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99 [칼럼니스트] 2007년 12월 2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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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전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명절이나 제삿날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생선전이다. 그런데 요즘은 러시아산인지 아무튼 저 먼나라에서 온 냉동 생선살을 사서 전을 부친다. 예전에는 재래시장에 가면 생선가게에서 생선살을 전을 부치기 좋게 포를 떠 주었으나 이 재래시장의 몰락으로 이런 생선전 용으로 얇게 썬 생선살을 구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냥 마트에 나와있는 냉동제품을 골라 살 수밖에 없다. 싫으면 말고이다. 그렇다고 상에 생선전을 안 올릴 수도 없다.

해동하기를 기다려 밀가루를 묻히고 계란 물을 입힌 다음 기름을 두른 후라이팬이 뜨거워지기 기다려 동태전을 부치면서 나는 그 생선살이 어쩐지 뭉툭한 칼에 의해 기계적으로 썰어진 것을 느낀다. 약간 퍼석한 살 하며 그리고 아무래도 계란 옷이 생선살에 착 달라붙지 않은 채 어딘지 공간이 그 사이에 생겨 겉도는 것만 같다. 먹어보면 역시 그 감칠 맛 나던 입에 착 달라붙던 그 전 맛이 아니다.

모든 음식이 냉동되어 깨끗하게 위생적으로 처리되면 모양은 비슷하나 풍미를 잃어버리는 수가 많다. 음식 모습을 보고 한 입 베어물면 심한 경우는 종이장을 씹는 것 같다. 이러다 보면 결국은 모든 음식맛이 종이맛 한가지로 통일된다고나 할까. 그 많은 기름과 에너지를 소모하여 몇 년간 냉동창고에서 보관된 후 싼 값으로 외국으로 수출되어 어느 대형수퍼에 진열되어 있다면 어떻게 맛이 유지되기를 바라겠는가?

요즘은 사람을 만나면서도 그 앞에서 어딘가와 문자를 주고받고 컴퓨터를 켜놓고 일하면서도 휴대전화로 통화한다. 여러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을 마치 현대인인 것 처럼 여긴다. 그러나 나는 옛날 생선가게에서 손님이 원하는 대로 토막을 쳐주거나 포를 떠주거나 하던 시장 상인들이야말로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 생각한다.냉장고 없이도 생물을 취급하는 실력을 지니고 있고 괜시리 전기를 낭비하며 카드를 긁고 하지도 않고 계산도 현찰로 한다. 사람이 컴퓨터인 동시에 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생선가게에서 생선전 용 포를 떠달라고 하여 맛있는 생선전을 부칠 수 없게된 것에 나는 불만스럽다. 만두피 안에 공기가 들어가 끓으면 둥둥뜨는 냉동만두 등 나는 냉동음식을 싫어하는데 이제는 점점 재료마저 냉동으로 변하고 있다. 지구에 가스를 푹푹 배출하면서 맛있는 생선전도 못부치게 되고보니 우리는 정말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회의가 들 때가 종종 있다.
-2007.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