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86 [칼럼니스트] 2007년 9월 2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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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쓰이는 일
박강문    (대진대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http://columnist.org/parkk


가깝다고 생각되던 친구가 어느 날 내 전자우편 주소를 물어온다. 이 때 느낌은 좀 묘하다. 비록 서로 전자우편을 통해 소식을 주고받지 못하지만, 내 전자우편 주소를 상대방이 평소 기억하고 있으리라고 믿은 것이 내 자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이 자만심은, 따져 보면 참 한심하다. 나는 그의 전자우편 주소를 알지 못하면서도, 내 것을 그가 알고 있어야 마땅한 듯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 생각할 근거는 있다. 인터넷을 통해 그의 글은 거의 볼 수 없지만, 내 글들은 여기저기 널려 있다. 나는 홈페이지도 있다. 그가 나와 친하다면 내 글들을 보았을 것이고 내 전자우편 주소도 보았을 것이다. 그가 그러지 않았다면 내가 생각했던 만큼 그와 내 사이는 가깝지 않은 것 아닌가? 한 순간에 내 머리 속에서 그와 나의 거리는 재조정되고 만다. 누가 남의 일에 관심을 항상 두고 있겠나 하는 이성적 판단보다, 좀 서운하다는 감정이 앞서 나가 버린다. 이 역시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마음의 행로가 그렇다.

이런 한심한 마음의 움직임을 겪은 나는 남에게 전자우편을 보내야 할 때 그 주소를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면 먼저 검색부터 해 본다. 이런 작은 수고를 하면 뜻하지 않게 상대방에게 멀어지는 느낌을 주지 않을 수 있고 친분의 재조정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노출되지 않아 그 사람의 정보를 알 수 없을 때나 같은 이름이 있어 헷갈릴 수 있을 때는 당자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당자도 자신이 사이버 세계에서 알려지지 않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므로 서운해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런저런 신경 쓰지 않고 대범하게 사는 길로 가면, 이러나저러나 아무 문제는 없는 일이다.

-2007.09.14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