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89 [칼럼니스트] 2007년 10월 1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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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늙기가 그리 어려운가
박연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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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늙기가 그리 어려운가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무례와 몰염치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런 장면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지하철이다.

경로석이 있고, 일반석도 웬만하면 젊은이들이 양보하건만 자리 탐하느라 염치 같은 것은 멀리 내팽개치는 노인들은 보면 내 낯이 화끈거린다. 차를 기다리느라 줄 설 때까지는 별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차가 도착하면 언제 그렇게 얌전히 기다렸느냐는 듯이 앞으로 달려들며 사람이 다 내리지 않았는데도 차에 오르느라 정신이 없다. 안에 자리가 넉넉히 있는데도 그렇다. 경로석이 다 찬 경우에는 일반석을 오가며 젊은이들한테 자리를 내놓으라는 식으로 시위하는 이들 또한 많다.

자리가 넉넉할 때는 아예 신발을 다 벗고 올라앉아 다른 사람이 와도 멀거니 보고만 있는 사람도 있다. 또 목소리들은 왜 그리 큰지...

물론 체력이 달리고 몸 구석구석 부자연스러운 데가 많으신 분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본다. 그러나 그렇지 않는 분들이 더 많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나 역시 경로우대를 받아도 크게 부족할 나이가 아닌지라 그런 모습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 혹시 나도 남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내 흉이 열 가지면서 남의 흉 한 가지를 못 참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모든 생물이 그렇듯 나이가 들면 외모가 쇠하고 볼품이 없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의 품위라는 것이 꼭 외모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살아온 세월과 경륜에 따라 오히려 기품이 두드러지는 분들도 많다. 한 마디로 곱게 늙으시는 분들이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눈살 찌푸리게 하는 온갖 추태를 서슴없이 자행하는 어른들은 보면 그와는 정반대다. 곱게 늙기가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면서 날로 무례해져 가는 젊은 세대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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