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80 [칼럼니스트] 2007년 7월 22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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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의 목록’
박강문    (대진대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http://columnist.org/parkk


‘크레이그의 목록’(craigslist.org)이라는 웹사이트를 올 여름 처음 알았다. 접속자 많기로 미국에서 아홉째라는 이곳을 나는 여태 모르고 있었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는 딸과 사위는 방을 비우는 전날까지 써야 하는 침대와 탁자, 의자, 전등 스탠드와 그 밖에 잡다한 물건을 막판에 인터넷을 통해 팔겠다고 했다. 나와 아내는 아파트에 낯선 사람들 들락거리게 하지 말고 구세군 자선가게나 대학 가구 창고에 기증하라고 했다. 이런 기관에 기증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애들은 동포 유학생 후배들에게 전화하여 물건들을 물려주었다. 그래도 덩치 큰 침대와 옷장 등이 남아 결국 인터넷을 통해 팔았다.

올리자마자 금세 물건이 팔리는 것에 놀라 딸에게 사이트 이름을 물어보니 craigslist.org였다. 여기는 .org가 나타내듯이 비영리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물건을 사는 쪽이나 파는 쪽이나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 이채로웠다. 물건을 가지러 온 사람들의 태도 또한 인상적이었다. 물건을 파는 쪽과 사는 쪽이 나누는 대화가 마치 한 공동체의 구성원처럼 정감을 담고 있었다. 옷장을 사러 온 젊은이는 곧 태어날 첫 아이의 옷 간수에 딱 알맞겠다고 좋아하면서 아기 출산을 화제로 이쪽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크레이그 뉴마크가 1995년 샌프랜시스코 일각에서 작은 지역의 사소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소박하게 시작한 craigslist.org는 이제 미국과 전세계의 5백개 가까운 도시를 덮는 거대한 그물이 되었다. 물물교환소 또는 복덕방 같은 이 사이트는 배너 광고가 전혀 없고 구인이나 방 임대일 경우 말고는 수수료가 없다. 비영리적 운영과 공동체적 친밀감 조성이라는 창립자의 뜻이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데, seoul.craigslist.org는 한국에 와 있는 미국인들의 장마당 비슷하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7.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