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13 [칼럼니스트] 2008년 3월 22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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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토마토 키우기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어머, 여기서는 잘 자라네요!’

푸른 줄기와 그 옆으로 자그마한 잎을 내며 쑥 자라는 내 방울 미니토마토 화분을 보고 후배가 반가워한다. 나는 큭 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씨 심었어?’ 하고 물었다.
‘네? 무슨 씨요? 원래 심어져 있는 거 아니에요?’
‘나보다 더한 사람 있네!’ 하고 나는 다시 큭큭 거렸다.
‘나는 쓰레기통을 뒤져야 했거든’
‘표면이 하얘서 씨가 심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던데’

그 후배와 함께 가 먹었던 그 집 칼국수는 정말 먹을 수가 없었다. 별로 세상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식당에서 음식 남기지 않는 일로라도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려고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 나의 원칙이다. 그런데 그 칼국수는 뭐 별로 들어간 것도 없는데 반 쯤 먹다가 도저히 먹을 수 가 없었다. 남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계산대에서 그 집 아닌 다른 회사에서 주는 '방울 미니 토마토 키우기'라는 자그마한 화분을 선물로 건네 받았다.

집에 와 포장을 풀고 쓸데없는 내용물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흙이 담긴 화분 만 창가에 두었다. 며칠을 기다렸으나 그런데 아무 기별이 없었다. 그래서 이상한 생각이 들어 보관해 둔 작은 글씨로 인쇄된 무슨 안내서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거기서 씨를 흙에다 심으라는 그림이 있었다. 아니 씨? 씨가 어디 있었어?

다행히 쓰레기통을 버리지 않은 채여서 즉시 쓰레기통을 뒤지니 내가 방부제라고 생각해서 버린 네모난 하얀 것이 나왔다. 김이나 무슨 식품을 사면 그 안에서 나오는 것 같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안에서 희미하게 몇 개의 씨앗이 형체를 드러냈다. 즉시 가위로 모퉁이를 자르고 씨앗을 꺼낸 다음 화분에 구멍을 파 그 씨앗들을 심고 물을 주었다. 그랬더니 며칠도 안 돼 이파리가 흙을 헤치고 나왔다.  쓰레기통에서 살아남은 그 씨들은 흙을 헤치고 나와 갈수록 튼튼해지더니 이제 나에게 집안에서 미니 방울토마토를 수확할 수 도 있겠다는 희망과 기쁨을 주고 있다. 아니면 요리까지도……. 이번에는 실패를 안 할 거야 하며 다짐한다.

지난해 가족이 상점에서 받아와 허브라며 건네주기에 부엌 햇빛 잘 드는 창가에 놓고 몇 달을 물을 주며 공을 들인 적도 있다. 그 화분을 결국 쓰레기통에 버려야했다. 그런데 그 화분도 흙만 담겨져 있었단 말인가? 표면이 마치 씨가 심어져 있는 것 같았는데…….  흙을 헤치고 나오는 이파리를 보기 위해 몇 달을 애썼다.  준 사람을 실망시키기 미안하기도 하고, 아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왜 우리 집이 너무 건조한가 등등 별 생각을 하며 그 실패를 할 수 없이 받아 들였다.

회사 마케팅 하시는 분들께 부탁해요. 씨앗봉지를 제발 방부제 봉지처럼 만들지 마시고요, '씨앗'이라고 좀 큰 글씨로 써주세요. 사람들이 왜 안 읽어 보느냐고 하기 전에 왜 사람들이 안 읽어 보게 되는가를 생각해서 읽어 보게 만들어 주세요. 아니면 이 화분에는 흙만 있습니다. 씨앗 봉지 안의 씨를 꺼내 심으세요, 라는 말도 눈에 바로 뜨이게 하구요. 아무리 공짜였더라도 화분을 버릴 때 가족들의 마음이 아팠답니다. 그 후배는 쓰레기통 버린 지 오래라 뒤질 쓰레기통도 없답니다.

아니면 화분 안 받아도 좋으니 칼국수 집에서는 정말 방부제 안 들어간 밀가루로 맛있는 칼국수를 만드는 일에만 신경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 2008.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