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70 [칼럼니스트] 2007년 6월 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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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사랑에 빠지면 두근두근?
김소희 (수필가, 동물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animalpark


5월.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이다. 얼굴을 간질이는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결에 몸을 맡기고 있자니, 마구마구 사랑에 빠지고 싶어진다. 그러고 보니, 인간들은 우리 동물도 사랑에 빠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동물들의 사랑하면 으레 육체적, 충동적, 야만스러움 같은 단어만을 떠올리는 듯. 하지만, 우리도 낭만적인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첫 눈에 반한 혹은 느낌이 통하는 ‘특정 상대’와 짝을 맺는다는 말씀이다.

세상에는 약 9000종의 새가 있는데 그 중 90퍼센트가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며 산다. 유난히 예쁜 털빛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 있는 앵무새도 마찬가지다. 앵무새의 행동을 연구하는 매티 S. 아선은, 외로운 홀아비 앵무새에게 ‘얼짱, 몸짱(인간세상 말을 빌리자면)’격인 암컷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런데 웬 걸. 눈곱만큼의 관심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몇 달 후, 밀렵의 후유증으로 건강상태가 몹시 안 좋은 탓에 온 몸의 깃털이 빠지고-삼계탕으로 거듭나기 직전, ‘알몸’인 닭을 떠올리게 하는-, 매끈해야 할 발가락과 부리도 울퉁불퉁해서 누가봐도 ‘얼꽝’인 암컷을 같은 새장에 넣게 되었다. 그러자 수컷이 첫 눈에 반했다는 듯 암컷 옆에 꼭 붙어 몇 개 안 남은  깃털이나마 정성껏 골라주고 온 몸을 비벼대더니 노래까지 불러주는 것이 아닌가? 사랑의 힘이었을까? 암컷은 예상보다 빨리 건강을 회복해 아름다운 깃털을 되찾았고, 그들은 그 후로 여러 차례 새끼를 낳아 길러냈다고 한다.

태어나서 처음 본 대상을 어미로 알고 애정을 쏟는 새들의 ‘각인’ 행동을 규명해 1973년 노벨상을 수상했던 콘라트 로렌츠는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갈까마귀들의 행동에 대한 글을 쓴 적 있다.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첫사랑'에 도취되어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며, 수컷은 연인에게 자기가 구할 수 있는 신기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구해다 암컷에게 선물하고, 그녀 또한 즐겁게 그것을 받는다. 이들은 인간 세상의 젊은 연인들이 그러하듯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소곤대곤 한다. ” 아우- 닭살이다!

그 외에 코요테나 오소리, 난쟁이몽구스 등을 연구하는 야생 동물학자들은 이들이 짝짓기 시기 이전부터 특정 대상에게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함께 사냥하고, 숨바꼭질을 하듯 뛰어놀고, 앞발로 서로의 얼굴을 두드리고, 온 몸을 정성껏 핥아주다가 서로의 몸에 기대어 잠이 든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랑에 빠진 회색기러기들은 약혼기간까지 가진다.

반대로 사랑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
콘라트 로렌츠의 저서에는 “회색기러기도 인간처럼 슬픔을 느낀다” 는 내용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아도와 수잔네의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어느 날 둥지로 돌아와 여우에게 반쯤 뜯어 먹힌 채 죽어있는 아내 수잔네를 발견한 아도는 그 옆에 힘없이 서 있거나 몸을 웅크리고 앉은 채 한없이 시체를 바라보았으며 밥도 전혀 먹지 않았다. 덕분에 아도는 오랫동안 지켜오던 서열 1위 자리도 빼앗긴 채 최하위 계급으로 전락하고 말았고 1년 이상을 슬픔 속에 살았다.”

한 학자가 필름에 담은 고래의 사랑이야기도 애잔하다. 어느 날 바다 한 가운데 둥둥 떠 있는 수컷 고래의 시체를 발견한 연구팀이 사인을 조사하기 위해 배를 세웠다. 그 시체 옆에는 암컷 고래 한 마리가 더 있었는데, 그녀는 반복해서 수면 위로 시체를 밀어 올리고 있었다. 이 행동은 산고로 지쳐있는 어미 고래가 숨을 쉴 수 있게끔(가끔 사람들은 고래도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는 포유동물임을 잊는 것 같다.) 산파 역할을 해주는 친구 고래들이 취하는 행동이자, 어미 고래가 갓 태어난 새끼에게 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암컷은 가슴지느러미로 죽은 수컷을 껴안은 채 수면으로 밀어 올리길 5시간 이상 되풀이했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학자들은 그 필름에 ‘이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라는 제목을 붙였다 한다.

러트거스 대학 인류학 교수 헬렌 피셔(Helen Fisher)는 ‘낭만적 사랑은 종족 보존 메커니즘의 일환’이라고 한다. 즉, 2세를 낳고 양육해내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마치기에 충분할 만큼의 기간 동안(약 3년), 이성간의 유대감을 지속시켜 주는 ‘안전장치’라는 것이다. 그녀는 동물도 인간처럼 사랑을 한다며, 그 특정 상대에게 끌리는 상태는 단 몇 시간, 며칠, 몇 주 만에 끝나기도 하지만 죽는 순간까지 평생을 그야말로 ‘푹 빠진’ 상태로 지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간의 낭만적 사랑도 결국에는 이런 동물의 끌림에서 기원된 것이라고 믿는 그녀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자연의 조화다” 라고 한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사랑에 빠진 인간의 몸에서는 “낭만적 사랑”이라는 감정을 일으키는 특정 물질-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들의 분비가 증가하는데, 같은 상태의 포유류와 조류에게서도 유사한 형태의 물질들이 분비된다는 점이다.

넘쳐나는 에너지, 특정 상대만을 향한 집중적 관심, 식욕의 상실, 끈기, 부드러운 어루만짐, 불면, 떨림, 신경과민, 두근거림, 입맞춤, 핥기, 포옹, 키스(침팬지들은 진짜 키스도 한다), 교태어린 장난. 바로, 사랑에 빠진 동물들에게서 보이는 행동 특징들이다. 무척 익숙하게 들리지 않는지?

심지어, 눈코입도 없고 울음소리도 내지 못하는 식물조차도, ‘아름답다, 사랑한다’ 라는 마음을 보내면 씩씩하게 오랫동안 잘 자라며, 반대로 ‘밉다, 싫다, 죽어버려.’ 라는 말을 계속 들은 식물은 비실대다 금방 죽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실제 기르기 까다롭다는 난초 전문가들은 난초의 첫째 성장 조건은 ‘칭찬과 관심(애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랑하면 활력이 생겨 성격이 밝아지고 신체도 건강해진다고 한다. 더군다나 예뻐지기까지! “사랑을 하면은 예뻐져요.” 이 노래는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동식물에게도 애창곡인 셈이다. 우리 모두 사랑하며 살자구요.


-[웅진식품 사보 5월호](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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