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26호 [칼럼니스트] 2008년 5월 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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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의 진실


홍순훈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hsh


지금껏 이 자가 이 소리, 저 자가 저 소리하며 바람잡던 이정권의 ‘대운하 작전’이 5월(2008년) 들어서면서 본격적 또는 공식적으로 가동됐다. 청와대 대변인, 기획재정부 차관의 5월1일자 발언이 그렇고, 5월2일 전국 16개 시, 도지사회의에서 ‘운하 조기 추진을 강력 건의’했다는 내용이 그렇다. 이 회의에서 이명박대통령(이하 편의상 MB라 표기한다)은 시, 도지사들의 건의에 침묵을 지켰다 하는데, 하의상달(下意上達) 형태로 마지못해 작업에 들어가는 척인가?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줄여서 ‘대운하’는 MB가 1990년대부터 국회의원, 서울시장을 지내며 구상한 것이라는데, 크게 경부운하, 호남운하, 북한운하 3개로 나누며 공사가 중단된 경인운하도 이에 포함시킨다.

이중 핵심이며 추진 1순위로 확실한 것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경부운하다. 두 강의 연결 방법은 <문경새재 부근 조령의 해발 140m 지점에 20.5km의 터널을 건설>하고, <터널 양쪽에 2강의 수위를 맞춰주는 갑문이 들어서게 되며, 갑문에 들어온 배를 수압 또는 전동장치(엘리베이터)에 의해 위아래로 이동하게 된다>. < >로 따온 내용이 MB가 서울시장이었던 2006년 10월25일 독일을 방문하여 밝힌 대운하 구상인데, 당시 언론 보도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위 줄거리에 최근 MB추종자들이 약간씩 수정, 보완하고 있다. 즉 터널 위치 해발 140m를 110m로, 터널 길이 20.5km를 22km로, 터널 1개가 2개(길이 21.9km와 4km)로, 충주갑문 쪽에 45m리프트, 문경리 갑문 쪽에 57m리프트 따위다.

이 갑문 방식은 1900년대 초 미국 공병대가 10여년간 건설한 세기의 대토목공사 파나마운하(길이 77km)를 연상시킨다. 근래들어 이 운하가 포화 상태가 됐는데, 확장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2006년 10월 실시했다. 국민 78% 찬성으로 확장키로 했는데, 국가 성립과 경영을 전적으로 운하에 의존하는 파나마공화국이지만 국민의 뜻을 묻고 그 뜻에 따르는 형태를 취했다.

어쨌든 대운하에는 선박 운항의 경제성과 연안 해역과의 연계를 고려하여 2500t급 선박(컨테이너 215개 적재)을 띄우는 것이 적당하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 수로(水路) 바닥의 폭이 30m, 수심 6.1m는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당연히 조령터널의 크기도 이에 준해야 된다.

TV채널 ‘디스커버리’를 보면, T.B.M(터널보링 머신: 약 2100억원짜리)이란 주판알 같은 비트를 앞머리에 붙인 거대한 디스크형 암반 굴착기가 터널 안에서 작동하는 모습이 종종 나온다. 현재 생산, 운영되고 있는 이 굴착기의 최대 크기가 직경 11m라는데, 이 최고 최신 기계를 동원해도 2500t급 선박이 다닐 수 있는 규모의 대형 터널을 조령에 뚫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뚫었다 치자. 길이 22000m X 폭 30m X 깊이 6.1m = 4백만 입방m
이 계산은 4백만 입방m 즉 4백만 톤의 물을 조령 산 중턱에 가둬놓는다는 뜻이다. 물은 중력의 법칙에 의해 항상 아래로 흐른다. 만약 터널에 균열이 생기거나 터널 일부가 붕괴돼 위에 계산한 물이 일시에 조령 아래 마을을 덮친다, 어쩌지?

그리고 4백만 톤의 물을 햇빛이 안 닿는 굴 속 갇힌물로 만든다, 이 행위가 과연 자연의 섭리에 합당한가? 갇힌물은 반드시 부패하고 기름에 오염되고 따라서 식수로 적합치 않다. 결국 이 독극물과 다름없는 물이 한강과 낙동강 그리고 금강으로까지 끊임없이 흘러들어가 사람들 생명을 위협한다.

MB추종자들은 대운하를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었다. 경부운하 550km를 50공구로 나눈다. 이 50공구 중 새롭게 관광자원이 될만한 곳 즉 볼거리는 ‘조령터널’뿐이다. 다른 공구는 배를 안 띄워도 이미 다 관광지화됐다. 어떤 이는 배를 타고 터널 속 통과를 꿈꿔 볼 테지만 이는 헛된 꿈이기 쉽다. 썩어 오염된 물, 배의 매연에 찌든 굴 속, 서커스하듯 배를 들었다 놨다 하는 위험성..... 때문에 그렇다.
이는 결과적으로 막대한 자금(10조원?--파나마 운하의 2개 갑문 설치비만 27억3000만달러였다)을 들여 두 강을 연결한다고 하지만 두 강이 단절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조령에서 배를 갈아타야 된다.

조령터널 문제는 작은 편이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500여km를 수심은 6m 이상, 강폭은 적어도 30m 이상 강바닥은 파내고, 강변은 걷어내고, 강둑은 흙이나 자갈이 흘러내리지 않게 시멘트로 처바르고, 굽은 강은 바로펴고.....
이런 하천의 인공적 대변형은 실개천의 흐름까지도 왜곡시키니, 몇 십만년이랄까 몇 백만년이랄까 최적의 상태를 추구하며 유지했던 금수강산이란 한반도의 균형을 깨뜨린다. 균형 파괴의 악영향은 홍수, 식수 오염, 농공용수의 변경 등으로 두 강에 붙어사는 3500만 주민의 안위가 위태로워진다.

현대건설이 주간하고 있는 상위 1∼5위 건설사 컨소시엄과, SK건설이 주도하는 6∼10위 건설사 컨소시엄이 5월 말쯤 정부에 낼 사업제안서(계획서)를 준비 중이라 한다. 이에 고위 관료는 ‘민간인들이 투자를 하고 공사를 하면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 한다. 많이 듣던 소리 아닌가?

노정권 때 한나라당이 발의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즈음에 관료들이 하던 말이다. 정부부담금 11.3조원은 이전할 과천정부청사 등을 팔아 충당하면 국민들 부담 하나 없이 별것 아니고, 민간 부담금 34.5조원은 그들 투자니 그들이 알아서 할 테고....
여기서 민간은 재벌 건설사들이다. 정부 부담금이 그들 먹이임은 물론 민간 부담금이라 하나 그것은 일종의 투자금으로 그 대신 ‘지역 부동산 개발권’을 정부로부터 따내는 등으로 투자금의 몇배 또는 몇십배의 이익을 챙긴다는 것은 일반 상식이다. 이런 모든 돈은 결국 국민들 부담이 된다는 것 역시 상식이다. 따라서 행정중심복합도시 바뀐 명칭 ‘행복도시 세종’(2020년 완공 예정) 건설로 경기가 부양됐다는 소리를 하면 미친놈 취급받기 십상이다.

MB가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쥐고 놓지 않는 것 역시 위와 같은 맥락이다. 재벌 건설사 CEO 출신으로, 대권을 잡았으니 한국의 전체 건설사 목줄도 확실히 잡고 있겠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이 건설, 저 건설로 피골이 상접해지고 좋은 노래 하나 버리는 것 같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들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 빛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돈이 있어야 살지∼∼

-200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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