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74 [칼럼니스트] 2007년 6월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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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긴 소식 이어준 그림
박강문    (대진대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http://columnist.org/parkk


프랑스에서 1990년대 초 신문사 특파원으로서 몇 년 있는 동안 거기 유학하고 있던 동포 화가들과 교유한 것은 좋은 추억거리로 남았다. 한국에서는 이름이 꽤 알려진 화가라 해도 대개 외지의 생활이 부드러운 편은 아니었으며 비싸지 않은 포도주 두어 병과 치즈 서너 조각이면 만남이 충분히 즐거울 수 있었다. 그 때 내게 여유가 있어 그림들을 구입할 수 있었더라면, 화가에게 격려가 되고 장기적인 투자도 되었으련만.

그 즈음 사귀던 화가 가운데 김평준씨가 있었는데, 1992년의 어느 날 밤 파리 교외의 내 숙소에서 함께 포도주를 마셨다. 그는 취기가 오르자 내 책상에 있던 메모지에 연필로 뭔가 그려서 내게 주었다. 받아보니 내 얼굴이었다.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이 그림을 14년이 지난 2006년에야 누렇게 바랜 메모지철에서 발견하고는 내 홈페이지에 스캔해서 싣고 작가 이름을 밝혔다. 귀국한 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그가 새삼 궁금해졌지만, 신문사 물러난 뒤로는 딴 화가들과의 왕래도 다 끊겨 물어 볼 데가 없었다.

다시 1년이 흐른 뒤인 지난달(2007년 5월) 뜻밖에도 김평준씨한테서 전자우편 한 통이 날아왔다. “불란서에서 뵌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년이 흘렀습니다. 저는 귀국 후 서울에서 작업을 하다가 지금은 고향 광주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후배로부터 인터넷에 제가 그 때 취중엔가 그렸던 박선생님의 연필 초상작품을 보았노라고 하여 이메일을 확인하여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그와 반갑게 통화했다. 그림 사인을 보니까 자신이 그린 것은 분명한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무등산 자락에 화실이 있으니 시골의 정취 속에서 한 잔 하자는 제의가 정겨웠다. 포도주 몇 병 들고 찾아가 봐야겠다. 홈페이지 덕분에 그에게 소박하게 오랜만에 사례할 수 있게 되겠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7.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