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68호 [칼럼니스트] 2007년 5월 3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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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협상(7) : 미국의 몽니


홍순훈 (한-러 합영회사 코야쿠츠콥 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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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5일(2007년) 공개한 한미FTA협정문의 첫부분은 전문(Preamble)과 본문(Chapter) 합 279쪽이다.
다음부분은 부속서(Annex; 분량이 방대하거나 특정 분야의 합의)와 부록(Appendix; 부속서 내용보다 구체적이며 세부적인 규정들)으로 합 810쪽이다. 끝부분이 서한(Letter; 양측 대표간에 주고 받은 편지)으로 33쪽이다.
이 ‘쪽’은 정부가 인터넷에 공개한 협상문의 인쇄판 1 페이지로 가로와 세로가 대략 22.5cm X 30행(한글)이다.

이같이 쪽수를 장황히 쓰는 이유는, FTA한국 대표가 협정문 분량이 ‘500페이지의 본문을 포함해 영문, 국문 합해 3500-3600페이지’란 발언과, 기타 언론 보도가 ‘본문만 1200페이지’ 또는 ‘본문 및 확약서, 부속서까지 국문본과 영문본 각 1200쪽’이라는 둥 중구난방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협상단 대표가 협정문 공개 직전까지도, 컴퓨터 클릭 한두번만으로도 바로 알 수 있는 본문, 부속서, 서한 합계 1122쪽과 전혀 다르게 얘기하다니, 문서 작업을 붓으로 두루마리에 한 것도 아닐 텐데 말이 되는가?

이 말이 안 되는 것을 이해하려면, 4월4일 외통부 발표 ‘한미FTA 분야별 최종 협상 결과’와 이번 공개한 5. 25협정문을 비교해 보면 된다.
4월4일 문건 차례는 <1.상품 2.농업 3.섬유 4.원산지 5.통관 6.무역구제 7.위생검역 8.TBT(기술장벽) 9.자동차 10.의약품/의료기기 11.투자 12.서비스 13.금융서비스 14.통신 15.전자상거래 16.지식재산권 17.정부조달 18.경쟁 19.노동 20.환경 21.총칙>이었다.

5. 25협정문 차례는 <1.최초 규정 및 정의 2.상품에 대한 내국민대우 및 시장 접근 3.농업 4.섬유 및 의류 5.의약품 및 의료기기 6.원산지 규정 및 원산지 절차 7. 관세 행정 및 무역 원활화 8.위생 및 식물 위생조치 9.무역에 대한 기술장벽 10.무역구제 11.투자 12.국경간 서비스 무역 13.금융서비스 14.통신 15.전자상거래 16.경쟁 관련 사안 17.정부조달 18.지적재산권 19.노동 20.환경 21.투명성 22.제도 규정 및 분쟁 해결 23.예외 24.최종 규정>이다.

FTA협상이 종료됐다고 국민 앞에 발표한 지 두달도 안 돼, 협정문을 새로 만들다시피 차례가 바뀌었다. 이런 개정은 한국측 관료 몇 명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4월25일자 이 칼럼 에 예상해 써 놓은 것이 있다.

‘지금 노정권은 미국에서 그 곳 의회 의원 및 행정부 관계자들이 읽은 영문 협정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수정한 부분 없이 O.K사인만 있으면 좋고, 만약 수정한 부분이 있으면 재빨리 한국어로 번역하여 갈아끼우려는 것이다. 그런 후 이게 한미FTA협정문이라 펼쳐 보인다.’

이렇게 ‘4월FTA협정문’이 한국을 떠나 미국 손에서 재처리되고 있었으니 한국 대표가 5. 25협정문 공개 최종 순간까지도 그 분량(쪽수)이 얼마인지 알 수 없었고, 늘면 늘지 줄지는 않을 테니 넉넉히 부풀려 얘기했던 거다.

그들은 협정문 공개 직전인 5월23일에도 ‘조문화 작업 과정에서 세부적인 논의가 덜 끝난 사항들에 대해 추가적인 협의’가 있으며, ‘이미 골자는 발표된 만큼 크게 새로운 내용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들은 미국이 오자나 탈자 잡고 자구 수정 정도나 할 걸로 생각했었지, 협정문 골자인 ‘21개 분야’마저 죽사발을 만들 거라고는 미처 상상을 못했다.

5월16일 외통부 고위관료들이 일제히 ‘한미FTA 재협상은 없다’ 고 강조했었다. 말이 맞긴 맞다. 한미FTA는 미국이 한국에 관세 철폐라는 특혜를 주는 것으로 돼 있다. 노정권도 FTA홍보문건에서 한국에 큰 이득 있다 그렇게 읊었던 것 아닌가?
따라서 특혜를 주는 미국 입장에서는 협정문을 고칠 부분이 있으면 홀로 결정하여 고치면 되지, 특혜를 받는 한국을 불러다 ‘재협상’이니 어쩌니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본서명이 있기 전까지는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합의는 없다‘ 라는 상식적인 핑계도 있지 않은가?

결국 ‘재협상’은 없고 ‘나홀로 협상’이 되는데 이번 5. 25협정문뿐만 아니라, 6월30일 양국 정상이 한다는 본서명이 있기까지 또는 금년 말 미국 의회에 비준 동의안이 상정될 때까지도 이런 협상 아닌 협상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아예 5. 25협정문 첫머리에 [향후 법률 검토 과정에서 정확성, 명료성, 일관성 보완에 따라 변경이 가능함]이라 써 놓았다. 참으로 강대국의 오만이며 약소국의 비애다.

이런 세계 역학에 무지한 우물 안 개구리 노정권은 스스로 무덤을 파고 지금 코가 댓자나 빠졌다. 그런 정황을 위의 두 문서를 비교해 읽어 봄으로써 즉각 알 수 있다.

즉 4월4일 문건에는 <9.자동차>를 단독 분야로 세웠었다. 그런데 5. 25협정문에는 자동차를 일반 상품으로 취급, <2.상품에 대한 내국민대우 및 시장 접근>과 기타 분야에 분산, 삽입했다. 이 의미는 지금껏 자동차 무관세 수출이 한미FTA 최대 성과라 나발불던 노정권의 기를 꺾고 입을 봉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칼럼 에 썼던 바지만, 4월4일 문건에는 <4.원산지>분야가 전체 내용과 언밸런스하게 삽입돼 있었고, 한미 간의 FTA임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니 ‘역외가공지역’이니 하여 마치 북한을 대상으로 한 것처럼 읽혀졌었다.
그렇던 <4.원산지>가 5. 25협정문에서는, 모든 상품의 뒤인 <6.원산지 규정 및 원산지 절차>로 붙고, ‘개성공단’이란 낱말은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다만 협정문 끝부분 <22.제도 규정 및 분쟁 해결>의 부속서에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립한다고만 돼 있고, 이 위원회를 ‘협정 발효 1주년 기념일에 회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성공단 무관세 지역’이니 ‘북한 10개 공단’, ‘북한 전지역 한국산 인정’ 따위는 닭 쫓던 개꼴이 됐고, ‘1주년 기념일에 회합’한다는 규정은 좌빨 노정권 물러나고 마피아 김정일이 죽은 다음에나 북한 지역에 대해 얘기해 보자는 미국의 몽니 아니겠는가? <계속>

2007.05.30
인용, 전재 허용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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