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33 [칼럼니스트] 2008년 5월 23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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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잘살기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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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유기농 야채 사 먹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시작은 양파였다. 햄버거 만들 때 필요한 양파를 사면서 한 번 유기농 제품을 구입해 보았다. 하나 혹은 두개 달랑 필요한 양파니 한 번 사치를 부려보자 싶었다. 적게 먹자, 보통 양파 열개 넣어진 망 대신 서너개 보이는 유기농 봉투를 집어 들었다.

우선 칼로 썰기가 수월해 좋았다. 칼이 슥슥 하고 내려간다. 질기지가 않아 칼질이 훨씬 수월했다. 그리고 햄버거에 넣기 위해 살짝 볶은 다음 먹어보니 달작지근했다. 양파를 썰면 눈물이 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유기농 양파는 별로 눈이 맵지도 않았고 먹어보니 달았다. 그런 양파를 썰어 살짝 볶은 다음 소고기 돼지고기 다진 것과 섞어 만든 햄버거는 부드럽고 맛도 좋았다. 다들 맛있다고 좋아한다. 나의 홈메이드 햄버거는 항상 인기였으나 이번엔 품질마저 좋아진 것이다.

그 다음은 당근이었다. 보통 당근은 한 봉지에 여러 개 들어있으나 유기농은 달랑 두개이다. 카레라이스 만들 때 하나를 꺼내 썰어보니 역시 칼이 잘 들어간다. 보통 당근은 딱딱해 칼로 썰 때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데 유기농 제품은 칼이 잘 슥슥 내려간다. 부드럽다. 오이를 그 다음 사 보았다. 유기농 오이는 날씬하다. 크고 살집이 통통한 오이만 보다가 좀 빈약해보이기도 한다. 둥글둥글하게 썰어 새큼달큼하게 무치니 씹는 맛이 부드럽고 달다.

야채 몇 가지 집어 들었는데 계산이 막 올라간다. 그래도 한 번 유기농 맛을 보니 중단할 수가 없다. 이건 완전히 중독이다. 드디어 감자를 집어 들었다. 색깔도 하얗고 생긴 것도 아기자기 하게 자그마한 모양이 예쁘기 조차 하다. 물을 찜통에 넣고 그 위에 잘 씻은 감자를 놓고 가스 불을 킨다. 얼마 후 하연 속살이 야간 터진 채 김을 품으며 감자가 삶아져 나온다. 너무 뜨거워 식기를 기다린다. 소금을 찍어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한 입 베어 무니 감자의 속살이 찰지고 은근한 맛이 소금과 어우러져 입안에 감돈다.

도시락으로 가지고 가 다른 사람에게도 권했더니 다들 정말 맛있다고 한다. 어린아이도 소금 좀 더 달라며 잘 먹는다. 단지 감자일 뿐이다. 그냥 삶았을 뿐 어떤 소스나 요란한 방법으로 맛을 내려고 한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소금 뿐, 그래도 꿀맛이다.

프랑스사람들의 식습관은 세계적인 연구대상이다. 비만이 없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중 놀라운(?) 발견은 프랑스 사람들은 적게 먹는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들은 이야기는 그들은 그 날 먹을 야채만 식료품가게에서 산다는 것이다. 당근 하나, 토마토 하나 이런 식이다. 다음 날 다시 식료품가게에 가서 자신이 필요한 야채를 구입한다는 것이다.

요즘 기업에서 유전자변형 옥수수를 들여와 우리가 먹는 가공식품 원료로 쓴다고 난리이다. 그 흔하던 여름 옥수수는 다 어디로 갔을까? 시장 근처에서 보이던 김이 모락모락 나던 옥수수 찌는 솥과 그 옥수수를 쪄서 팔던 아주머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어머니가 쪄주던 옥수수, 수염을 걷어내고 반짝이는 노란 알들을 입에 베어 물면 나던 향기 즙 이런 것들을 맛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가? 얼마 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옥수수를 쪄 팔기에 반가워 가 보았더니 수입한 옥수수라고 한다.

사실 한국인 농부의 얼굴과 주소가 나와 있는 봉투 속의 유기농 야채를 사는 것은 값만 따진다면 사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수백만 원 하는 핸드백을 사거나 옷사치에 비하면 이 몇 천원의 사치는 결국 농부들이 좋은 작물을 재배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계속 경작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 다른 것을 줄이고 이 비싼 야채 좀 사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장에 가서 우리 옥수수를 사다 집에서 쪄먹을 수 있는 날이 다시 오지 않겠는가? 그래야 배타고 멀리서 오면서 썩지 말라고 비벼 넣었을지도 모를 무슨 방부제를 같은 것이 내 몸에 나도 모르게 들어가는 일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

2008년 5월22일 새마을운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