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94 [칼럼니스트] 2007년 11월 2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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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촌 맺기’
박강문    (대진대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http://columnist.org/parkk


싸이월드(cyworld.com) ‘미니홈피’ 아이디어는 정말 걸작이다. 그런데 ‘1촌 맺기’라는 말을 접할 때마다 나는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미니홈피는 짜인 틀에 따라 누구나 쉽게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 ‘도토리’ 화폐로 치장물을 사서 저마다 남다른 홈페이지를 꾸밀 수 있는 재미를 준다는 점, ‘1촌 맺기’로 동류의식을 나눌 패거리를 짓게 해 준다는 점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개설자를 지니게 됐다.

내가 미니홈피를 만들자마자 가장 먼저 딸이, 그다음 언론계 시절 선배 한 분이 1촌 맺기를 신청해 왔다. 미니홈피의 가장 큰 매력은 분명히 이 1촌 맺기겠지만, ‘1촌’의 뜻 때문에 ‘1촌 맺기’란 말을 흔쾌히 쓰고 싶지는 않다.

우리 관습의 촌수 따지기는 세계에서 유일하거나 적어도 가장 체계적이다. ‘촌’은 ‘마디’라는 뜻이며, 혈연관계를 수학적으로 명확하게 나타낸다. 부모와 자식은 한 마디 사이니까 1촌, 형제 간은 부모를 통해 연결되므로 2촌이다. 나와 할아버지 사이도 2촌이다. 나와 아저씨(아버지 형제) 사이는 3촌이 된다. 가시버시(부부)는 무촌이다.

내가 미니홈피를 통해 ‘1촌’을 맺은 딸은 본디 부녀 간이니까 무방한데, 나이 차도 별로 없는 선후배 사이가 부자 간인 1촌이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친구 사이를 1촌으로 만든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 된다.

가족 관계를 나타내는 호칭도 우리 것이 세계에서 가장 정교해서, 우리 말고 이모와 고모를 구별하는 민족은 없다. 이모와 고모는 각각 ‘임어마’·‘곰어마’다. ‘임’이 ‘앞’,‘곰’이 ‘뒤’라는 것은 지금도 배의 앞쪽을 ‘이물’,뒤쪽을 ‘고물’이라 하고, ‘앞뒤 계속해서’를 ‘곰비임비’라고 하는 데서 알 수 있다.

‘1촌 맺기’를 다른 말로 바꾸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예부터 지녀온 정밀한 촌수 개념을 배반하기 때문이다.

-2007.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