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84 [칼럼니스트] 2007년 8월 3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글보기 | 거시기머시기 배달신청 | columnist.org(홈) |
캠핑의 지혜
박강문    (대진대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http://columnist.org/parkk


등산과 캠핑을 좋아하는 내가 가끔 들어가 보는 사이트는‘www.wildernessdrum.com’다. 이 사이트 가운데서도 특히 캠핑 장비에 관한 글인 ‘www.wildernessdrum.com/html/gear_guide.html’을 되풀이해 읽는다.

나는 그저 평범한 주말 하이킹 수준의 등산꾼일 뿐이고, 암벽이나 빙폭 오르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그러니 관심 있는 장비라야 아주 평범한 수준의 것이다. 사실은 등산보다는 캠핑을 더 좋아하는 편이고, 관심도 그 쪽에 더 많다.

캠핑은 당일치기 등산보다 기회 잡기가 어렵다. 실제로는 몇 년 만에 한 번 할 수 있을 뿐이라, 앉아서 상상으로 캠핑하는데 그친다. 내가 하고 싶은 산중 캠핑을 하자면 장비의 무게가 문제다. 그래서 딴 사람들은 어떤 장비를 가지고 가는지 궁금하다.

이 글의 장비에 관한 조언은 도움이 많이 된다. 깔판으로 공기 넣는 매트를 쓰면 몸의 온기를 빼앗기 때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여기서 알게 됐다.

그런데 위 사이트에 들어가 보고 한편으로는 장비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등산 및 숙영에 필요한 장비를 설명하는 글의 첫머리에 일흔한 살인 백발 미국인 할머니 사진이 나온다. 이 할머니는 애팔라치안 산맥을 관통하는 등산로를 세 번이나 한 분인데, 장비라고는 지팡이 하나와 어깨 위에 덜렁 맨 멜빵도 없는 빵빵한 자루 하나가 거의 전부다. 헐렁한 바지와 긴팔 셔츠, 팔에 걸친 스웨터가 그의 옷차림새다. 자루 속에는 모포 한 장과 비 올 때 치는 비닐막, 그 밖의 자잘한 물건이 들어 있다고 한다.

최신 기술의 기능성 섬유로 만든 등산복, 수납 공간이 잘 구획된 배낭, 가볍고 따뜻한 거위털 침낭, 편안한 천막, 땅바닥 한기를 막는 깔판, 햇빛 가리는 멋진 모자 …… 이런 것 없이도 그 칠순 할머니는 산맥을 넘는다.

-2007.08.17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