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30 [칼럼니스트] 2008년 5월 1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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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코뿔새 부모의 사랑
김소희 (수필가, 동물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animalpark


며칠 후면 어버이날이다. 동물 세상에도 감동적인 부성애와 모성애가 가득하다. 오늘은 자식을 위해 나무 속에 갇혀버리는 큰코뿔새 부모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큰코뿔새(Great hornbill)라는 이름은 부리 위에 또 다른 부리처럼 보이는 근사한 뿔 때문에 생겼다. 케라틴이라는 가벼운 물질로 만들어진 이 뿔은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는 역할을 한다. 큰코뿔새는 외모 못지않게(멋진 뿔과 깃털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도 아름다운 새다.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엄마 큰코뿔새는 속이 빈 나무를 찾아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배설물, 나무껍질, 진흙 등을 이용해 나무 구멍을 막아버린다. 부리만 겨우 내밀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구멍만 남긴 채 말이다. 자, 이제 엄마 큰코뿔새는 나무 속에 완전히 갇힌 신세가 되어버렸다. 왜 스스로를 좁은 감옥 안에 가두는 것일까? 그 속에 숨어있으면 알이나 새끼를 노리는 다른 새나 뱀, 원숭이 같은 천적들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여보, 깜깜하고 비좁은 곳에서 잘 견뎌낼 수 있겠소?”
“참을 수 있고말고요.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이 까짓 거야.”

나무 안에서 큰코뿔새 엄마는 보통 2개의 알을 낳는다.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는 40-50일이나 기다려야 한다. 날개 한 번 마음대로 펴지 못하고, 햇빛 한 번 제대로 쬐지 못하는 동안 엄마 큰코뿔새는 비행용 깃털이 빠져 날 수 없게 된다.

그 사이 아빠 큰코뿔새는 옥살이 중인 엄마를 위해 끊임없이 먹이를 날라다 준다. 만약 아빠 큰코뿔새가 밀렵꾼들에게 잡혀 죽기라도 하는 날이면, 엄마는 그 안에서 죽을 수 밖에 없다. 구멍을 뚫고 나온다 해도 비행용 깃털이 없으니 나무 아래로 추락할 게 뻔하다.

약 50일 후. 새끼가 태어난 후에도 엄마새는 여전히 갇혀있어야 한다. 2-3달이 더 지나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 둥지가 비좁아지기 시작하면 그제야 엄마는 벽을 허물고 둥지 밖으로 나온다(이 때쯤이면 비행용 깃털에 새로 돋아나 날 수 있다). 무려 4달 만에 보는 세상이지만, 엄마는 바로 일을 시작한다. 아직 날지 못하는 어린 새끼를 숨기기 위해 다시 구멍을 막은 후, 아빠새를 도와 먹이를 구하러 다닌다. 사랑하는 새끼에게 강한 날개가 생길 때까지 말이다.

4달을 어둠 속에 갇혀 사는 엄마 큰코뿔새. 그리고 쉴 새 없이 먹이를 날라주는 아빠 큰코뿔새.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그 누가 이런 초능력에 가까운 참을성과 사랑을 발휘할 수 있을까? 흑. 내가 어렸을 때엔 이맘때면 어김없이 색종이를 접어 카네이션과 카드를 만들곤 했었는데, 여러분들은 어떤 마음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  큰코뿔새(Great Hornbill)
코뿔새는 세계적으로 약 50여종이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녀석이 바로 큰코뿔새다. 몸길이는 1.5미터로 그 중 꼬리가 1/3을 차지한다. 양 날개를 편 길이는 약 180센티미터. 황금빛의 커다란 부리와 검은 깃털이 특징이다. 무화과열매를 가장 좋아하지만, 때로 작은 포유동물, 도마뱀, 뱀, 곤충을 먹기도 한다. 수명은 사육 상태에서는 50년 정도. IUCN의 레드리스트(Red List)에 등재되어있는 멸종위기 동물이다. 인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말레이시아 등의 열대우림에 사는데, 우리나라의 과천 서울대공원에 가면 큰코뿔새를 만날 수 있다.  

[소년조선일보 20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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