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28 [칼럼니스트] 2008년 5월 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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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 큰 중국 공연문화

이규섭 (서울칼럼니스트모임회원, 시인)
http://columnist.org/kyoos


중국은 땅덩이가 넓은 만큼 관광명소도 많다. 8월에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과 2010 상하이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관광서비스 향상에 주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관광명소 어디를 가나 스케일이 큰 공연문화로 푸짐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린다. 관광객 수와 관광 수입은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장자제(張家界)풍경구 보봉호에서는 토가족들이 노래를 들려주고 그들의 혼례풍습을 가무로 보여준다. 베이징에서는 영화 '패왕별희'로 알려진 오리지널 경극(京劇)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상하이서커스도 볼만하다. 소년 소녀 곡예사들의 아슬아슬한 기예와 원통 속에서 6명이 오토바이를 타는 목숨을 건 묘기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저장성(浙江省)의 성도 항저우(杭州)의 '송성가무쇼'도 화려하고 다이내믹하다. 남송시대 서호(西湖)를 배경으로 전설과 민족영웅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다. 종반에 장고춤, 상모돌리기, 일본의 가부끼 춤을 끼워 넣은 것은 다분히 한일 관광객을 노린 문화적 상술이다. 천정과 지하, 객석에서 출연진이 등장하여 관객들의 얼을 빼놓는다. 무대에서 대포를 발사하는가하면 천정에서 비가 내려 탄성이 절로 나온다. LED 불빛 회오리 등 최첨단조명과 입체음향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스케일이 크기로는 단연 허난성(河南省) 소림사의 '선종소림 음악대전'이다. 쑹산(崇山) 협곡의 나무와 바위 등 자연 그대로가 무대다. 해발 1400m 산등성에 별빛처럼 빛나던 조명과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을 비추던 조명이 꺼지면서 칠흑 같은 어둠에 적막이 감돈다. 개막을 알리는 석경(石磬)의 둔탁한 소리에 이어 청아한 물소리가 귓전에 흐른다. 각기 다른 물통의 물을 손바닥으로 쳐서내는 물소리가 감미롭고 때로는 너울파도처럼 격정적이다.

총 5악장으로 구성된 공연은 물, 나무, 바람, 빛, 바위를 주제로 선경(禪境), 선정(禪定), 선무(禪武), 선오(禪悟), 선송(禪頌)을 노래와 춤, 무예를 곁들여 숨가쁘게 펼쳐진다. 음악과 빛을 이용해 소림사의 정신과 무술의 세계를 종합예술로 승화시켰다. 양치는 여인이 양떼를 몰고 무대에 오르고, 소림무예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산자락에서 집채만한 달이 떠서 초승달로 바뀐다. 숲에서는 10m 높이의 석불 수십 개가 빛을 발하며 등장한다. 실제 크기의 석림(石林)이 나타나기도 하고 온몸에 빛이 나는 발광(發光) 옷을 입은 무예들이 허공을 날아다니며 칼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상상을 초월한다. 무대가 워낙 넓어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다.

선종소림 음악대전의 총감독은 '와호장룡'과 '영웅'의 음악감독으로 한국 펜들에게도 친숙한 탄둔(Tan Dun)이다. 그는 소림무술과 조화를 이루는 동양적인 음악을 통해 오스카상을 수상한 바 있다. 700여명의 출연진과 600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공연이니 스케일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소림무술의 화려함과 자연의 소리가 조화를 이룬 선종소림 음악대전의 감동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우리나라도 지역의 특색을 살려 전통문화를 접목한 공연문화개발이 절실하다. 가령 경상도 안동의 하회탈춤을 중심으로 세계의 탈춤을 보여주는 상설공연장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다. 전라도 남원에서는 판소리와 함께 창극을 공연하면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판소리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적 무형유산이 아닌가. 이제는 관광문화의 세계화에 눈을 돌릴 때다.
-2008. 5. 6

서울칼럼니스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