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67호 [칼럼니스트] 2007년 5월 22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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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협상(6) : 내국민대우


홍순훈 (한-러 합영회사 코야쿠츠콥 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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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부 한미FTA 홍보 문건 <12.서비스>에 내국민대우(內國民待遇; National Treatment)의 정의를 써 놨다. ‘상대국 서비스 공급자에게 자국의 서비스 공급자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의 내국민대우가 한미FTA 21개 전 분야에 걸쳐 깔려 있다. 한국인으로서는 수긍키 곤란한 내국민대우 일부만을 뽑아 여기 써 본다.

<1.상품> 【상대국의 상품에 대해 원칙적으로 내국민대우를 부여한다】
※ 한미FTA협정 첫머리에 쓰여진 말인데, 보통들 그저 그런 도입구려니 넘기기 쉽다. 그렇지만 미국이 써먹기에 따라서는 한국 시장을 뿌리째 뒤흔들 위험 조항이다.
예를 들면, ‘LA갈비’니, ‘미국산 수입 쇠고기’ 따위의 용어는 국내산 한우(韓牛)와 차별하는 것으로 금지어가 된다. 그리고 어느 상품이나 미국 본토에서 사용되던 그대로 한국에서도 유통되며, 포장이나 레테르 등을 한국 법으로 규제하여 바꾸거나 덧붙일 수 없다. 결국 한국 상품과 미국 상품이 같은 조건으로 같은 진열대에 놓이게 되는데, 이럴 경우 한국 상품의 고전(苦戰)은 불을 보듯 뻔하다.

<8.기술장벽> 【표준 및 기술 규정 제, 개정에 상대국인의 비차별적 참여를 허용하는 내국민대우 원칙에 합의】
※ 이 내용은 내국민대우가 아니고 ‘내정 간섭’이다. 표준 및 기술 규정은 다자간 협약인 WTO규정이나 기타 국제 협약을 따르면 되지 왜 미국인이 한국 규정의 제정이나 개정에 참여하여 왈가왈부하는가? 이는 종주국의 시스템을 식민지에 덧씌워 근원적으로 제3국의 침투를 배제하고 시장 독점을 하겠다는 전근대적 수법이다.

<11.투자> 【투자와 관련하여 일정 비율 수출, 국내산 원재료 사용, 기술 이전 등의 이행요건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투자기업의 고위경영자에게 국적 요건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한다】【투자 관련 자유로운 송금을 보장한다】
※ 여기서 제일감으로 떠오르는 것이 담배 산업인데, 위 내용대로 하면 국산담배는 씨가 마르고 양담배회사들만 노가 난다.
사실 미국 자본에게 아무 이행요건도 부과하지 않으려면 무엇 때문에 한국에 생산시설을 세우게 하는가, 돈은 미국 자본이 먹고, 한국 땅에 남는 것은 쓰레기밖에 더 있는가?

<12.서비스> 【모든 서비스 분야를 협정문 적용 대상으로 설정(단 사행성 게임을 포함한 도박 서비스, 금융서비스, 항공운송서비스, 정부조달-정부보조금-정부제공 서비스 등은 제외)】
※ 단서 조항인 금융서비스, 정부조달 서비스는 FTA협상의 별도 분야로 뽑은 것이다. 그리고 항공운송은 어느 나라든 통일된 국제 협약을 준수한다. 그럼에도 뭘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문제는, 도박 이외에는 어느 서비스나 한국 내에 허용하는가다. 이런 ‘무제한’ 또는 ‘무한대’의 규정이 국제 협약으로 성립되는지 의아하다.

【엔지니어링, 건축 설계, 수의(獸醫) 분야를 중심으로 자격 상호 인정 논의를 협정 발효 1년 이내에 추진】
【협정 발효 즉시 미국 변호사, 회계사 자격 소지자의 외국법, 외국회계, 세무 자문을 허용하고. 외국 로펌과 회계법인의 사무소 개설을 허용】
【법률, 회계, R&D, 특급배달, 고등교육, 환경, 도로운송 등 분야에 대한 안정적 진출 기회 확보】
※ 한미FTA는 한국 중앙정부와 미국 연방정부 사이에 맺어지는 협정이다. 한국에서는 협정의 효력이 중앙정부든 시도 지방자치체든 구별 없이 잘 이뤄지는 체재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FTA홍보문건 스스로 까발리고 있다.
즉 <17.정부조달>에, ‘WTO정부조달협정에서 37개주가 양허하였다’는 구절이다. FTA는 WTO를 근거로 한다. 따라서 WTO의 주체인 미국 연방정부가 한미FTA를 O.K.하면, 미연방을 구성한 50개주 모두 자동적 또는 의무적으로 한미FTA O.K.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WTO협정조차 미국의 13개주가 비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 이민법에 따라 미국 의회가 전문직 비자쿼터를 내준다.
미국 시장은 이렇게 연방이니 쿼터니 하여 2중3중으로 가로막히고 한국 시장만 앞뒤 가리지 않고 홀딱 벗는 형국이 바로 전문직 개방이다.
한국의 전문직 양성기관인 대학들을 초토화시키고, 전문직 시장을 토종과 외래종으로 양분하여 박터지는 싸움을 유도할 악마의 개방이다.

