고 the a를 붙여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다가 전치사는 맞는지 등등 생각이 많아 진다. 간단한 일상을 표현하는데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는가 말이다. 문장 전체를 외우던지 아니면 두개의 단어를 함께 외우자. 그래야 자연스러운 영어를 말하게 된다.

동사와 명사가 한 덩어리로 쓰이는 것을 영어교육에서 collocations 이라 한다. 나물을 무치다, 계란후라이를 하다 이런 식으로 명사에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동사가 있다. 나물 계란후라이를 명사 칸에 따로 적어놓고 동사 칸에 무치다 하다를 가져다 놓고 문법을 생각한 다음 아 이것은 무치다 이고, 이것은 하다 라고 해야지 할 시간이 어디 있나 말이다. 그런 생각하는 동안 상대 친구는 이미 흥미를 잃고 가 버린다.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have breakfast, have lunch, have dinner를 말하도록 하자. take sugar, do the ironing, makes his bed, 등등 do make take 와 함께 쓰이는 일상적 표현을 입에 익히자. 가지고 있던 단어장을 동사와 명사를 함께 적어 넣는 이 collocations 장으로 이용하자. 그래야 영어가 자연스러워진다. 인터넷 영어 사이트에 collocation 을 검색하면 수많은 자료가 나와 있다. 연습문제도 있고 답까지 나와 있다. 이런 연습을 하지 않으면 나물을 끓이다, 계란후라이를 무치다 라는 식의 영어를 하게될 우려가 있다.

2008년 5월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