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31호 [칼럼니스트] 2008년 5월 1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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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쇠고기 대한(對韓)수출은 흉악한 테러


홍순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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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은 1996년에 영국에서 발생했다. 광우병을 일으키는 물질은 프리온(Prion)이란 단백질로 알려졌는데, 이 프리온은 동물의 중추신경계에 계속 쌓여 정상적인 조직 구조가 붕괴되면서 신경퇴행성 질병을 일으킨다. 프리온은 쉽게 소멸되는 것이 아니고, 동물의 사체나 소변, 타액 등 체액에 스며들어 있다가 진흙이나 미네랄과 결합하여 토양에 축적되기도 한다.

프리온 질환의 잠복기는 상당히 길지만,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질병은 신속히 진행돼 뇌 손상과 그에 따른 발작, 치매, 운동기능장애가 나타나며 곧 이어 사망하게 된다. 아직까지 이 질병에 대한 치료 방법이 없다.
프리온에 의한 질병이 광우병으로 소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사람에게도 ‘인간광우병’이라 불리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과 쿠루병 등으로 나타난다. 사람이 광우병에 걸린 소의 육류를 먹거나 그 육류를 원료로 가공한 제조품(화장품 따위)을 사용함으로써 발병한다.

미국산 소에서 광우병이 크게 문제되는 것은 먹이 때문이다. 소를 도축하기 약 3개월 전부터 풀 대신 곡물을 먹이는데, 그 곡물에 동물의 사체를 가루로 만들어 섞는다. 당연히 소의 중량이 급속히 불어나고 살코기도 마블(흰 지방조직)이 생겨 팔기는 좋으나, 이런 사육 방식은 ‘소는 초식 동물’이란 자연의 섭리를 깨뜨리는 것으로 인간의 교만과 욕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표적 사례다.

지난(2008년) 4월의 한미 쇠고기협상은 협상 자체가 성립 안 되는 일종의 살인 음모다. 사람이 먹으면 절대 안 될 미국산 특정위험물질(SRM : 프리온이 많이 축적되는 소의 부위)을 제거하는 흉내만 내고 거래하게 만들었다.
즉 30개월 미만 소는 편도(扁桃 : 입 안에 조그맣게 솟아난 림프샘)와 회장 원위부(작은창자 끝부분) 2곳만을 SRM으로 정하고,
30개월 이상 자란 소는 위의 2곳과, 뇌, 눈, 척수(脊髓), 머리뼈, 등배신경절과 ‘척주(脊柱 : 척추골로 이뤄진 등마루)의 일부’를 SRM에 넣고, 그 이외 부분은 모두 한국에 수출할 수 있게 했다.
‘척주의 일부’를 더 풀어 쓰면, ‘척주’는 경추, 흉추, 요추의 횡돌기, 극돌기, 천추의 정중천골능선 따위로 이뤄지는데 이것들은 한국에 수출해도 좋고, 그 외 얼마 되지 않는 척주의 일 부분만을 SRM으로 묶었다는 뜻이다.
소의 몸체가 무슨 축구장만한가? 수출할 수 있는 것, 못하는 것이 모두 한 뼈에 붙어 있고 서로 떨어진 거리라고 해야 한뼘 될까 말까다. 30개월 이상 자란 소가 프리온을 다량 축적시킨다 하면 그 몸통 전체를 한덩이로 규제해야지 목젓 떼고, 눈 빼고, 기름 몇 덩이 뽑아내고 O.K사인을 하다니 이게 무슨 허튼 수작들인가? 이런 수작의 원인은 수출해도 좋은 경추, 요추 등 부위가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티본스테이크, 꼬리곰탕, 수육의 재료며, 안심, 등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쇠고기협상 합의 제13항을 보면,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축할 때 소의 연령은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 또는 치아감별법에 의해 확인한다”고 돼 있다.
나이 확인은 도축할 소가 30개월 미만인가 아니면 30개월 이상인가의 구분이다. 그 구분을 ‘서류’ 또는 ‘치아감별법’으로 한다고 했는데, 이 내용은 미국 관리가 한국인을 우습게 보고 한국 관리를 특히 농락한 것이다.

