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73 [칼럼니스트] 2007년 6월 8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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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발 강아지 장군이
김소희 (수필가, 동물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animalpark


몇 번 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생이여 다시!  - 니체 -

장군이의 첫 인상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 왼쪽 뒷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엔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키는 흉측한 수술용 실밥이 피딱지와 뒤엉겨 있었고, 생기 없는 눈동자는 무섭기까지 했다. 자동차 그늘 아래서 낮잠을 즐기다 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비록 목숨은 건졌지만, 목소리와 다리 한 쪽을 잃었고 주인에게도 버림받았다.

꽤나 오랫동안 장군이는 자기 몸에 일어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일어서려고만 해도 고꾸라지고, 물먹는 것도 마음대로 안돼 그릇과 함께 나뒹굴기 일쑤였으며, 뒷다리로 힘주고 버티질 못하니 혼자서 볼 일도 보지 못했다. 좌절감에 찌든 장군이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 줄도 몰랐고, 늘 구석진 자리에서 웅크리고만 있었다. 생후 2달된 강아지가 이겨내기엔 너무 큰 고통일까? 안락사를 시켰어야 했던 걸까?

그러나 다행히, 장군이는 조금씩 세상을 향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날 무언가가 느껴져 내려다보니, 장군이가 내 발등에 자기 앞발 하나를 올려놓은 채 나를 한껏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디서 얼마만큼 걸어온 걸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너무 장하고 기특해서 얼마나 많이 쓰다듬고 보듬어주었는지 모른다. 그 날 이후 녀석은 사람들 곁으로 가기 위해 젖 먹던 힘을 다해 걷기 시작했고,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 나갔다.

몇 달 후. 장군이는 몰라볼 만큼 달라졌다. 온 몸을 흔들어대며 사람들에게 애정을 표시하고, 혼을 쏙 빼놓을 만큼 신나게 뛰어놀았다. 여전히 균형을 잃고 넘어지곤 했지만, 그럴 때 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벌떡 일어서서는 또 다시 어딘가로 꼬리를 치며 달려 나갔다. 심술맞은 사람들에게 떠밀려 넘어져도 화내지 않았고, 덩치 큰 개들의 위협에도 기죽지 않았으며, 자신을 놀려대는 꼬마 아이들의 돌팔매질에도 꼬리치며 화답했다.

그런 녀석을 보고 있으면 ‘아니, 도대체 뭐가 저렇게 행복한 거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눈물이 쏟아지다가도 장군이의 일명 ‘24시간 엔돌핀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피식 웃음이 나오곤 했다. ‘그래, 너도 그렇게 잘 이겨냈는데 말야. 우리 웃을까?’하고 양손으로 제 얼굴을 잡으면 저도 혀를 한껏 내밀고 활짝 웃는다.

삶은 그 자체로 축복이지 않은가!


-[좋은 생각 6월호]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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