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00 [칼럼니스트] 2007년 1월 1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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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삶의 결을 찾는 것이다
박연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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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쯤 한자능력검정시험 1급 시험장에 초등학교 3학년 손자와 70세 안팎의 할아버지가 들어섰다. 이 시험에 관심을 갖거나 응시해본 사람들이 알다시피 1급 시험은 꽤 어렵다.평균 합격률이 15%이하였다. 그런데 시험 같은 것은 이미 졸업했을 고령의 할아버지와 검정시험의 첫 단계인 8급만 따도 대단할 어린 손자가 1급에 응시하러 왔으니 모든 수험생들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1급 시험은 그 전 단계인 2급을 합격한 자에 한해 응시자격이 있었다. 따라서 그 할아버지와 손자는 이미 2급을 통과한 것이다. 2급도 쉽지 않다. 출제기준에 따르면 2급을 통과하면 웬만한 고전(한문 혼용)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들 수험번호가 앞뒤였는데 공교롭게도 할아버지 좌석은 줄의 맨 앞이 되고, 손자는 옆 줄의 끝이 되어 버렸다. 워낙 어린애라 답안 작성 외의 다른 절차에 실수할까봐 앞뒤에 앉아 도와주려 했는데 그렇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수험생들도 안타까워했으나 규정상 달리 방법이 없었다. 대신 시험 중간에도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가서 혹 이름, 번호 쓰기를 빼먹지 않았는지, 답안지 작성방법상 착오가 생기지 않았는지 등은 봐줘도 좋다고 감독이 허용했다.
시험이 끝날 무렵 꼬마는 자기 기대에 못 미쳤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눈만 깜박거리고 있었는데 얼핏 봐도 못 쓴 부분이 많았다. 할아버지도 그런 것 같았다. 그렇다고 풀이 죽은 건 아니었다.
손을 잡고 나가는 조손을 보며 누군가가 아무래도 합격은 어려울 것 같지 않느냐고 물으니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저나 나나 단번에 합격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합격할 때까지 응시해야지요. 그러나 할애비가 이 나이에 어려운 시험에 도전하고, 녀석도 그 도전을 함께 하는 것 자체가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가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뒷모습이 교실 주변의 막 절정에 이른 신록보다 더 푸르고 아름다웠다. 도전이라는 말이 갖는 긴장감과 경직성도 그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내면에 불타오르는 결연한 의지마저 감춰진 것은 아니었다.
이처럼 잔잔하면서도 깊은 흐름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도전이 있는가 하면 토마스 카터가 감독하고 사무엘 잭슨이 주연한 영화 '코치 카터'는 매우 역동적인 도전이어서 강렬하고 격정적인 감동을 준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캘리포니아 소도시 리치몬드 고교 농구팀은 노력도 하지 않고 투지도 형편없는 팀이었다. 여기에 모교 선배 카터가 코치로 부임했다.
그의 목표는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어 올리고 선수들의 학업성적을 높이는 것이다. 불량배나 다름없는 선수들에게 농구보다 학업성적을 앞세우니 그 저항과 마찰이 얼마나 강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애들에게 우리의 내신 격인 GPA 성적을 2.3이상(교육위원회가 요구하는 점수는 2.0) 유지하고, 수업시간은 절대 빼먹지 않음은 물론 반드시 교실 맨 앞자리에 앉을 것을 요구하니 선수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격렬하게 반발한다. 교장도 학생의 절반 정도가 간신히 졸업하고 그 중에서도 어쩌다 몇 명만 대학에 가는 최하위권 학교에서 무리라고 반대한다. 그래도 그는 농구보다 학업이 우선임을 강조하며 체육관 폐쇄로 맞선다.
지역사회 흑인 청소년 가운데 평균 3분의 1이 교도소를 가고, 3분의 1이 불량배로 헤매다 죽어 가는 현실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살려면 대학에 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반대하며 온갖 폭력을 행사하고 살해위협까지 가한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이 모든 저항과 마찰에 맞서 싸운다. 마침내 팀은 명문대열에 오르고 선수들은 좋은 성적으로 여러 대학에 스카웃 되는 기적을 이룬다.
"우리의 가장 깊은 공포는 무엇인가. 우리의 무력함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강함이다. .... 우리가 자신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때 다른 사람들도 해방시킨다"라는 매리언느 윌리엄슨의 말이 영화 전편을 관통한다. 카터는 이 정신을 선수들에게 주입시키며 도전을 성공으로 이끈 것이다.
할아버지와 손자, 카터 코치의 도전은 특별한 경우에 속하지만 인간은 모두 크고 작은 도전 속에서 살아간다. 인생 자체가 도전의 연속이다. 인류가 거칠고 가혹한 자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투쟁하면서부터 비롯된 숙명이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물체가 운동할 때 공기의 저항, 표면의 마찰에 당연히 직면하는 것처럼 필수적이다. 만약 이를 피하려 한다면 공기 없는 무중력 상태에서 살겠다는 생각처럼 무모한 일이다.
따라서 각자 삶의 양태에 따라 발생하는 도전을 긍정적,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헤쳐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행기, 기차, 선박등의 앞부분을 유선형으로 하고, 표면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바퀴를 이용하거나 기름칠을 하는 것처럼 삶의 도전에서 만나는 갖가지 장애물을 역이용하면서 극복해 나가야 한다.
마찰과 저항이 거세도 그걸 줄일 수 있는 길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이른바 결이다. 아무리 단단한 나무도 결을 찾아 도끼질하면 쉽게 뻐개지듯이 모든 사물과 일에는 문제를 풀어나갈 결이 있다. 결을 한자용어로 말하면 이치가 된다.
도전이란 삶의 결을 제대로 파악해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나무 결을 찾다보면 옹이도 만나고 마디도 만나는 것처럼 장애물은 피할 수 없다. 그것이 도전 과정에 있을 수 있는 실패라는 것들이다. 실패는 으레 있기 마련이란 말이다.
따라서 각자 어느 목표를 세우고 도전할 때 그런 것들을 충분히 예상하면서 진행하면 그 자체를 즐기는 마음의 여유도 생길 만하다. 그런 자세로 새해를 시작하면 삶은 전보다 훨씬 활력을 띠게 될 것이다.    -한남전 2008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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