미국에서 사육되는 소가 대략 9700만 마리라고 한다. 그 많은 소와 서류를 어떻게 대조하여 몇 개월짜리 소인지 확인할 수 있는가? 미국에서 도축할 때도 그렇지만, 한국에 수입된 소의 뇌, 눈, 척수 따위가 수입 불가인 30개월 이상짜리 것인지 아닌지를 서류만 가지고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더구나 기계로 뜯거나 뽑아낸 작은 조각의 육질[선진회수육]을 서류만으로 몇 개월짜리 것이라 확인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소의 나이를 ‘치아감별법’으로 확인한다는 것은 정말 코미디다. 30개월에서 몇 개월 모자란 소(또는 그 부위)인지, 몇 개월 더 자란 소인지를 이빨 가지고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미국이 이런 서부 개척시대에나 씀직한 방법으로 SRM여부를 판별하겠다는 것은, 한국에 파는 소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추적 시스템이나 인식 코드(ID Code) 따위를 쓰지 않고 얼렁뚱땅 적당히 소 잡아 팔아먹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빌딩을 비행기로 들이받아 폭파시키는 것만이 테러가 아니다. 치명적 독소가 든 물질을 불특정 다수에게 의도적으로 배포하는 것도 ― 물론 미국은 한국 측에서 팔아달라 사정해서 팔아줬다고 변명할 테지만 ―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범죄며 흉악한 테러다.

MB정권은 들어선 지 얼마 안 됐지만 실수의 연속이다. 실수라기보다 이른바 마인드가 절대 다수의 국민들과 전혀 다르다. ‘강부자내각, 강부자청와대’가 뜬금 없이 나온 소리가 아니다. ‘부자의, 부자에 의한, 부자를 위한 정권’임을 다수 국민이 재깍 생존 본능으로 파악했기 때문에 나온 별호다.
사실 영어몰입교육, 대운하 올인, 최근의 GMO옥수수 수입허가, 쇠고기협상 합의 그리고 한미FTA의 맹목적 추진 따위가 힘센 미국을 등에 업고 부자 특히 재벌들 편에 서서 그들 이익을 확보해 주는 것이라 누가 말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잘못된 마인드는 화를 부르고 화는 파탄에 이른다.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위험물질을 국민들(적어도 그 대표자들) 동의도 없이 미국에서 수입토록 하는 관료가 범죄자인가 아니면 자기 생명을 지키겠다고 촛불시위하는 시민이 범죄자인가? 아직까지는 SRM청정지역인 이 땅을 독소로 더럽힐 권한을 가진 자는 아무도 없다. 법이 권력에 아부할 때 법은 법이 아니고 그 사회는 사망한 것이다.

방통위가 지난 5월 초에 인터넷포털사이트에 광우병과 MB관련 댓글을 삭제토록 요청했다고 한다. 댓글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최근에 써서 인터넷에 올린 MB정권이 보기에 껄끄러운 몇 편의 글이 주요(또는 대표) 검색어 아래 붙지 않고 사라졌다 ― 10여 년간 컴퓨터를 가지고 놀다 보니 요령이 생겨서 그런 검색어를 반드시 글 제목에 넣는데도 그렇다.
지금 어떤 자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노정권 시절 수구꼴통이란 소리들으며 1백편 넘는 좌빨정권 타도의 격한 글을 인터넷에 올렸어도 이런 음침한 통제는 경험하지 못했다.

<이대통령 취임 후 첫 ‘토요 휴무’>라는 보도가 5월17일자로 나왔다.... 왜 이런 보도가 사람들 눈길을 끄는지 MB와 그 추종자들은 꼭 되새김질해 볼 필요가 있다.

-200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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