【시장 접근 제한 조치 도입 금지】【서비스 공급자의 수 혹은 사업의 범위를 한정하는 양적 제한, 그리고 사업자의 법적 형태(법인, 자연인 등)를 제한하는 규제의 도입을 금지】
【현지 주재 의무 부과 금지】【국경간 서비스 공급의 조건으로 국내 사무소 구비 요건 혹은 영주 요건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
※ 우리가 지금 어떤 사업이든 시작한다고 할 때, 아파트, 연립 등 주택에는 사업자등록이 되지 않고, 상가, 공장지역 또는 생활근린시설에 생산시설이든 사무실이든 있어야만 등록이 된다. 최근에는 부동산소개업소 간판에 중개업자 사진까지 대문짝만하게 집어넣게 한다는 보도다.
그 반면에 정체불명의 미국인에게는 자기 집 안방에 앉아 한국 내의 크고 작은 모든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다니 이 무슨 역차별인가? 이런 경우는 한탕하고 폐쇄하면 끝이니 세금마저 걱정 없다.

<13.금융서비스> 【감독 체계 정비를 위하여 유예기간(한미 FTA협정 발효 후 2년 이내)을 두고 개인정보보호, 위탁받은 금융정보의 재사용 금지 등을 개방한다】
【한국에 현지법인, 지점 등을 설립하지 않고, 해외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공급하는 국경간 거래는 한정 개방】
【금융산업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4대 공제(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신협), 우체국보험에 대한 한미금융당국간 감독을 강화】
※ 도대체 이런 내용이 FTA 즉 자유무역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은행의 개인정보를 미국과 공유하고, 한국 돈이 모이는 곳은 어디나 미국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다니 자주국가 국민이라면 창피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14.통신> 【공중통신서비스의 지배적 사업자에게 상호접속, 전용회선, 전주, 관로, 도관의 이용 등을 비차별적으로 제공할 의무 부과】
【일반 사업자에게 상호접속, 번호이동, 동등다이얼을 비차별적으로 제공하도록 의무 부과】
※ 이 내용도 마찬가지로 자유무역과 상관 없으며, 지금도 한국 통신사업자끼리 과잉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사업자까지 보태는 이유를, FTA홍보문건은 ‘통신서비스산업의 경쟁력과 소비자 혜택 제고에 기여 가능’이라 쓰고, ‘2006년 기준 미국 통신시장 규모는 약 359조원으로 우리 통신시장 규모의 약 10배’라 사족을 붙였다.
중국과 교역을 시작할 때 ‘중국 사람들에게 나무젓가락 1개씩만 팔아도 13억개’라는 허풍이랄까 호언장담이 기억난다. 같은 상황으로, 언제는 미국 통신시장 규모가 큰지를 몰라 거기 진출을 못했는가? 그리고 통신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통신요금이 더 올라가 민생을 압박하지, 소비자 혜택 즉 통신요금 인하가 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17.정부조달> 【입찰 참가 및 낙찰 과정에서 조달기관이 속한 국가 내 과거 실적 요구를 금지】 【중앙정부(연방정부) 상품, 서비스의 양허하한선을 현행 20만불에서 10만불로 대폭 인하】
※ 정부조달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런 경쟁이라면 대학생 아니라 고등학생 정도만 되도 컴퓨터 한 대 가지고 입찰하여 낙찰받을 수 있다. 미국으로 유학이나 이민간 권력 고위층 자제나 친인척들에게 학비나 생활비를 조달할 목적으로 만든 내용(분야)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18.경쟁> 【위법성 판단을 받지 않고 공정위 절차를 종결하는 제도인 동의명령제 도입】【상대국 상품, 서비스, 투자에 대해 상품, 서비스 판매시 비차별적 대우 제공】
※ 동의명령제는 상품, 서비스 판매 등에 한국인들 깩소리 말라는 공갈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동시에 한국의 사법은 개차반됐다.

@ 한미FTA 홍보 문건을 읽으면 읽을 수록 노정권(FTA협상단)의 정체가 뭔지 의문이 간다. 한미FTA라면서 한(韓)은 실종되고 미(美)만 꿈틀거린다. 이건 의식적으로 그들이 그렇게 만들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위의 내국민대우에서 ‘내국민’은 한국인이 아니고 미국인 또는 한미 이중(二重)국적을 가진 자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그들만이 위의 내용과 같은 한미FTA협상이 가능하다. (계속)

2007.05.22
인용, 전재 허용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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