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10 [칼럼니스트] 2008년 3월 4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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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카 할머니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리어카 할머니를 검색 창에 쳤더니 정말 눈물겨운 사연들이 사진과 함께 뜬다. 경찰관은 이제 밤에 쓰레기 더미에서 폐지를 주워 모아 리어카에 담고 이를 끌다가 쓰러진 할머니를 업어다 놓고 경찰서에 의사를 불러와야 하고 심지어는 업어다 집에 까지 모셔드려야 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 한 블로거는 자식들이 없느냐고 물어보고 있다. 나는 내가 내 눈으로 직접 본 리어카 할머니들이 극소수이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누가 유럽의 복지, 영국의 복지제도가 평등만을 강조하여 나라가 잘못되고 있다고 말하는가? 내가 다닌 유럽, 내가 10년 이상 거주했던 영국에서는 적어도 할머니가 폐지를 주우러 리어카를 끌고 다니지 않는다. 복지 관련 일은 특히 살아본 사람, 적어도 간접경험이라도 보고 들은 일을 중심으로 참고를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헌만 보고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늙은 할머니, 그 중에서도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는 가장 극빈층임은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것 같다. 평생 가족을 보살피던 일을 하다 자식들이 장성해 나가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그 다음 남편이 먼저 가면 돈을 벌어본 적이 없거나 저임금 일을 해 온 여성의 경우 연금도 적어 사실 손에 쥐는 돈은 얼마 안 된다. 직업을 얻고 자신의 경력관리를 할 기회를 잃은 할머니의 말로는 세계 어디서나 별로 화려하지 않다.

그래도 그들에게는 얼마의 가장 기초적인 생활을 할 연금이 이런 저런 경로로 지급된다. 영국 우체국에 무슨 요일에 가면 줄을 죽 서 있는 노인들이 있는데 이는 일주일에 한 번 주는 연금을 타러 온 사람들이다. 은행 통장으로 받을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현찰로 준다. 현찰을 가지고 다녀 들치기를 당해 보도가 될 정도로 그들은 적어도 손에 쥘 돈이 있다.  

그 돈으로 그들은 어디를 가는가? 수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또 그곳에서 운용하는 저렴한 식당에 앉아 차를 마시고 케익을 먹으면서 친구를 만난다. 수요일 인가 하는 그 날은 수퍼에서도 그들만의 리그이다. 그들의 연금을 맡은 투자회사에서 굴리는 연금기금은 금융업계에서 무시 못 한다. 너무 잘하려다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기초 연금은 손자 손녀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등을 사면 보통 바닥이 날 정도의 돈이다.

돈은 다시 사회로 돌아온다. 식료품을 사고 가스비를 낸다. 그 돈은 적어도 밤에 리어카를 끌고 나가 자신의 힘에 부치는 리어카를 끌며 다닐 만큼 절박한 상황으로는 몰아넣지 않는 생계비이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고 살만큼 나라에서 보장해 준다. 왜냐고? 그것은 자국의 국민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설혹 직접 세금을 낸 것이 적다 하더라도 남편이 일터에서 일할 때 장을 보고 식사를 준비했으며 아이들을 키워내 국가를 위해 일하고 세금을 내도록 만든 사람이기 때문이다.

-2008.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