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82 [칼럼니스트] 2007년 7월 2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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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금을 온라인으로도 보내면 좋을 텐데

이재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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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0살 정도가 되면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낼 일이 많아진다. 자식들은 혼인을 하고 부모님들은 돌아가실 나이이기 때문이다. 결혼청첩장을 받거나 부고를 접하게 되면 결혼식장이나 상가로 가서 경조금을 내게 된다.

친인척이나 지인들의 경조사 때 부조(扶助)를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에 속한다. 부조금을 주고받는 것은 품앗이 개념이 강해 내가 누구로부터 부조를 받았을 때는 나도 반드시 그 사람에게 부조금을 내는 것이 우리네 고유풍습이다. 본인이 직접 결혼식장이나 상가에 들르면 더욱 좋다.

그러나 거리가 멀거나 바쁜 일이 생겨 갈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우리는 남에게 경조금을 전해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반대로 내가 남으로부터 이런 부탁을 받을 때도 있다. 내가 부탁할 때는 당연하다싶지만 부탁을 받았을 때는 느낌이 전혀 달라진다.

그런 일이 귀찮기도 하지만, 행여 깜빡 잊고 갚지 않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돈을 떼이는(?) 경우도 많다. 필자의 경우 한 달 전에 서울에서 있은 친구아들이 결혼식에 갈 때 다른 친구로부터 축의금을 대신 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서울 갔다 오면 갚아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친구는 아직껏 돈을 갚지 않고 있다. 만나지 못해서 안 주는 것인지, 잊고 그러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다고 친구사이에 일부러 전화해서 “돈을 갚으라”고 할 수가 없는 일이 아닌가.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은 매우 많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옛 직장동료로부터 자녀결혼식 청첩장을 받았으나 서울까지 갈 수가 없어 입사동기생한테 대신 축의금을 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후에 그 돈을 갚은 것 같지만 기억이 분명치 않다. 그래서 “안 갚은 것이 분명하다”고 결론을 짓고 말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하기 때문이다.

맨 처음에 온라인번호를 불러달라고 말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그것을 놓치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 지금이라도 빌린 사람한테 돈을 갚았는지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몇 년이 지난 뒤에 그런 걸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일이 있은 뒤로는 가급적 경조금을 남한테 부탁하는 일은 삼가고 있다.

현대인들은 시간적·공간적 제약 때문에 결혼식장이나 상가에 직접 가기가 쉽지 않다. 절친한 사이도 아닌데 청첩장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망설여진다. 그럴 때는 가지 않고 적당한 액수의 축의금만 내면 되겠는데 좋은 방법이 없으니 고민이 된다.

이처럼 이 시대의 사람들이 안고 있는 고민 중의 하나가 바로 어떻게 하면 직접 가지 않고도 경조금을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필자가 속해 있는 ‘서울칼럼니스토모임’의 박강문 회원은 몇 달 전 이 문제와 관련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의 얘기로는 “못 가면 다른 이에게 맡기지 말고 우체국을 이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먼저 아무 우체국에나 가서 전자통장을 만들어야 한다.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니까 일러주는 대로만 따르면 된다. 그 뒤에는 미리 계좌에 입금해 놓고 ‘www.epostbank.go.kr’에 들어가 글귀 적힌 편지와 송금증서를 보낼 수 있다. 우체국에 가면 송금 수수료가 3천원이지만, 인터넷으로 하면 2천원이다. 원하면 휴대폰으로 배달했다고 알려 주기까지 하니 편리하다.”

박회원은 자신의 고교 동기회에서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부고를 알릴 때는 상주의 은행계좌번호도 알려주고 있다고 했다. 정말 좋은 방법이다. 급하게 부고를 접했을 때 직접 가기가 어려운 사람을 위해 경조금을 보낼 온라인번호를 휴대폰으로 알려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 되는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서 가장 쉬운(?) 방법을 제의하고자 한다. 결혼청첩장에다 혼주의 은행계좌번호를 명시하는 것이 어떨까. 이런 청첩장을 받게 되면 “돈을 밝힌다”는 생각에 불쾌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나서 생각해보면 얼마든지 이해가 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식의 혼사를 맞아 이런 식의 청첩장을 돌릴 용기를 가진 부모나 신랑·신부는 별로 없을 것이다. 뭇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대부분 축의금을 안 받았으면 안 받았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방식이 아직은 우리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을 뿐 틀린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매사를 처리할 때 관행과 달리 하면 처음에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부산의 경우 20년 전쯤부터 결혼식 때 식사를 대접하는 대신 1만~2만원씩의 점심값을 주고 있다. 서울 등지에서 맛도 없는 점심을 제공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나은 방법이다. 식장에서 받은 돈으로 식당에 가면 훌륭한 점심을 먹을 수 있으니 누구나 좋아한다. 그러나 이 방법이 처음에는 비난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청첩장에 부조금을 송금할 계좌번호를 명시하는 것도 ‘점심값 1만원’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욕을 먹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참으로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찬사를 받게 될 것이다. 거기에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청첩내용을 전하면서 계좌번호도 함께 알려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고 하겠다.

지금은 정보가 최고의 가치를 지니는 정보화사회이다. 그래서 내게 필요한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는 것 못지않게 내게 이득이 되는 정보를 남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일들이야말로 이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지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2007.07

서울칼럼니스트모임 http://columnis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