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66호 [칼럼니스트] 2007년 5월 1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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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협상(5) : 개성공단과 섬유


홍순훈 (한-러 합영회사 코야쿠츠콥 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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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협상이 종료됐다는 발표와 함께 가장 많이 터져나온 말들이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니 안 하니, ‘역외가공지역’이 어쩌니 하는 것들이었다. 이 말들은 언론이 자체 생산한 것이 아니고, 물론 노정권 고위층들의 입을 통해 나온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한국이란 전국토에, 전산업에 그리고 전국민에게 영향을 끼치는 협상을 끝내고, 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작은 더구나 통치력도 미치지 않는 북한의 한 지역 개성공단에만 그토록 신경을 썼는지 참으로 의아하다.

동시에 그들은 ‘북한에 10개 공단이 있는데 그 곳이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되면, 그 곳 제품도 모두 무관세로 미국에 간다’ 또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되면 개성을 포함한 북한 전역에서 생산된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따위의 발언을 했다. 이런 말들은 한미FTA협상에 임한 노정권의 자세랄까 목표를 그대로 표출한 것 아닐까?

사실 4월4일자 외통부 문서에 <4.원산지> 분야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한미FTA는 말 그대로 한미 2 나라가 생산하거나 소유한 재화에 관한 협상인데 원산지를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뭐 있는가? 필요하다면 상품이면 상품, 기타 분야별로 하면 된다.
아래 쓰지만, <4.원산지>를 생뚱맞게 규정한 까닭은, 북한산 제품을 한국산으로 둔갑시키기 위한 명분쌓기의 일환이었다.

그런 복선을 깐 <4.원산지>이기 때문에 그 내용 역시 요령부득이다.
<4.원산지> 첫머리가 역외가공지역(OPZ)이다. 개성공단을 OPZ로 지금 인정하고, 한반도 비핵화 진전 등을 봐 가면서 북한의 기타 지역 또는 전지역까지 OPZ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개성공단의 OPZ 지정을 북한 당국과 협의하여 행한 것인가 아니면 노정권 단독으로 했는가다. 만약 노정권 단독으로 했다면 이는 북한에 대한 일종의 주권 침해로 후에 어떤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만약 북한 당국과 협의하여 행했다면 이는 한국에 대한 반역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다음이 특혜 원산지 판정 기준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최소기준, 세트기준, 세번변경기준, 부가가치기준, 주요공정기준, 미소기준, 선입선출법, 후입선출법, 공제법, 집적법 등이 나오는데, 이로써 ‘개성공단 제품의 특례 인정을 위한 구체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위의 기준 일부는 FTA홍보문서 스스로 재고관리법이라 표현했는데, 이를 가지고 어떻게 원산지를 구분하고 인정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언뜻 스치는 제일 감이 밀수꾼들이 많이 써먹던 서류 조작 수법 같다.

특기할 것은 ‘역내산(미국산 및 한국산) 원부자재의 교역 활성화를 위하여 상대국의 원부자재를 사용한 경우 이를 역내산으로 인정한다’다.
‘원부자재’란 표현을 보니 섬유업종을 가리킨 듯한데, FTA협상이 종료됐다고 한 후 노정권이 가장 신바람나게 들먹인 업종이기도 하다.
그런데 위 내용은 한국 역내에서 적용될 수 없는 규정이고, 한국 내 업체 또는 중국 등 해외에 진출했던 섬유업체들 보고 이제는 인건비 싸고 무관세 지역이 된 개성공단으로 들어오라는 유인책일 뿐이다.

위 ‘역내산 인정’은 사람잡을 위험천만한 미끼인 것이, 섬유제품 관세 약 13% 절약하자고, 그 관세보다 훨씬 저렴한 중국이나 동남아 섬유시장 옆에 놔두고 미국 시장의 비싼 실과 천을 수입해다가 한국의 비싼--또는 개성공단의 예측불허인 상승-- 인건비 들여 옷을 만들어, 그 옷을 미국으로 재수출하라니 노정권은 한국 옷장수들 거지 만들 일 있나?

산 넘어 산인 것은,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미국 수출로 관세 약 13% 이상의 이득을 본다고 할 때, 북한 마피아 김정일이 ‘당신들만 잘 벌어잡수!’하고 놔둘 것인가다. 섬유업체들이 번(또는 벌) 이득보다 훨씬 많은 상납이랄까 세금을 요구하는 것이 사회주의 마피아들의 상투 수법이란 것을, 노정권만 모르지 해외 진출 섬유업자 정도 되면 모두들 잘 알고 있다.

어쨌든 미국은 WTO섬유협정에 따라 2005년부터 섬유쿼터제를 폐지했다. 국가별 차별을 없애고 섬유 및 그 제품 수입을 자유화하자 미국 시장은 무한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그 결과 2005년 한국의 대미 섬유 수출은 18% 감소, 섬유 제품 수출은 31%나 감소했고, 그 대신 중국은 전년 대비 60-70% 증가했다. 현재 인도의 섬유 산업에는 3500만명이 종사한다고 한다. 이런 중국이나 인도의 방대한 규모와 한국의 소규모는, 아무리 개성공단 찍고 무관세 떠들어도 게임이 안 된다.

이런 추세를 일찌감치 간파한 한국 섬유업자들이 풍부한 원료와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떠난 것이었고 그래서 지금껏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이번 한미FTA협상이 이 피눈물나는 성공마저 짓밟으려 한다는 데 한국인이라면 분통이 안 터질 수 없다.

즉 외통부 문서 <3.섬유> 분야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 ‘우회수출방지를 위해 대미 수출품에 대한 우리 세관의 원산지 검증 및 우리 기업의 정보 제공에 합의’--> 섬유 제품은 다양한 품목(FTA홍보문서에는 1387개)으로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 제조된다. 따라서 어느 것이 우회수출인지 판별하기조차 힘들고, 또 자유무역이 판을 치는 현대에는 큰 범죄라 볼 수도 없다. 그런데 노정권은 자기 기업을 보호는 못해 줄망정 왜 미국 정부에 자기 기업 정보<근로자 임금 및 숙련도, 근로시간, 종업원 수, 생산량, 생산기계 수와 종류, 미국쪽 바이어 명단 등>를 제공하는가?

@ ‘현재에도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제조자 확인제도(MID)에 의해 기업 정보, 거래 및 생산정보를 바이어를 통해 미국 세관에 제출’--> 지금까지 그래 왔으니 이후에도 그렇게 해도 괜찮다는 마인드인데, 이런 사람들이 ‘자유 무역’ 운운하니 한심스럽다. 거래 및 생산정보(각종 구매요청서, 선하증권, 통관서류, 상업송장, 생산기록, 재단기록 등 수십가지 자료)를 매년 미국 세관에 제출하느니 아예 미국 수출을 포기하는 것이 경제적일 듯.

그리고 <5.통관>을 보면,
@ ‘세관 당국이 수출국의 수출자 또는 생산자를 대상으로 적정 여부를 직접 검증할 수 있는 원산지 현지 실사 제도를 도입’--> 어느 날 별안간 코큰 외국인이 공장이나 사무실에 들이닥친다. 노정권은 이런 것을 미국과 협상했다고 의기양양하게 국민 앞에 내놓는가? <계속>

2007.05.13
* 인용, 전재 허용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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