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96 [칼럼니스트] 2007년 12월 2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글보기 | 거시기머시기 배달신청 | columnist.org(홈) |
보배 한국어 바꾸기
박강문    (대진대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http://columnist.org/parkk


어제 지하철 좌석에 앉아 내 앞쪽에 서 있는 두 청년의 대화를 간간이 듣게 됐다. 한 청년이 연신 “와이퍼가 ……”·“와이퍼는 ……”하고 ‘와이퍼’라는 말을 썼다. 영어의 ‘wife(아내)’를 ‘와이프’도 아니고 ‘와이퍼’라고 하니 ‘wiper(걸레, 행주)’를 말하는 듯 들렸다.

신문 기사를 보거나 방송되는 말을 들으면 짜증 나는 때가 많다. 어문 규범이 너무 팽개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더욱 엉망이라는 것이야, 이제 한탄할 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한국어는 우리가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큰 자산이다. 이 보배를 잘 가꾸어야 한다. 앞의 청년처럼 분별없이 외국어를 끌어오는 것은 한국어를 망치는 것이다.

‘커리어컨설팅’이나 ‘커리어코치’ 같은 것을 웹 문서에서 흔히 본다. ‘진로상담’이나 ‘진로상담자’(또는 성공도움이) 같은 말로 하면 장사가 안 될까 생각해 보곤 한다. 예식장(혼례식장)이 모두 ‘웨딩홀’로 된 것은 오래 전이고, 이제 성형외과 의원은 ‘에스테틱 클리닉’으로 간판을 갈아 달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세계 속에서 한국어 위상이 높아지면서 대학의 국어교육과가 인문계에서 인기 높은 학과가 돼 우수한 인재가 몰려들고 외국인 유학생도 많게 된 것, 국어능력인증시험이라는 것이 생겨 거기 응시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등은 아주 반가운 변화다.

그런데 국어능력인증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의 홈페이지를 보고는 실망했다. 거기 적힌 글이 썩 매끈하지 못했다.

“재단 법인 ○○언어○○○○○은 2001년 ○월에 설립되었고, 국어능력인증시험과 국어 활용 실태 조사 및 문장 컨설팅 등을 통하여 올바른 국어 규범의 확립과 창조적인 국어 문화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접수’라는 말의 쓰임새가 틀린 이런 글도 있었다. “접수하실 때 입력하신 이름, 주민 등록 번호를 다시 입력해 주셔야 합니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200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