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76호 [칼럼니스트] 2007년 6월 22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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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협상(9) : 추가협상은 추가사기


홍순훈 (한-러 합영회사 코야쿠츠콥 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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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6일(토요일.2007년) 오후부터 미국이 한미FTA 추가협상을 제의했다니, 재협상을 공식 요청했다니 하는 뉴스가 YTN과 연합뉴스 제공으로 포털사이트에 뜨기 시작했다. 뉴스 중 괴이한 부분이 ‘현지 시각으로 밤 11시에 주미대사관을 통해 협상을 제안해 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16일 밤부터 이 글을 쓰기 시작한 19일(화요일)까지, 미 무역대표부(USTR)와 주미한국대사관의 홈페이지를 수시로 검색해 봤다.
대외 관계 사항이라면 미주알고주알 공개치 않는 것이 없는 USTR홈피에 6월14일 그들 대표 연설문을 게재한 것을 끝으로, 19일 현재까지 아무 것도 새로 게재된 것이 없다.
주미한국대사관 홈피도 사정은 마찬가진데, ‘밤 11시 / 주미대사관을 통해’란 내용은 어디에도 없고, <최신 뉴스>라며 되레 외통부 보도를 인용한 ‘미국, 한미FTA 추가협의 공식 제안’이란 6월17일자 글만 실어놨다.

때린 놈은 없고 맞은 놈만 계신 꼴인데, YTN 등이 보도한 <미국이 재협상을 공식 요청>했다는 유일한 근거는, 외통부 홈피의 6월16일자 게시문 <미측 신통상정책 관련 공식 제안>뿐이다.

그 게시문 제1항이 <6.16 13:00경(서울 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하여 신통상정책(New Trade Policy) 관련 내용을 반영한 협정문안(legal text)을 우리 측에 제안하여 왔음>이다.

그런데 위에 썼듯 필자는, /6.16 13:00/ 미국 무역대표부(USTR)/ 주미 한국대사관/이 <미국이 재협상을 공식 요청>했다는 사실과 어떤 연관이 있음을 확인할 수 없었다.

동시에 그 아래 붙인 ‘신통상정책(New Trade Policy) 관련 내용을 반영한 협정문안(legal text)을 우리 측에 제안하여 왔음’이란 구절의 신빙성마저 의심이 갔다.

여기서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는 것이, ‘우리 측에 제안하여 왔’다는 ‘협정문안’이 USTR홈피에는 물론 외통부 홈피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이 ‘협정문안’은 외통부 6월16일자 게시문 <미측 신통상정책 관련 공식 제안> 중 2군데에 그 설명이 나와 있다.

1군데는 위에 쓴 게시문 제1항 <신통상정책(New Trade Policy) 관련 내용을 반영한 협정문안(legal text)>이고, 또 1군데는 {첨부}의 제목 밑에 붙어 있는 <※ 미 신통상정책 주요 내용(5.10)을 기존 협정문안에 반영하여 우리측에 송부>한다는 것이다.

사족일지 모르지만 위 구절을 풀어 써보면,
<5월10일에 발표했던 미 신통상정책의 주요 내용을, 기존 협정문안(5월25일에 공개했던 협정문)에 반영하여 한국측에 넘겨줬다>는 것이다.
더 덧붙이면, <{첨부}하는 ‘협정문안’은 원론적인 신통상정책을 설명 또는 해설한 것이 아니고, 그 정책에 맞춰 약 7개 분야(Chapter)에 담긴 조항들을 반영한(첨삭하여 새로 만든) 협정 조항>이란 뜻이다.

그런데 지금 붙어 있는 {첨부} ‘신통상정책 관련 미측 제안 주요 내용’은 아동노동 금지, 7개 환경협약을 어쩌고 따위의 원칙만을 담은 것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이 형태의 문서는 --문장의 장단 차이는 있지만 -- 이미 5월10일자로 외통부와 미 무역대표부 홈피에 같이 실렸던 것이다. 같은 {첨부} 문서를 달고 한번은 ‘연습 제안’, 한번은 ‘공식 제안'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신통상정책을 반영한 ‘협정문안’은 어디로 갔는가?
이 의문의 답을 얻기 위해서는, 5월 말경부터 FTA추가협상을 하고 있는 6월21일 현재까지를 죽 이어서 하나의 시나리오를 엮어봐야 된다.
사연인 즉, 5월29일부터 6월6일 사이에 한국 협상단이 미국을 은밀히 방문하여 이른바 ‘법률 검토 작업’을 벌였다. 이 때 그들과 미국이 만든 것이 ‘5.25협정문 첨삭본’이다.
미 무역대표부는 이 첨삭본을 미 의회에 돌려 검토를 요청했다. 기간은 약 10일간 지난 주말(6월16일)까지다. 가까스로 검토를 마친 미 의회는 주말이라 미 무역대표부 문은 열리지 않고, 하릴없이 밤11시에 한국대사관 문을 두드려 협정문안(5.25협정문 첨삭본)을 던져 놓고 간 것이다.

이 협정문안을 받아본 노정권(협상단)은 고민에 빠졌다. 미국이 ‘추가협상 제안’이라 몇 자만 적어 주면 될 텐데, 아예 몇 조, 몇 조 조문을 다 만들어 보낸 것이다. 미국측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5월29일부터 6월6일 사이에 한국 협상단이 미국을 방문하여 같이 만들었던 거 아닌가?

그렇지만 한국 관료들이 누군가, 위기 탈출, 잔머리 굴리기 대가들 아닌가! 미국에서 송부한 ‘협정문안’은 빼서 감추고, 한번 써먹었던 ‘신통상정책 관련 미측 제안 주요 내용’으로 {첨부}를 바꿔치기한 것이다. 이 때 원문에 있던 <※구절>은 떼버려야 했었는데 깜빡했는지 아니면 뜻을 몰라 그랬는지 어쨌든 놓쳐서 그냥 남았다.

이런 비장의 대물(大物) ‘협정문안’이 있기 때문에, 이제 며칠 남았다고 6월30일에 협정문 대표서명을 할까 말까 의뭉을 떨고들 있는 것이다. <계속>

2007.06.22
인용, 전재 허용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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