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23 [칼럼니스트] 2008년 4월 2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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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마저 해커들의 ‘놀이터’가 된 대한민국

이재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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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의 심장부인 청와대가 해킹을 당했다는 소식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놀랍다 못해 분노가 치민다. 청와대가 어떤 곳인가. 개인기업이 아니라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청와대가 어이없게도 해킹을 당했으니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경매사이트인 옥션에서 1081만명 이상의 고객정보가 유출돼 사회적 파장이 심각한 마당에 청와대까지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명색이 IT강국이라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예사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마저 짓밟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지난 2월 중순 청와대 전상망에 해킹으로 의심되는 컴퓨터바이러스 공격을 받아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국가자료 일부가 흘러나갔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을 계속 숨기고 있다가 언론에 보도된 뒤에야 공개했다. 그러면서 국가전산망이 해킹 당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단순한 실수로 바이러스에 감염돼 보안등급이 아닌 일부 개인자료가 유출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너무 모호해 오히려 불신과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처럼 기업은 물론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기관의 전상망이 손쉽게 해킹 당해 국가정보가 함부로 유출된다면 보통 큰일이 아니다. 해커들은 지난 주말에도 미리 설치해두었던 접근 프로그램을 통해 청와대 전산망 침두를 다시 노렸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국가기관의 정보통신망의 관리가 이처럼 허술하니 우리나라가 ‘해커들의 놀이터’라는 소리를 들어도 싸다고 하겠다. 심지어 “중국 해커군단에게는 한국이 해킹훈련장”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된 데는 정부 및 기업의 허술한 보안체계와 보안불감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허점이나 결함을 개선하기보다는 숨기는데 급급한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청와대가 해킹을 당한 때는 노무현정부에서 이명박정부로 권력이 이동되던 시기이다. 해커들은 정권을 넘겨주고 넘겨받는 어수선한 시기를 해킹찬스로 삼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만약 중국이나 북한 해커들이 그랬다면 국가안보 차원의 보안에 치명적인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하겠다.

청와대의 해명대로 해커들이 빼간 정보는 ‘보안등급’이 아니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직원의 개인컴퓨터에 있던 ‘단순한 저장물’이라고 하더라도, 국가안보와 관련한 중요정책을 다루는 곳에서 일하는 직원의 컴퓨터에 들어있는 자료가 유출된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하겠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개인의 잘못만 따질 것이 아니라 청와대 전체 문제로 보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정부기관이든 개인기업이든 모든 업무가 전산으로 처리되는 정보화사회에서는 완벽한 보안시스템이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한번 뚫리면 치명적이다. 더구나 국정의 심장부인 청와대야말로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매우 중요한 국가기밀이 해킹으로 유출된다면 그야말로 나라의 존립기반마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청와대에 대한 해킹은 국가기밀을 노렸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번 사건은 한시도 ‘인터넷방첩’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점을 우리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차제에 국가전산망의 해킹방지책을 다시 한번 철저히 점검하고, 미흡한 점이 있으면 보다 완벽한 체제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해커들의 정체를 철저하게 파악하여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발생하는 해킹사고는 3만 여건에 이른다. 이는 누구라도 해킹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네티즌 역시 개인정보 유출에 의한 피해를 입기 전에 자신의 신상정보를 지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전문가들의 권유대로 비밀번호는 유추하기 어려운 숫자나 단어로 바꾸고, PC의 보안프로그램을 부지런히 업데이트하는 등의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0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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